마음을 울리는 소리로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휘자 박주현

“나만의 음악색깔을 가진 ‘느낌표(!)’가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2019-09-04     이명수 기자

[시사매거진257호=이명수 기자] 관현악이나 합창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연주가 지휘자는 손짓과 몸동작을 통해 이들의 연주 혹은 목소리를 통일시켜 나간다. 소리 없는 소통으로 단원들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지휘자. 각자의 색깔을 지닌 음색을 조화롭게 하나의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지휘자의 열정은 손짓 몸짓에 고스란히 베어난다. 이탈리아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의 열정적인 공연을 보고 지휘자의 꿈을 꾼 16세 소녀 박주현은 수년이 지난 후 ‘소통’과 ‘공감’하는 지휘자로 꿈을 이루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그려나가고 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릴 적 언니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을 가끔 따라 다니곤 했었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은 피아노에 앉아 들었던 음악을 양손으로 치는 나를 보시고는 깜짝 놀라시면 음악에 소질이 있다며 절대음악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것이 첫 시작이었다. 그 후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고 음대에 진학해 합창지휘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하고 이후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다. 한국과 외국의 음악교육의 차이가 있나

음악은 창의적인 활동이다. 때문에 음악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유학했던 곳의 음악교육은 자기표현이 중심 된 창의적인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창의적인 교육의 비중보다는 획일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화성필코러스 지휘자로 현재 활동 중이다. 앞으로 어떤 합창단으로 만들고 싶은가

화성필코러스는 화성시를 기반으로 합창을 사랑하는 20, 30, 40대의 음악전공인과 비전공인들로 어우러진 합창단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지난 8월 31일 합창을 사랑하는 성악, 피아노, 지휘를 전공한 음악 전공자들과 삶 속에서 합창을 생활화하는 일반 전공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열렸던 공연에서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음악인들과 관객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합창단으로 만들고 싶다.

객석에서 보고 듣기만 하는 음악회가 아닌 합창단과 관객이 모두 함께 노래하며 즐기는 그런 합창단으로 만들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8월31일 있었던 공연은 나를 비롯해 우리 화성필코러스 단원들에게도 매우 뜻 깊은 공연이었다. 앞으로 단순한 소리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화성필코러스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왔는데 모든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굳이 꼽자면 2016년 국립합창단과 예술의전당에서 함께한 귀국 후 첫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당시 귀국 후 첫 공연으로 국립합창단 부지휘자로 지휘했던 공연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이어서 관객이 있는지 없는지도 불안했고 여러 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공연 시작 후 만석의 객석을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 귀국 후 첫 공연이었던 만큼 긴장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는데 공연을 보러 와 준 관객들을 보니 뭉클했다. 음악인과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음악인생에 영향을 준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다면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 지휘자다. 리카르도 무티의 공연을 처음 본 게 16살 때인데 당시 용돈이 넉넉지 않아 좋은 객석이 아닌 사이드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는 더욱 좋은 경험이었다.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면 지휘자의 뒷모습을 보게 되는데 나는 사이드에서 공연을 관람한 탓에 지휘자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고 그 때 그의 열정 넘치는 공연을 보고 나도 지휘자로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리고 20년 후 정식으로 초대된 자리에서 리카르도 무티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분을 보면서 나도 훗날 음악 안에서 존경받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지휘자로 남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후배 음악인들에게 하고픈 말

본인의 음악 세계를 (성격,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음악인이 되었으면 한다. 기성 음악인을 무작정 따라 하기가 아닌 자기 색깔을 담고 의미를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인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어떤 음악인으로 남고 싶은가

‘느낌표(!)’로 남고 싶다. 물음표(?)가 아닌 확실한 나만의 음악색깔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단원들과도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지휘자로 남고 싶다. 단원들은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주자이지만, 지휘자는 혼자서는 무대에 설 수가 없는 유일한 음악가이다.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음악가 박주현. 그녀는 지휘자로서의 화려함보다 묵묵히 자신의 음악색깔을 만들어 가며 작품을 재창조해가고 있다. 그런 그녀의 공연은 관객들에게는 소통의 창구이자 공감의 매개체이다. 음악인으로서 존경 받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음악인으로 남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과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지휘자 박주현은 음악인으로서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