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선언’ 성과
2007-11-22 글_이현지 기자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의 핵심은 남북이 군사적 대결에서 경제협력으로 발상을 전환해 ‘민족 평화·경제공동체’로 가기 위한 큰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 주제인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가 상징하듯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며 이를 토대로 민족이 공동번영하자는 ‘평화와 경제의 공동체 건설’이 2007년 10월 4일 남북 정상 간의 공동선언을 통해 가시화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남북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도하고 협력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형성에도 힘을 모으자는 데 합의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합의, ‘평화번영벨트’로 전환
특히 양 정상이 한반도 내 갈등지대로 남아 있던 서해접경지대를 이용해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는 합의에 도달한 것은 이번 선언이 단순한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군사적 대결 관점에서 경제협력의 관점으로 발상을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양 정상이 합의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구상이다. 이는 남북 간 갈등지대인 서해접경지역의 평화정착을 통해 안보불안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실질적 평화를 확보하자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즉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의 군사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해 ‘군사안보벨트’를 ‘평화번영벨트’로 전환한 것이다. 서해는 그동안 남북 간 군사적 충돌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졌으나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평가돼왔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의 구체적인 모습은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서해 NLL 인근해역 공동어로 수역으로 설정 ▲한강하구-연평도 사이 어로불가능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설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이다. 양 정상은 이어 서해상 평화정착과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마련을 위해 11월 중 남북국방장관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해 남북관계를 안정적·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노 대통령이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하면서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바로 남북이 힘을 합쳐 반세기 분단과 대결의 장벽을 넘어 평화와 번영으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민족적 소망을 대내외에 표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평화 기초한 상호 ‘윈-윈’의 남북경협 토대마련
남북 정상은 또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토대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의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한민족이 공동번영하는 ‘경제공동체’ 건설을 앞당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들은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체제나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가능하다는 목격해왔다. 또한 남북경협의 발전은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에 안정적 기초를 제공하며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을 확대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동안 남북경협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소위 ‘3통문제’, 즉 통행·통신·통관 문제와 군사보장합의 등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빠른 시일 내에 완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남북경협이 앞으로 새로운 단계로 확대·발전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요컨대 ‘2007 남북정상선언’을 통해 남측은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얻었고, 북측은 우수한 노동력을 이용한 경제발전의 계기를 찾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10월 3일 북측 인사들을 초청한 답례만찬에서 “단순 교역이나 개발 사업 위주의 산발적인 협력을 넘어서, 장기적인 청사진과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서 남쪽의 투자가 북쪽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남쪽 경제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는 방향으로 협력의 차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향후 남북경협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남북 간 물류협력으로 경협 진전속도 높인다
남북은 아울러 남북경협의 진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 이용 및 개보수 문제 협의·추진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기타 분야에서의 협력사업 진행 등에도 합의했다. 이번에 북측이 남북경협물자의 개성·평양 간 육로운송을 허용함에 따라 남북 간 물류비 감소와 수송기간 단축으로 인한 경협 활성화 여건도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육로운송이 이뤄지면 현재 인천-남포를 오가는 해상수송에 비해 편도기준으로 ▲운임은 4분의1 수준으로 절감(TEU당 800달러→200달러)되며 ▲운송일수는 5~6일에서 1~3일로 단축이 가능하다. 양 정상은 또한 남북경협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현재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순환적 기능 재확인
특히 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킬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3자 혹은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에 드리운 냉전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선순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소중한 성과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합의가 도출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김 국방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및 총리급회담 개최로 남북관계 제도화
이 외에도 ‘2007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연합을 지향하는 남북관계 제도화의 길을 열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남북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 이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사실상의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에 남북정상이 합의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2007 남북정상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총리급 회담을 11월 중 개최하기로 합의해 이번 회담결과가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안전판도 마련했다.
남북 정상은 또한 그동안 장관급으로 운영돼 온 남북대화 총괄 창구를 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산하에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를 비롯, 분야별로 장관급 또는 차관급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적인 남북 간 협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동반자적 번영으로 가는 여정에서 평화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고 경제협력에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다. ‘만남’을 넘어선 두 정상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합의로 이제 남과 북은 대결과 분쟁의 시대를 접고 평화와 공동번영 시대를 열었다.
2007 남북정상선언 주요 합의내용
■한반도평화
-한반도 종전선언 위한 3-4자 정상회담 추진
-북핵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이행
-서해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
-남북국방장관회담 내달 평양개최
■남북공동번영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
-한강하구 공동이용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개성공단 3통문제(통행, 통신, 통관)해결
-경의선 문산~동봉 간 철도화물 수송 합의
■화해와 통일
-남북정상간 수시 협의
-1차 남북총리회담 11월 개최
-이산가족 영상편지 교환 및 상시상봉 추진
-백두산관광 실시 및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북경 올림픽 남북응원단 경의선 열차 이용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