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가능한가

2007-11-17     글_이준호 기자
유가, 원자재 상승, 반도체 하락 과연 경기회복 가능할까
일본보다 높은 물가, 중국의 거품경제 논란, 유가상승 등 인플레이션 가능성 높아
얼마전 국제적 컨설팅 업체가 세계 143개 도시의 생계비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외국인이 살기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로 뽑혔다. 이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일본보다 높은 순위이다. 국내에서도 언론과 무역협회가 생필품 100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의 물가 조사 결과 대중 교통비와 공공요금은 일본이 비싸지만 식품이나 먹거리에서 2배 이상 비싸며, 국내에서 175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한 명품브랜드의 여성용 코트의 경우 일본에서는 7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으로 명품관광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과 일본의 물가를 비교할 때 비슷한 부분들은 중저가 전자제품 또는 저가 중국산 제품은 거의 비슷하지만. 시계, 화장품, 의류 같은 명품브랜드는 한국이 점점 비싸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한국의 물가가 일본보다 비싸지는 이유는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10년이상 물가가 제자리 검음을 한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해 매년 2%의 물가인상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인해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으며, 유통마진이 높아지면서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승하는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한국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일본에 비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높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엔화의 하락으로 일본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내려가고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와 유통 채널이 많아지면서 가격의 거품이 적어진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보다 국민 소득이 늦은데 반해 생활물가는 더 비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경제 전반적으로 끼어 있는 거품이 빠지지 않는 다면 일본과의 물가 역전현상이 일어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유가 100弗 시대, 원자제 가격 폭등 지속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곡물, 비철금속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로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수년간 ‘저물가 호황’을 누려온 세계 각국들도 이제는 물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장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저물가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물가 상승은 금리 상승 압력과 소비 침체로 이어져 살아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극은행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배럴당 51.75달러였던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 가격이 10월 16일 현재 78달러로 8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상승률만 50%를 넘는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요(WTI)가격은 87.61달러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9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곡물,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소맥과 대두 가격은 연초보다 각각 75%,48% 급등했으며,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의 가격이 저점 대비 56% 급상승 했다.
이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원유뿐만 아니라 곡물, 원재재를 싹쓸이하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증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약화되면서 실물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도 원자재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거기에 세계 3대 유전지역인 이라크 북구 쿠르드지역에 터키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유가급등의 빌미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문제들은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에게 물가 문제에 대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디플레(저물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거꾸로 세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신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8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1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 들었다. 유럽의 13개국의 물가상승율도 8월 1.7%에서 9월 2.1%로 치솟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억제선(2%)를 넘었다.

세계경제의 혼란, 소비자물가 급등
우리나라 또한 세계적인 물가태풍에 안전지대는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선행 지표인 원재료 가격이 9월 한 달간 5.7% 치솟으며 2005년 6월 6.1%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전년 동월 대비 13.3%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 초ㆍ중반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추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3%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물가상승은 금리인상 압력으로 직결되어 통화당국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가세될 경우 우리 경제는 또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증시 거품, 흐름을 보면 길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2000년 벤처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이 ‘버블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기미가 단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놀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 중국 경제의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급등하던 주가가 10월 15일 6000고지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안은 채 17일 하락장에서도 6000선을 지켜내며 고공행진을 하며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나오고는 있지만 급성장한 증시는 완만한 하락을 보이면서 한순간에 지수가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지수가 급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6000선을 중심으로 지수가 횡보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추가의 긴축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 되지만 증시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버블 논란 속에 있는 중국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세계투자자들의 중국행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투자 관련 온라인 강의를 펼칠 정도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보이고 있고 미국내 상장한 중국기업들과 급등하는 중국 증시에 대한 욕구를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로 만족하고 있다. 미국의 스콧-트레이드(Scot-trade)증권은 미국에 상장한 중화권 기업들의 일일주가 상승률 탑10에 6개 나 포함된 이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된 상태라며 향후 투자자들의 최대 타깃은 중국이 될 것이라 밝혔다.


소비자기대지수·BSI 상승,,경기회복 신호등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호조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딱딱한 통계자료가 아니더라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거기에 지난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선물 매출이 대폭 늘어났고, 백화점이 일제히 실시한 가을맞이 세일에서도 매출액이 전년과 대비하여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 등은 경기가 그저 회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낙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전망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전월의 103.0에 비해 0.2포인트 오른 103.2로 나타나면서 올해 들어 4월에 100.1을 기록한 이후 6개월째 연속으로 100을 넘어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등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며 반대로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하회할 경우는 6개월 후 생활형편 등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해 들어 벌써 6개월째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을 넘어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경기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그저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 역시 생각하고 있는 경기전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3,000여 개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기업경기조사 결과 9월중 업황BSI는 전달에 95로 급증한 이후 이번 달에는 94로 나타나면서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BSI(Business Survey Index)는 소비자 기대지수와 마찬가지로 100을 기준치로 하여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하고, 반대로 100을 넘기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현재 업황BSI 지수로 판달 할 때, 아직까지는 100이하에서 머무르고 있어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면이 있지만 사실상 경기 회복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 된다. 제조업 업황 BSI는 올해 초 80을 기록하며 바닥을 만들고는 그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거듭하여 중반에 접어들면서 87로 나타나면서 점차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BSI가 크게 좋아지지 못한 것은 환율하락, 유가상승, 반도체가격 하락 등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되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달 수준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다 현재의 사업 현황을 묻는 업황BSI가 아니라, 다음 달 업황에 대한 전망을 묻는 전망BSI는 거의 100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특히 9월의 업황 전망 BSI는 95를 기록하며 계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기업에서도 조만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를 조사하는 실사지수와 마찬가지로 산업생산, 수출, 소비 제반 경기 지표는 일찌감치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소비자 기대심리가 호전되면서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며 민간소비도 크게 증가하여 8월중 소비재판매지수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가 되고 있는 수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규모는 9월 전년 동월 대비 0.4% 소폭 감소한 29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9월중 추석으로 인한 긴 연휴기간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9월중 전체 수출액을 실제 조업일수로 나눈 일평균 수출액은 15억 2,000만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주가는 오르고,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늘어나면서 보비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좋아지고 있으며, 산업생산, 수출 등의 경기지표도 호조를 보이는 것은 완연한 경기회복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샴페인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온통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불확실성도 당연히 있다. 불안 요인이라면 환율, 유가, 그리고 원자재 가격을 들 수 있고, 국내 경기로는 건설경기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따져보아야 할 대목이다. 환율의 경우 하락세가 다소 주춤하기는 하였으나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913원까지 내려앉으면서 당장이라도 900원 수준을 무너트릴 듯한 기세였다.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과 환율 바닥론을 의식한 외환시장의 분위기로 말미암아 환율이 한 단계 더 급락하는 사태는 막았으나 여전히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미국 달러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약세는 가시화 되고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건설 경기가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체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경기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데, 당장에는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건설투자가 회복되어 경기를 견인해갈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불안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것은 지배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