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전자문서시대
2007-10-16 글/신혜영 기자
11월부터 전자문서 법적효력 확대, 제조업 연간 1조 원 비용절감 효과 기대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주목할 만한 기술발전 중 하나는 바로 ‘전자문서’이다. 과거 종이문서가 업무를 처리하는 매개체였다면 지금은 전자문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3일 산업자원부가 한국무역정보통신을 ‘1호 공인전자문서보관소’로 지정, 그동안 종이문서의 ‘사본’ 개념이었던 전자문서가 오는 11월부터 법적효력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자문서 시대의 막이 올랐다.
최근 사무실의 풍경을 보면 전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책상과 사무기기 여기저기 널려있던 종이문서들이 눈의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종이로 보내던 팩스는 전자팩스를 이용해 담당자의 이메일로 보내지고 직접 손으로 작성하던 종이세금계산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세금계산서로 대신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1년 국세청 고시를 통해 전자세금계산서의 법적효력이 인정된 후 현재 건설, 자동차, 제조 등 수많은 기업들이 전자세금계산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반 개인들도 대출계약서·보험증권 등을 찾느라 구석구석 뒤질 필요가 없어졌다. 계약서를 스캐닝해서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보관하면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고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전자문서 시대 개막
이제 종이 없는 사무실의 풍경은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니다. 지난 7월 16일 산업자원부는 스캐닝한 문서가 법적효력을 가질 수 있는 ‘작성절차와 방법’에 대해 고시,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나 은행 등은 그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보관했던 종이문서를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고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많은 종이문서들을 스캐닝 해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보관할 수 있다. 보관된 문서는 언제든지 거래처 등에 쉽게 전송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해당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 물론 스캐닝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전자문서가 법적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고시한 절차와 방법을 따라야 하며 보관도 전자문서를 전문으로 보관해주는 전자문서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사실 종이 없는 시대는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금씩 우리 생활 속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손수 쓰던 편지는 언제부턴가 이메일에 그 자리를 차츰 내주기 시작했고 종이의 대명사인 각종 책들도 e-북에 그 영역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전자문서가 법적효력을 획득하면서 종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명실상부한 ‘전자문서 시대’가 본격 개막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용도 절감되고 편리하네” 사무실 생산성 제고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자문서가 정착되면 연간 은행권 1,500억 원, 보험업 900억 원, 카드사 1,200억 원, 제조업 1조 원 이상의 기업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인전자문서보관소 도입으로 종이문서 생산·보관·유통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업무 프로세스가 전자화됨으로써 사무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 하이스코의 경우, 문서관리 전산화와 표준화된 전자문서 교환으로 업무 효율성이 늘어남은 물론 연간 3억 7,300여만 원이 절약됐으며 업무 처리시간도 1인당 하루 6시간 중 30분이 단축됐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종이문서 발행이 많은 은행권의 경우 현재 연평균 15억매 이상의 종이문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이 문서들을 5년 보관한다고 가정했을 때 1,500억 원의 비용을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역시 연간 2억 매 이상의 종이문서를 만들어내고 이를 보관하는데 1,200억 원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는 63빌딩의 54배 높이로 삼성화재는 문서보관을 위해 6,600㎡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연간 5t트럭 30대 분량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등 해마다 기업들은 종이문서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기업과 기관의 업무환경은 이미 ‘전자문서 시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발전돼 왔다. 이런 이유엔 바로 전자문서가 가져다주는 ‘비용절감’이라는 큰 혜택 때문이다. 또한 전자문서는 분실되거나 화재로 사라질 위험이 없고 언제든지 거래처 등에 쉽게 전송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해당문서를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업무환경의 변화는 당연한 현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처럼 종이문서의 경우 비용, 보관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전자문서는 비용절감, 보관용이, 문서 검색 등의 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전자문서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2001년 국세청 고시를 통해 전자세금계산서의 법적효력이 인정된 후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많은 기업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이번 작성절차와 방법 고시는 기업들의 활발한 전자문서 사용이 기대된다.
전자문서를 통한 글로벌 전자무역 서비스 해마다 증가
전자문서는 비단 국내기업 이야기만은 아니다. 해외업체들과 거래할 때도 종이 대신 전자문서를 이용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7월 29일 글로벌 전자무역 서비스 이용건수가 매년 100% 이상 늘어나면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 비용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글로벌 전자무역 서비스를 더욱 널리 보급하기 위해 원하는 무역업체에 시스템 구축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자무역 서비스란 국내업무에 한정되던 전자무역 서비스를 국가 간으로 확장함으로써 무역업체 등이 해외 업체와 전자문서를 통해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22개 업체에 글로벌 전자무역 서비스를 지원한 결과 2004년 4,000여 건에 불과하던 전자문서 거래건수가 2005년 2만 6,000여 건, 2006년 5만 4,000여 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3만 8,000여 건을 기록했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8개 업체가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건수는 10만여 건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무역부대비용이 줄어들고 무역절차가 간소화되면 고유가, 환율하락 등에 직면한 우리 무역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원을 원하는 업체는 산자부가 지정한 전자무역 기반사업자 한국무역정보통신의 홈페이지(www.ktnet.com)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한 뒤 내용을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삼성SDS, 한국후지제록스, SK, 포스코 등 대거 참여
본격적인 전자문서 시대의 개막과 함께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은 시스템통합(SI)을 기반으로 하는 IT서비스기업과 금융사 내부의 IT전문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KTNET과 LG CNS가 사업 승인을 받은 상태고 최근 삼성SDS가 사업자지정심사신청서를 제출 완료한 상태다. 또한 프린트, 스캐너 등을 제조하는 한국후지제록스는 이미 종이문서를 스캔만 하면 자동으로 규정에 맞는 전자문서가 만들어지고 전자문서보관소에 자동 저장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전자어음 사업자인 스타뱅크는 올해 말 기업과 개인을 한데 아우르는 전자문서보관소를 구축,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문서보관소 사업과 관련한 IT 서비스 사업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35%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계 전반에서 공인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에 줄줄이 나서고 있는 것은 각종 계약서와 물품거래서, 회계서류 등을 법적으로 1~5년씩 또는 영구 보존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더 이상 관련 서류들을 잔뜩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지는데다, 특히 해마다 수십억 원 이상을 쓰는 문서보관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절차는 지정신청-지정심사-지정(처리기간 180일)으로 한국전자거래진흥원에서 서류심사와 현장기술심사를 통해 단위기술평가 및 시범운영평가를 실시한다. 자본금 80억, 전문인력 12인 이상 법인으로 전자문서 송·수신, 보관, 보안, 백업 설비 등이 확보된 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범국가적으로 추진되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이 3호 사업까지 낳으며 법·제도적인 정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기업들도 문서 보관을 위한 자체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재 현재중공업, 현대차,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SK, 포스코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자체 전자문서 보관을 위한 솔루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공인 전자문서보관소 시장 규모는 금융·제조·의료·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오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35%씩 늘어 2012년 3,000억 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 도입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전자문서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전자문서 서비스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생겨났다. 첫째로 전자문서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요금체계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자가 많아지면 요금 역시 사업자 별 편차가 생길 수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타당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현재 산업자원부는 한국무역정보통신 이외에도 2호, 3호 공인전자문서보관소를 지정하기 위해 현재 기술심사를 진행 중이다. 둘째, 신뢰성 확보를 위한 특정 민간기업 독점방지다. 이에 민간사업자들의 자질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셋째, 정전 및 보안사고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글_신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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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결제수단으로 부상한 ‘전자어음’
전자어음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제도 도입 이후 결제 편의성은 물론 안정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이 확산과 함께 금융결제원의 전자어음 운영시스템 참여 은행이 제도 도입 초기 8개에서 14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상반기 중 전자어음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어음 발행건수는 1만 2,191건, 금액은 7,93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387건(110%), 3,912억 원(97.2%)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자어음의 상반기 발행건수 및 금액은 지난해 연간 실적 7,742건, 5,079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자어음 발행이 늘면서 할인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전자어음의 할인건수는 4,139건, 금액은 3,006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1,660건(67%), 290억 원(10.7%) 늘었다. 전자어음 발행건수는 지난 2005년 하반기 250건(85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1,938건(1,054억 원), 하반기 5,804건(4,025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할인건수 역시 지난 2005년 하반기 49건(28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720건(298억원), 하반기 2,479건(2,716억 원)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어음이 어음정보를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 기존 종이어음에 비해 결제 절차가 간편하고 배서 위조 등의 금융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여기에 참여 은행이 늘면서 발행은 물론 할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