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찬반 논쟁
2007-10-09 글/김은예 기자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 의식변화로 새롭게 달궈진 논쟁
우리나라는 고조선시대부터 간통죄를 처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시대상황에 의해 그 처벌을 신분에 따라 달리한 것에 차이만 있을 뿐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그 간통죄에 대한 명맥을 이어 왔다. 그 역사만 보아도 5000년 정도 됐음직한 이 법이 최근 한 현직 판사의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다시금 그 존폐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대불변의 진리, 바뀌어야할 구법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 중에 하나가 간통죄에 대한 일반적인 우리네들의 시각이다. 최근 한 언론 기관에서 실시한 간통죄 폐지에 대한 조사가 눈길을 끈다. 2년 전보다 간통죄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이 오히려 2.9%증가한 전체 70.1%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것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특정한 사회 현상 직후에 실시하는 여론 조사는 그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한남대학교 헌법 관련 성선제 교수는 이슈화 되었을 때 나온 설문조사의 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이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최소한 법이 그것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최후의 보류로 하지 않고 그것을 개인에게 맡겨 놓았을 때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라고 말했다.
1953년 간통죄에 대한 형법 제정 후 1990년, 1993년과 2001년에도 간통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 폐지된 후에도 국가에서 그 법에 관한 공백을 대체할 다른 제도적 방안을 마련한다면 그 시기적 불안감이 덜 할 것으로 본다.
사회적 실리와 실효성 고려한 법의 보완 필수
1953년 간통죄에 관한 형법제정의 취지는 ‘약한 여성을 돕는 것’과 ‘우리의 정조관념을 미풍양속으로 지켜가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54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는 과거와 달리 상승했을 뿐 아니라 그 법의 실형 선고는 10% 미만 수준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로 그동안 간통죄 폐지에 적극 반대였던 여성단체들 조차도 이 문제에 대해 묵인하거나 오히려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급변하는 사회를 수용적으로 받아들여 의식에 변화를 가져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형법 안에 성적 결정권 선택을 가두는 것에서 개인의 선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간통죄의 처벌 전제는 이혼이기 때문에 보호법익인 일부일처제 또는 가정 제도를 건전하게 유지한다는 목적 자체를 자승자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처벌 후 가정이 유지될 수 없어 그 목적은 상실하였고 가정의 해체를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간통죄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법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제도적 장치는 무엇이 있을까? 여성의 사회 경제적인 실리를 위해 재산분할, 양육권 문제, 생활 위자료 등 불리한 면에선 민사적인 차원에서 그 법적인 구속력을 강화함으로 그 실익을 논하기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남대학교 형법 관련 교수인 조현욱 교수는 이미 그의 2000년 논문에서 절충론을 마련하였다. 그는 간통죄의 처벌은 민사상의 손해배상제도와 부부의 재산분할청구권, 재산의 공동 명의제, 공동양육권 등에 의해야 하지만, 현재의 국민의 지배적 가치관에 따른 실질적 법규범을 존중하고 형사 정책적 관점의 의미에서 명예형과 사회봉사명령과 같은 특별법에 의한 제재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덧붙여 현재의 법령형인 2년 이하의 징역은 과중하고 다른 형벌규정과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벌금 또는 구류형 등을 두는 선택적인 처벌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현욱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이혼을 전제로 한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한 걸음 나아가 제 3자의 고소나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고소의 내용으로 개정되어야 하며, 또 1차 판결 선고 전의 고소의 취소만 인정하고 있으나 유죄판결 후의 재결합 의사도 존중되어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한편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간통죄가 폐지되면 간통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일반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요소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간통은 개인의 윤리?도덕의식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간통률의 저하를 목표로 법보다 윤리의식이나 성관념에 대한 교육이 우선시되어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간통죄에 관한 각국의 시각
■간통죄에 대한 각국의 입법 사례
-처의 간통만을 처벌하는 불평등주의
-처의 간통은 항상 처벌하고, 남편에 대해서는 축첩만을 처벌하는 차별주의 : 이탈리아
-부부 모두의 간통을 똑같이 처벌하는 쌍벌주의 : 우리나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의 경우 일부 주형법전
-간통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불벌주의 : 독일, 영국, 프랑스,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일본, 미국의 경우 모범형법전과 상원을 통과한 연방법원 등
■덴마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 간통죄 폐지를 주장했고, 주마다 간통죄 인정 여부가 다른 미국도 ‘모범형법전’을 통해 간통죄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 형법의 모법이 된 일본도 1947년 간통죄를 폐지했다. 외국의 입법례는 법사상과 법적 재제 필요성에 의해 간통죄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배우자가 아닌 자와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세계 각국의 나라들 역시 간통죄를 폐지할 것인가 대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간통죄를 폐지한 나라들 중 간통죄 폐지 후 간통이 더 늘어났다거나 사회적 문란이 심해졌다는 통계는 아직까지 없고 그로 인해 간통죄가 다시 부활하였다는 나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