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2007-10-25     글/강미선 기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마당 축제
소수자와의 문화적 공감 통해 소통의 장 마련

소수자(마이너리티) 집단의 범위가 폭넓어지고 있다. 장애인, 노인, 여성, 빈민 등이 전통적으로 알려진 소수자 집단이었으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전체 결혼의 13%가 넘는 국제결혼, 그리고 그 결과로 태어나는 수많은 혼혈아로 인해 소수자 집단의 범위가 폭넓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아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약소자들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배려를 통해 한 국민으로 통합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는 이러한 사회적 노력을 실천하기 위해 꾸준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과 의정부시사회복지협의회, 의정부예술의전당 공동 주최로 9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린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는 소수자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행사이다. 주최측은 사회 소수자를 ‘육체적,문화적 특질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고 불평등한 차별대우를 받아 집단적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 정의했으며 장애인, 이주노동자, 탈북인, 혼혈인, 성적소수자, 성매매여성, 노숙자, 불우아동 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안산 예술의 전당 구자흥 관장은 이번 행사를 주최하며 “한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이해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어느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가치이자 덕목이다. 그리고 건강한 문화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보람이기도 하다.”며 시민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를 만들기 위한 소통의 장 열어
올해 삼 년 째 실시되는 이번 문화제는 시작부터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예년보다 행사 장소가 북부와 남부 2곳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인권 만화전, 이주여성과 아이들전, 마당극, 실내극, 소수자 예술발표회, 음악회 등 다양한 볼거리로 더욱 풍성해졌다. 경기문화재단과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는 소수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첫날인 9월 7일 오후 3시 전시회를 시작으로 오후 4시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박경은 박사와 경인일보 양훈도 부국장,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박경은 연구위원 등 각계인사 10여명이 모여 ‘다문화가정의 차세대를 위한 문화복지 대안 마련’ 이라는 주제 아래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의정부 예술의 전당 이진배 사장은 “다문화가정에 있어 자녀들의 교육문제는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정통성의 혼란으로 이것은 곧 암과 같은 정신적 장애가 되고 있고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 될 수 있는 씨를 이 땅에 뿌려놓은 나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모두가 문화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정체성을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함께 변화해야만 다문화 가정의 교육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성동외국인 관리 센터 김준식 소장은 “지방자치단체내에 문화, 교육, 복지를 담당 할 수 있는 거주외국인을 위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센터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센터들이 다양한 기능을 실행하여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을 온전하게 키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목소리로, 한국청소년정책 오성배 연구위원 또한 “다인종, 다문화의 평화족 공존을 위한 준비를 전담할 기구가 필요한 때가아닌가 생각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의정부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박노희 사무국장은 “국제결혼 가정의 건강한 부부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한 정책들이 만들어졌을 때 가정이 해체되지 않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으며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당당한 인간으로서 자기 맡은 바 임무들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름다움 만들기 권영환 대표는 콜로키움을 마치면서 “오늘 이 만남이 좋은 연결고리가 되어서 경기도문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촉발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어두운 현실을 짚어보며 이들이 더욱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토론회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더 진행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사회 각계 인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러한 토론의 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소수자와의 막혀 있는 담이 허물어지고 소통의 장이 활짝 열리길 기대해본다.



소수자 문화주체와의 공감 통해 다양한 문화 경험
한편 기지촌 출신 혼혈인의 소외문제, 실상, 혼혈인 지위 향상을 위한 영상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다큐멘터리 속 혼혈인인 박명수는 과거 비참했던 기지촌의 기억과 어머니의 기억 사이에서 고통과 분노를 느낀다. 영화는 박명수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현재의 일상을 다룬다. 그리고 박명수의 모습을 통해서 기지촌 여성이었던 그의 어머니를 만난다. 이렇게 영화는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기지촌 영화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 혼혈인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소위 ‘기지촌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다. 그들은 ‘단일 민족’이라는 허상에 물든 한국인의 순혈주의 앞에서 냉대와 멸시의 대상으로 차별받아왔다. 영화는 우리에게 혼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8일에는 소수인권만화 전시와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의 전통요리를 만들어 소개하는 다문화 음식축제가 열렸다. 이 자리는 소수자 문화주체들과의 공감을 통해 다양한 문화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어 소수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활동 발표회 ‘공감’이 펼쳐졌다. 소수자들의 문화를 예술 활동을 통해 드러내고 소수자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 할 뿐 아니라 소수자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북돋고 가족, 친척, 친구, 일반인들이 다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그밖에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 여성이 한국에 정착해 한국의 또 다른 소수자들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마당극 ‘일곱 빛깔 무지개’와 소수자 예술인들이 펼치는 야외 음악회 ‘상생’ 등이 열렸다. 사회문화제 행사가 열리는 기간동안 소수자의 삶을 여러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소수자 관련 영상물, 전시회, 수화, 점자, 휠체어면허시험 등 장애 체험행사도 열렸다.



'더불어 사는 사회'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어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는 소수자를 향한 우리의 편견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맥락에서 소수자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3년 째 실시되는 이번 행사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 즉 인권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 문화제’ 축제는 여전히 계속 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열린 문화―닫힌 사회’를 경험해 왔다. 다른 나라의 문화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도 사회적 소수자, 외국인 근로자나 약소국이민자를 향한 냉대와 차별은 우리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사회적 차별과 냉대가 함께 철폐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완성되고, 다수와 소수의 구분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다인종·다국적 사회로 바뀐 상황에서 더이상 국적이나 부모의 출생지만으로 한국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이제 이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길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이야기한 이번 축제를 통해 ‘우리’가 되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을 바로 보고 이해함으로써 소수자들을 우리의 진정한 일부로 받아들여 진정한 그들과의 축제의 장이 앞으로 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