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 국제화사업/이상천 IJSO-2008 조직위원장(경남대 교수)

2007-10-17     취재/김혜현 기자
한국의 우수 두뇌,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
경남도, 과학영재 교육 허브로 세계적 모델 제시

지난 9월 10일부터 사흘간 창원 컨벤션 센터에서는 APEC 국가 내 과학영재 교육 협력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3회를 맞이한 이번 APEC 포럼에는 APEC 21개 회원국 중 12개 회원국의 15명과 국내 전문가 등 20여명의 과학영재 전문가들의 진지한 토의와 발표로 진행 되었다. 특히 각 국의 과학영재 교육 시스템을 소개와 과학영재 교육을 위한 회원국 간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 정책 개발에 대해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었고 4차 포럼을 위한 기초 작업도 이루어 졌다. 특히 APEC 과학영재 네트워크 시스템과 멘토링 센터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의견교환과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는 이번 포럼은 국제과학영재들을 위한 국제협력 사업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이하 APEC) 과학영재 전문가 포럼(실무위원장 이상천 경남대 교수)이 이렇듯 주목받는 이유는 경남도의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유치와 ‘제5회 국제 중등과학 올림피아드’ 개최, ‘ASEAN지역 과학영재 센터’ 설립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에서 이정도 규모의 국제기구나 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경남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업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과학영재 네트워크 허브로서 초석을 마련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말처럼 경남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진행됐다. 여기에 지난 4월 마산에서 개최된 ‘ASEAN+3 과학영재 전문가회의’에서 13개국 과학영재 전문가 30명이 참여해 국제적 위상을 갖춘 과학영재센터를 운영하기로 협의한 사안까지 포함한다면 경남도가 차세대 과학영재 육성의 메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다.
특히 영재교육에 있어 리딩그룹(leading group)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국제 영재교육 센터 및 행사를 잇달아 유치한 것은 명실상부한 ‘과학영재 교육의 허브’로 자리매김 하게 됐음을 시사한다.


경남 ‘국제 과학올림피아드’ ‘과학엑스포’ 함께 열려
세상을 바꾸는 최전선에는 언제나 과학자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뛰어난 과학기술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재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은 어쩌면 숙명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영재 교육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상천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한 사람의 영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데 삼성만 보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도의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설립’과 ‘국제중등과학 올림피아드 유치’는 대단히 의미 있는 신호다.
앞으로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는 21개국 과학영재를 위한 미래과학자 캠프와 사이버교육, 온라인 교육매체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영재들을 과학자와 엔지니어, 과학영재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멘토와 연결시킬 것을 목표로 오는 2010년까지 계속적인 투자를 통해 센터 설립과 네트워크, 홈페이지 구축, 멘토-멘티 학술 캠프 개최, 전문가 포럼 및 학술지 발간 등 5대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에 있다. 또한 2008년 여름에는 처음으로 각국의 최우수 멘토-멘티의 학술 교류의 장을 열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의 성격으로 현재 과학영재발굴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과기부의 지원에 의해 발간하고 있는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에 실기로 협의하였다.
2008년 12월에 열릴 제5회 국제중등과학 올림피아드(IJSO)는 세계 70개국에서 900여 명의 중학생이 참가해 과학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이 대회는 과학영재 조기 발굴과 이공계 우수 인재의 육성 및 국제친선교류 등을 목적으로 과학 전 분야에 걸쳐 객관식, 주관식(이론) 및 협동 실험 3종류의 시험을 치른 뒤 국가, 개인별 성적으로 메달을 결정하고 국가 종합순위와 개인 종합 순위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산업과학 기술력과 과학영재교육 우수성 전파
지난 3월 23일에는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대회 준비를 위한 조직위원회 사무국 개소식을 경남대 산학협력관에서 가졌고, APEC 과학영재 멘토링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도 2008년 즈음에는 구체적인 센터의 모양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이제 영재교육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자들이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설립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앞으로 APEC 회원국의 과학영재들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은 물론이고 각종 교육매체 공유 및 우리 산업과학의 기술력과 과학영재교육의 우수성이 그대로 전파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세계의 학생들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며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도록 독려하는 ‘청소년과학학술지’는 혁신적인 아이템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청소년과학학술지는 청소년들이 멘토의 지도나 친구들과의 연구를 통해 쏟아놓는 논문들 중 가장 우수한 논문을 중심으로 학술지를 엮어 1년에 3~4번씩 발간하는데 이번이 벌써 3년째다. 앞으로는 한국이 본부가 돼 APEC 각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수 논문을 공모하며, 논문검토 및 우수논문 선정은 해당 국가의 지정위원들이 담당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흥미를 유도하고, 과학영재의 조기 발굴 및 육성에 기여하게 되며, 세계라는 무대에서 각국의 과학영재를 만났을 때 공감대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다.
향후 각 나라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각기 진행된 연구와 실험성과를 발표하고 모범사례를 만들어 포럼을 개최하는 등 세계적인 네트워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계획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재 유망아를 영재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시급
1980년대 초반 과학인재육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과학영재 붐이 일었다. 83년 경기과학고등학교를 시초로 90년대 초까지 각 시,도에 16개의 과학고가 설립됐고, 영재 교육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후 과잉된 교육시장은 너나할 것 없이 ‘영재’라는 단어를 상품처럼 이용했고 영재를 영재답게 교육하는 기관을 찾는 일은 더 어려워져 버렸다. 어떻게 영재를 교육하느냐하는 방법론을 두고 많은 학자와 관련 기관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성공적인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이상천 교수를 필두로 한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설립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 교수는 “영재가 부모의 프라이드를 높여주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창의력은 무시된 채 단순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게 되면 아이들은 ‘예비 영재’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전락해 버린다”고 설명한다. 영재들은 빠른 학습속도와 특정분야의 주제에 깊이 있게 몰두하는 지구력 등을 갖고도 이들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고 있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재의 열악한 교육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영재들은 학습부진아, 부적응아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재성이 뛰어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적 처방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상천 교수는 오래전부터 “어떤 분야이든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일반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죠. 이런 영재들을 제대로 이끌어 줄 교육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고 말해 온 장본인으로 영재 교육에 남다른 애정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과학영재 시스템 구축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98년 당시 전국 9개 대학교에 설치됐던 과학영재교육센터 중 경남대학교 과학영재교육 센터를 맡아 2005년까지 우리나라에 맞는 과학영재센터의 시스템과 교육방식 등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던 과학영재 교육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예비 영재들을 선발해 기초와 심화교육을 실시했고,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멘토로 교수 연구실에서 특별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 매년 평가는 전국 최우수였다.
“영재는 타고나는 것보다는 잘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잘 키워 진다”는 13년 영재 교육의 값진 교훈을 얻은 그는 기본 소량을 가진 학생들은 반드시 그 재능을 개발해주는 도구와 선생님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부를 필두로 해 지금까지 세계의 우수한 교사진과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상천 IJSO-2008 조직위원장(경남대 교수) 인터뷰
'경남도 과학영재 교육의 메카로 자리잡는 신호탄'
오랫동안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우리나라의 영재 교육에 대한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과학인재육성정책의 일환이었던 과학고의 설립은 명문대 입시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변질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 입학한 과학영재들은 어떤 분야이든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들로서 과학영재교육센터는 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교육한다. 특히 우수한 교수진과 심도 높은 교육과제, 해외 대학과의 연계 등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해 세계를 이끌어 갈 과학인재를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대학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카이스트와 같은 우수 이공계 대학교의 입학을 보장하며, 미리 대학의 학점을 딸 수 있는 AP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번에 과학기술부의 과학영재발굴육성의 국제화 방안으로 APEC이나 ASEAN+3 와 같은 과학영재관련 국제기구와 행사를 지방에 유치함으로써 경남도가 과학영재교육에 메카로 자리 잡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이런 국제기구와 행사를 유치한 것에 대해 격려와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경남도와 많은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이런 사업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또 영재를 교육하는 국내외 모든 기관에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설립, 2008년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유치, ASEAN+3 과학영재센터 설립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이상천 2008 IJSO 조직위원장은 경남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장과 전국과학영재교육원협의회장을 역임하였고 지난 2004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 이후 계속 한국중등과학올림피아드 대표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IJSO)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수석부회장, 과기부 과학영재교육 추진위원, APEC 과학영재 멘토링 센터 설립 추진위원장 및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 편집장 등을 맡는 등 과학영재와 관련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경남대학교 나노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