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버팔로 빌, 그리고 한니발 렉터…눈 뗄 수없는 긴장감 압권

2019-08-04     박한나 기자

[시사매거진=박한나 기자] 3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 방영되고 있는 영화 ‘양들의 침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1년 제작된 영화 ‘양들의 침묵’은 조나단 드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 스콧 글렌, 테드 레빈, 앤서니 힐드 등이 출연했다.

스탈링은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다.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강도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자 스탈링은 삼촌의 목장에서 살게 된다. 그곳에서 양들이 도살되는 걸 본 어린 스탈링은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든 양들을 구해보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은 너무도 어리고 힘이 없다. 공포에 떨던 양들의 울음소리가 스탈링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런 스탈링의 아픔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사람이 렉터 박사다. 그는 버팔로 빌을 추적하는데 있어 스탈링에게 그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게끔 유도한다. 버팔로 빌 역시도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깊은 소외감을 느끼는 자다. 그런 의미에서 렉터의 추적은 스탈링과 버팔로 빌이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의 정서를 건드리는데서 출발한다.

‘양들의 침묵’은 말초적이고 일차원적인 공포심만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인물 내면의 깊은 슬픔의 이유를 끄집어내며 그 아픔이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스릴러물이다. 토머스 해리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스릴러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하다. 여기에는 버팔로 빌의 기괴함도 있겠지만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가 주는 위악의 이미지가 세운 공이 크다. 2003년 미국영화연구소는 감독, 배우, 비평가를 대상으로 영화 속 최고의 악당을 물었고 한니발 렉터 박사가 일순위로 뽑혔다.

‘싸이코’(1960)의 노먼 베이츠,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의 다스 베이더가 그 뒤를 이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로 돌변한 앤서니 홉킨스를 보며 연기하던 상대 배우 조디 포스터는 실제로 그를 보는 게 두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의 명연기도 놀랍다. 스탈링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독학으로 FBI 견습 요원이 됐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외롭게 자랐지만 그녀 안에는 어떤 담대함 같은 게 있다.

스탈링이 렉터 박사를 상대할 때나 피해자들 주변을 탐문해갈 때가 특히 그렇다. 무엇보다 스탈링 자신도 어렸을 때 겪은 아픔이 있는 자로서 세상의 약자, 힘없는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뭔지를 잘 알고 있는 눈빛이다.

앤서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가 제64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휩쓴 것만 봐도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아카데미는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까지 모두 ‘양들의 침묵’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