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합창단 X 전남 강진군, “화합과 평화를 위한 연주회,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북소월 남영랑, 영랑의 손녀가 읊어낸 ‘모란이 피기까지는’ (6/26)

2019-07-05     강창호 기자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국립합창단의 올해 두 번째 기획공연이 지난 6월 26일(수)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시인 김영랑의 고향 전라남도 강진군과 함께 “화합과 평화를 위한 연주회”라는 타이틀답게 그 어느 때보다 함께 꾸미는 의미가 깊었다.

공연은 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시어들을 엮어 작곡한 창작곡들을 가지고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이명주, 소리꾼 고영열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그리고 아나운서 황수경의 진행으로 펼쳐졌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100여 분 가량 진행된 공연은 시인 김소월의 <*못잊어(작곡 조혜영)>, <*산(작곡 하대응, 편곡 진규영)>, <첫 치마(작곡 김형주, 편곡 장일남)>, <*초혼(작곡 김신)>과 시인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작곡 오병희)>, <*LUNA(작곡 오병희)>, <*모란이 피기까지는(작곡 우효원)>, <*북(작곡 우효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작곡 오병희)>, <바다로 가자(작곡 우효원)>를 가지고 초연(*) 및 공연을 펼쳤다.

손녀의 목소리로 전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음악을 병풍삼아 시낭송을 펼친 손녀의 목소리는 마치 협연을 펼치듯 청아하면서도 강단있는 울림으로 모두를 향해 민족 서정시인 김영랑을 알렸다.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우리 민족에게 아름다운 정서를 고취시켰던 영랑 김윤식의 세계를 노래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 대해 문화예술전문지 ‘THE MOVE’ 임효정 발행인은 “두 작곡가(우효원, 오병희)의 초연 창작 가곡은 새로운 발견이었다”며 “'북소월 남영랑'의 시에 의한 모든 노래들이 시가 음악을 만나 가곡이라 이름 할 때, 발현되는 특별한 감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쳤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립합창단과 강진군 그리고 ‘북소월 남영랑’

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을 일컬어 ‘북소월 남영랑’이라 부른다. 김소월은 1902년생으로 평북 구성 출신이며 김영랑은 1903년생으로 전남 강진 출생이다. 이 둘 모두 일제강점기에 암울한 민족의 현실에서 민족의 한과 맞닿는 우리의 가락으로 가슴 저미는 대표적인 아름다운 명시 두 편을 우리에게 남겨주었기에 당시 사람들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시에 취해 “남에 영랑이 있고, 북에는 소월이 있다”고 했다.

소월(素月) 김정식은 1934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 126편을 남겼으며 1981년 예술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받았다. 또한 영랑(永郞) 김윤식은 1950년 그의 나이 47세에 타계하기까지 87편의 시를 남겼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자 항일 민족 지사로 일컬어진다. 특히 그의 생가는 1986년에 전라남도 지방문화재 지정, 2007년 국가 민속 문화재 승격, 2008년 금관문화훈장, 2018년 건국포장을 추서 받았다.

이번 국립합창단의 기획공연은 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서정시와 창작음악과의 만남이 관객에게 통했던 무대였다. 시의 운율과 선율의 조화 그리고 훌륭한 출연진들에 의해 펼쳐진 공연은 한국 합창음악의 세계적인 수준을 가늠케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특히 국립합창단과 강진군이 ‘함께’라는 의미로 펼친 이번 공연은 영랑 김윤식 사후 68년, 소월 김정식 사후 84년이 지나고 있는 오늘에도 그들의 시어들은 여전히 새로운 감동으로 모두의 가슴에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