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알바 ‘애인대행’

2007-09-04     글_이현지 기자
‘애인대행’ 인터넷 사이트, 성매매 창구로 전락
각종 포털, 케이블 TV 사이트 게시판에 희망자 글 쇄도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역할대행’아르바이트로 ‘자신’을 팔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일 애인이 돼주는 애인대행부터 여행동반, 룸메이트, 마사지, 청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인터넷 역할대행중개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 최근엔 TV드라마에서도 ‘애인대행’을 소재로 삼을 만큼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애인대행’의 경우 성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지난 8월 16일 인터넷 교제사이트를 통해 남성들과 접촉해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특별법 위반)로 여대생 이모(21)씨 등 20대 여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여성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박모(46·교수)씨 등 성매수자 2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이른바 애인대행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프로필을 올리면서 ‘비건 대행(비건전 애인대행)’이라는 은어로 남자 회원들을 유인해 1차례에 3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재력이 있는 남성들을 속칭 ‘스폰서’로 칭하며 10차례 성매매를 조건으로 한꺼번에 200만 원을 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성매매 온상 우려 ‘애인대행’사이트, 처벌규정 없어
각종 포털사이트에 버젓이 광고까지 하고 있는 이들 사이트에는 애인이 되어주겠다고 글을 올리는 이들이 가장 많다. 여성에게 ‘특별한 오일 마사지’를 제공하겠다며 은밀한 서비스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남성 마사지사들도 있다. 2박3일 여행 동반을 해주는데 50만 원 가량을 달라며 사진을 올리는 여성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게시물도 대부분 남성이 여성을 구한다는 내용. 이처럼 이들 사이트들이 은밀하게 온라인상의 불법 성매매 중개업소 노릇을 하며 급속히 퍼지고 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부산에서 40대 남자의 애인대행을 하던 20대 여성이 검거됐으나 법적근거가 없어 성매매 처벌을 피해나갔다.
최근 ‘애인대행’을 소재로 한 TV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며 대중들에게 별나고 아르바이트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처럼 로맨틱하지도, 해피앤드로 끝나는 경우도 없다.
현재 인터넷 검색창에 ‘애인대행’이란 단어를 쳐 넣으면 수십 개의 사이트가 검색되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사이트에는 애인 역할을 해 줄 사람이나 애인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일정 수수료만 내면 글을 올린 사람의 사진이나 연락처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상당수 사이트가 가입자 인사글에 ‘잠자리 보장’ 뭐든지 합니다‘ ’침대에서도 애인‘ 등 성매매를 뜻하는 글들로 도배돼 있는 등 성매매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 경찰은 이들 사이트가 사실상 성매매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애인대행 사이트에서 만난 남녀가 실제로 애인 역할만 대행했는지 성매매까지 이루어졌는지는 밝혀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애완남 한번 키워보시겠습니까?
케이블 채널 코미디 TV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의 시청자 게시판이 주인을 찾는 펫(애완동물)들의 장소로 전락했다.
‘능력있는 여성과 건장한 청년이 주인과 펫(애완동물)으로 만나 한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과 약간은 위험한 에피소드’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꽃미남은 단지 펫일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만화에 이어 드라마로 제작돼 큰인 기를 얻은 ‘너는 펫’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방영 초기부터 이슈를 모은 작품이다. 이처럼 아찔한 소재로 화제를 모은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의 시청자 게시판에 일부 젊은 남성들이 “자신을 키워 달라”며 글을 올리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코미디TV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출연을 희망하는 펫의 신청이 많지만 일부 남성이 여성 주인을 찾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방송 취지에 맞지 않는 불순한 의도의 글이 올라올 경우 해당 글과 아이디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시 대기하고 있다가 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욕망을 채워 주는 애완남,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은 페트족이다. 이들에게 수백만 원의 월 수입 정도는 우습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엔 이미 화려한 능력을 자랑하는 애완남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성인 인증을 요하는 채팅방에서는 방 제목만 보기만 해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엔조이’ ‘급만남’ ‘술 한잔’ 등 한 단어에서 ‘결혼한 사람은 일탈을 꿈꾼다’ ‘나도 유부녀 앤 만들고 싶다’ ‘저를 분양 합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 등 외도를 연상케 하는 방 제목이 “어서 들어오라”고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애인대행’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새로운 성매매 창구 구실을 하며 급속히 퍼지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한 은밀한 성매매와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애인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남녀가 계약관계로 위장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변종 성매매를 단속하고 엄벌할 법적 근거가 제때 마련되지 않으면 애인대행 사이트가 성매매의 온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애인대행, 적절히 선만 긋는다면 할 의향 있어”
아르바이트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적절히 선만 긋는다면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아르바이트천국’은 최근 구직자 3,766명을 대상으로 가사도우미, 과제도우미, 하객 대행, 친구·애인 대행 등 ‘역할대행’ 아르바이트에 대한 구직자들의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 최근 성매매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애인대행 아르바이트와 관련해 인식을 묻는 질문에 ‘적절히 선만 긋는다면 간단히 애인이 되어주는 것은 상관없다’고 답한 사람은 1,634명(43%)에 달했다. ‘성 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이므로 안된다’고 답한 사람은 1,421명(37.8%)이었다. 이어 ‘모르는 사람과 만나 데이트 하는 자체가 두렵다’는 응답은 541명(14.3%), ‘대우가 좋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사람도 135명(3.5%)에 달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실제로 역할대행 경험자는 전체의 11%로 402명이었다. 전체의 89%인 3,364명이 해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역할대행 알바를 해봤다는 응답자 중 남자가 250명 ,여자가 152명 나이별로 세분화 하면 10대가 15명, 20대는 349명, 30대는 30명, 40대는 6명, 50대는 1명이 차지했다. 20대가 가장 많이 경험 해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대 중에도 대행알바를 직접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가 되면 직접 해보고 싶다는 의견은 1,823명(48%)에 달해 대행아르바이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반면 이색알바이긴 하지만 꺼려진다는 의견이 1,106명(29%)에 불과했다. 그 외 시급이나 처우조건이 좋다면 무슨 일이든 꼭 해보고 싶다는 의견 560명(15%),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역할대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277명(7%) 순이었다.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는 하객대행(1, 759명, 47%)이었으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애인대행(1051명, 30%)이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응답을 한 이유는 ‘재미있고 이색적일 것 같아서’라는 의견이 57%차지했으며 ‘힘이 덜 들 것 같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행알바가 확대되는 이유에 대해선 ‘3D업종은 피하고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1,741명(46.2%)으로 가장 많았다.
역할대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키스대행처럼 건전치 못한 대행의 경우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1,642명(43.6%)이었으며, 다음으로 ‘돈만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 확산’(20.58%), 대행알바를 악용한 범죄·사기(18.51%), 남을 속이는 일을 수행(14.34%), 부모대행, 하객대행 등 가족해체 현상(2.97%) 등이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