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박희조 경남지부장

2007-08-02     취재/박용준 차장
떡의 세계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보기 좋고 먹기 편한 떡을 상품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명절 때 절식으로, 혹은 관혼상제 때 풍속 음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떡이 요즘 모양도, 크기도, 먹는 방식도 달라졌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할머니, 아주머니들이나 찾던 떡집이 이젠 아파트 상가나 대형 마트 또는 휘황찬란한 백화점마다 없는 데가 없다. 그뿐 아니라 대도시 지하철역엔 빵집은 없어도 떡집은 꼭 있다. 이참에 아예 이 음식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 수 없을까 연구하는 사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야 가장 맛있게 된다는 떡의 인기가 올라가고 세계적인 음식이 된다면 개방화 시대에 신음하는 우리 농업에 새로운 희망이 싹틀 수 있지 않을까.

떡집의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떡을 만드는 곳은 등록업체만 1만8,000여 곳이고 등록되지 않은 떡집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3만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떡시장 규모가 연간 3조원으로 추정되면서 떡 프랜차이즈도 속속 생겨나고 최근엔 대기업까지 가맹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창업 컨설턴트 등 창업 관련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떡 체인점이 ‘2007년 블루오션 창업 5대 트렌드’에 포함되기도 했다. 떡을 배우려는 인구도 크게 늘어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떡 관련 강좌에만 한 달 평균 1,500명의 주부·학생·예비 창업자와 떡집 경영자 등이 찾아온다.


다시 돌아오고 있는 우리 ‘떡’
떡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그 맥을 함께하는 고유의 전통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우리의 주식은 밥이 아니라 떡이었다. 벼농사가 보급되기 이전 각종 곡물이 생산되자 가루로 빻아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이 떡의 기원이다. 이후 농사와 도구가 발달하면서 주식 자리를 밥에 내준 떡은 관혼상제·농경의례·토속신앙 등 우리 전통문화와 더불어 발전하면서 행사 음식으로, 절식으로, 별식으로, 혹은 권력의 상징으로 맛과 모양과 재료도 다양해져 무려 200여 종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근·현대화 바람을 타고 몰려온 서구식 식생활과 패스트푸드에 밀려 한동안 행사 구색용으로 전락해야 했다. 만들기도 번거롭고, 눈길을 끌지도 못했으며,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맛에도 미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떡이 우리 앞에 당당하게 돌아왔다. 바쁜 직장인들이 웰빙형 아침식사로 인절미를 먹고,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꿀떡과 절편을 준비한다. 등산객들은 휴대가 간편하고 맛도 좋은 다양한 찰떡을 배낭 속에 챙겨 넣고 있다. 떡케익은 이제 환갑잔치에서 유치원 생일잔치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보편화됐을 뿐 아니라 성탄절 기념 파티용으로도 빵케익 대신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뿐만 아니라 떡 관련 축제장은 전통 문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려는 가족 등 관광객이 수천, 수만명씩 참가하며 성황을 이룬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07 떡 박람회 및 제5회 전국 향토떡 만들기 경연대회’에는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살린 떡 120종이 전시돼 우리 식품의 우수성을 뽐냈고, ‘경주 한국의 떡과 술잔치’에는 6일 동안 연인원 59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떡 세계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가 시급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떡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떡 판매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4월 경기도와 ‘경기미 소비 확대를 위한 떡산업 육성 협약식’을 갖고 서울 명동점 등 3곳에서 경기미로 만든 떡 3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소비자 반응에 따라 취급 지점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국내 200여개를 비롯해 전세계에 1만 3,0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떡 제품이 외국 매장에도 전시·판매될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현지에서 개발된 메뉴를 추가,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한 떡 메뉴는 맛과 모양이 훌륭하고 반응도 좋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떡의 세계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인절미는 위에 좋다고 알려져 직장인은 물론 수험생의 아침 대용식으로도 잘 나가고 있듯이 각 지자체내 농산물 소비 촉진 차원에서라도 서구식에 익숙한 신세대의 눈을 끌고 입맛을 당길 수 있는 떡들을 지역별로 특색 떡을 한 가지씩 개발해 일본 ‘와카시(화과자)’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전시켜야겠다. 아울러 오랜 기간 유통할 수 있도록 저장성을 향상시키고 떡의 맛과 모양은 물론 용기와 포장의 개선은 선결과제이다.



(사)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박희조 경남도지부장 인터뷰
“우리 떡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2005년 (사)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의 간곡한 권유로 경남도지부장을 맡게 된 그는 이미 마산지부에서 떡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사비를 털어 대학과의 기술연구공조, 각종 전시회 개최, 회원단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 회원들은 대부분 생계형으로 영세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분들로 기술계발이나 조직적인 활동을 통한 정보공유 등의 체계화된 떡 생산에 무관심했습니다” 며 협회의 출범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35여 년간 어김없이 새벽4시에 일어나 떡을 만들었고, 고객들이 주문한 물량은 밤을 세워서라도 정해진 날짜에 제공하였다. 성실하고 일에 대한 빈틈없는 성품 때문은 직원들과 회원들에게도 항상 청결과 최상의 재료 선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도청을 방문하여 전통떡과 신제품의 시식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어 내기도 했다. “아직 미흡하나마 우리 떡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름지고 건강을 위협하는 외국 먹거리에 당당히 맞서 전통 먹거리인 떡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에 우리떡을 군급식 등 단체급식에 쌀로 만든 떡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를 학교급식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선 학교의 급식 담당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학교급식 영양사들의 모임인 경기도 영양사회는 최근 지역 내 떡 업체와 연계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특식으로 떡을 공급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떡 제조업체들도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며 이 같은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몇몇 떡가공업체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소포장하는 것은 물론 포장지 겉면에 재료의 성분·원산지·열량 등을 자세히 표기해 식생활 개선을 위한 아이들의 의식 제고에도 한몫하고 있다. “35년 동안 내가 만든 떡은 우리가족이 먹는 떡이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방앗간에서 직접 만들지 않고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유통떡을 파는 이들이 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고 앞으로 낙후된 떡 제조 기술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