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고용대책
2007-08-02 글_이준호 기자
11개 부처, 4개 연구기관 중심 ‘한?미 FTA 고용대책단’ 구성
지난 6월 28일 정부는 한?미 FTA의 체결로 인한 고용안정 대책을 위하여 노동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농림부, 해양수산부,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과 4개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들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단을 구성하였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향후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 국민소득 증대, 일자리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대다수의 경쟁력이 낮은 업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범정부적 ?한미 FTA 고용안정대책단?을 구성하여 한미 FTA 발효에 따른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실업자에 대한 고용대책은 ‘○○○지원금’ ‘△△△장려금’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보다는 취업문을 넓히거나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 위주로 구성되어 왔다. 이것은 각종 명목으로 사업주 또는 개인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로 현재 그 종류만 40여개나 된다. 이런 지원금들은 대부분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내는 있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률을 안정시키고자 정부차원에서 여러 형태의 지원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청년실업대책으로만 2003년 3,132억 원, 2004년 6,056억 원, 2005년 7,885억 원, 2006년 7,573억 원이 투입됐지만 현재 청년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한?미 FTA타결로 인한 실업률은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어낸 일자리도 저임금·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직자 생계안정을 위한 실업급여를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인식되어지고 있어 근본적인 제도의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한·미 FTA로 발생될 실업자에 대한 대책은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FTA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실직자와 FTA 실직자를 어떤 방식으로 가려낼지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며,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의 동상이몽
정부는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증가 및 소비자 선택 폭 확대 등 거시적 경제효과에 따른 후생수준이 GDP대비 2.9%(20조 원)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한?미 FTA가 없을 경우와 비교하여 우리 경제의 실질 GDP를 6.0%(2018년 GDP 추정치 기준 약 80조 원) 성장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매년 GDP의 0.32% 증가와 5만 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 되고,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GDP의 6.0% 성장과 함께 34만 명의 고용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IMF때와 같은 단기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지만 산업계 전반에 걸쳐 많은 노동시장의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변화가 불가피 할 것이며, 1차 산업과 미디어, 제약, 철강, 화학 산업과 같은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꼽고 있다. 반면 자동차, 섬유, 서비스 업종은 한?미 FTA의 수해 업종으로 시장영역의 확대와 그에 따른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박사는 “업종별로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를 중심으로 2~3년 내에 폐업과 업종 변경 등의 효과가 단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 고용창출 효과는 그보다 더 장기적이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러 연구단체에서는 한미 FTA 시행 후 예상되는 고용시장 변동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정부도 그에 대한 정밀 예측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발표된 자료를 토대로 한?미 FTA에 따른 실직자 수는 최소 수 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을 모으며, 최대치로는 10년간 24만 명이 기존의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비관전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지만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고착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한미FTA가 국내고용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추계로는 1차적 실업이 최소 16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피해가 가장 심각한 농업의 경우 KIEP 출신 유태환 교수(목포대)는 24만 명, 농촌경제연구원은 14만 3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KIEP 추산 9만 6천여 명, 산자부(정인교 교수용역) 추계 6만 8천여 명, 민주노동당은 최소 5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연구는 모두 1차적 실업자만 계산한 것이고,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2차적 실업은 빠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농업생산 감소가 중소도시의 관련 산업에 연쇄적 영향을 미쳐 일어나는 실업, 농업노동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노동력 과잉에 따른 실업 등은 계산되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당장 수십만의 실업발생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내놓은 피해대책에 대하여 노동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보고자료를 보면 ‘한미FTA 고용안정대책단’이 올 4월에야 구성됐고,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용보험기금 등을 활용해 실직노동자 고용안정 방안 등 ‘무역조정종합대책’을 6월에서야 마련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한미FTA가 3년 내 관세의 94%를 철폐하는 높은 개방도를 달성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강도 높은 FTA를 추진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대책은 물론 체결 후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정부의 안이한 대책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고용대책
정부는 한?미 FTA에 따른 실직 근로자들의 빠른 재취업을 위한 전직지원과 능력개발 등 고용안정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행 운용하고 있는 고용지원 센터를 활용하여 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FTA 신속 지원팀’을 신설하여 비준발표시기, 무역조정근로자 현황 등을 파악하여 2007년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2008년에는 16개 시?도의 종합고용지원센터부터 설치?운영 할 방침이다. 또한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 적용자료 수집이 어려운 취약업종에 대한 현장기동팀의 가동과 홍보강화로 적용누락을 최소화하는 한편 농어민의 경우 농특회계를 활용한 능력개발기회의 확대와 영세자영업자를 위하여 고용보험 임의가입제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 수강지원금을 활용한 실직자의 능력개발활동을 지원 할 방침이다. 또 고용유지와 전직 지원 강화를 위한 지원서비스의 확충이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 훈련, 인력재배치 등의 고용유지 조치를 실시할 경우 현행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임금의 최대 2/3을 지원해 오던 것을 최대 3/4으로 확대 조정하여 사업주의 부담완화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업종 전환시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도모할 수 있다. 또 고용조정으로 이직(예정)자에게 전직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소요비용의 일부를 지원 하던 ‘전직지원장려금(연간 1인당 300만)을 한시적으로 소요비용의 전액을 지원(현행 2/3~3/4 지원)할 수 있도록 확대하였고, 사업주가 전직지원장려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사협의’절차를 거쳐 전직지원계획서를 수립하여야(사전에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함)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전직지원장려금’ 제도는 기업을 매개로 하고 있어 폐업한 기업의 근로자는 수혜를 받지 못하였지만 업종 또는 지역 단위로 전문업체를 공모?선정을 하여 전직지원서비스 민간 위탁제도를 도입함으로서 그동안 개인별로 전직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미흡하여 기업단위의 전직지원이 불가능했던 노동자들에게까지 확대?실시함으로 전직 지원 서비스의 강화와 재직자 훈련프로그램의 연계를 강화하여 근로자의 능력개발을 원활히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훈련비용을 사전 지원하는 ‘근로자능력개발카드제’(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고용지원센터에서 직업훈련을 수강할 수 있는 카드를 신청?교부받아 노동부의 인정을 받은 훈련과정을 수강하는 제도), ‘훈련바우처’(훈련비용을 쿠폰 또는 카드형식으로 수령하여 본인이 원하는 훈련기관에 제시한 후 훈련서비스를 받고 훈련기관은 쿠폰을 정부에 제시하여 훈련비용을 받아가는 방식)제도의 확대를 통한 수요자 중심의 훈련비 지원방식으로 혁신함으로서 무역조정으로 인한 피해기업과 여타 중소기업의 전직지원서비스 소요비용부담을 제거함으로써 소속근로자의 전직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인별 취업지원서비스제공을 통하여 실직자의 조속한 재취업을 위해 개인별 심층 상담을 통해 각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 정보 제공 기능을 확충하여 직종별 인력수급전망을 매년 발표하고 민간부분 일자리와 함께 정보 제공 일자리 정보까지 한곳에 모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일자리 정보 시스템(Work-net)을 보안 할 계획이다. 이로써 구직등록시 심층 상담을 강화하고 직업전망 및 구직자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선별?지원 할 수 있다.
한편 훈련 수요에 따른 과정이 수시로 개설될 수 있도록 지역별 훈련과정 공모제를 도입함으로서 한국 폴리텍대학 및 직업훈련기관(직업훈련), 인력공단(자격), 소상공인지원센터(창업지원), 건강보험공단 등 대학?민간기관을 통하여 무역조정근로자를 위한 훈련과정을 개설시 우선적으로 승인하고 인력부족 직종, 지역전략산업 등에 대한 훈련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무역조정근로자가 훈련프로그램에 참여를 신청할 경우 지원대상자로 우선 선정하여 훈련연장급여 지급수준을 상향조정(현행 구직급여의 70%)하여 훈련기간 중 생활안정지원을 강화 하였다. 또한 성장사업 능력개발 등을 통해 적극적인 고용확대를 창출하여 섬유, 자동차 등 고용지원 부분에 대한 훈련을 지원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인력양성으로 현장성 높은 훈련 프로그램 개발 과 훈련을 실시하여 인적자원개발협의체(2005년부터 자동차, 조선, 섬유 등 10개 산업별 협의체 구성?운영)가 직접 또는 위탁훈련을 실시하고, 거점대학(2007년 지역 거점대학을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며, 2008년 성과평가 후 전국으로 확대 예정)을 활용한 고품격 훈련을 강화하여 대기업-협력업체-거점대학 등 컨소시엄 형태의 훈련을 통해 산업별 수요를 반영하고, 지역산업 등과 연계된 지역 특화형 고용정책(예시:조선전문인력양성-부산 동명대 등)의 토대를 마련하여 현행 지역고용?인적자원개발사업을 적극 활용한 구조조정이나 인력수요가 확대되는 지역을 집중 지원하는 등 전문적인 훈련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FTA체결 국가를 상대로 한 해외 취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해외 취업 지원체제에 대한 재편을 추진하고 주요국가에 구인처 개척, 구인업체 확인, 취업자 사후관리 등 해외 현장에서 상시적인 업무 수행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FTA가 모두의 ‘무릉도원’은 될 수 없다.
한·미 FTA 체결은 5년간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10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FTA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실직자 대책과 FTA 실직자 대책이 뒤섞여버릴 경우 정부의 한·미FTA 지원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자격조건을 강화해서 한미 FTA로 인한 실직자가 맞는지 가려내야 하고, 그 후로는 소득보전책이 가미된 신속한 재취업을 도모해야 지원 대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노동부 박종길 고용정책팀장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기존 전직서비스 제도와 재취업 제도를 FTA 실직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하며, 특히 한·미 FTA 수혜 업종에 대한 집중적인 직업훈련이 가능하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잊지 않았다. 예를 들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제약업종에서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섬유·의류업종으로 근로자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끔 사전 전직훈련을 강화하고, 이와 함께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농어업 분야 인력에 대한 전직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업대책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용보험과 무관한 농어민에 대한 직업훈련은 사실상 미비하였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FTA 시대에서는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물보상 위주의 농어민 피해대책에서 탈피해 농어민 지원금 중 일부를 노동부로 넘겨 전직을 원하는 농어민에게도 직업훈련 혜택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협상 내용을 꼼꼼히 따져 보고 그로인한 피해 기업과 근로자 대책을 세우는 일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한국경제는 평균적으로 1%의 성장률 증가로 인하여 7만 5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전개되는 미국과의 FTA는 한국의 경제 성장촉진 효과를 가져 올 것이며 이에 따라 상응하는 일자리 창출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대부분의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피해보다는 이익을 누리거나 적어도 더 많은 기회를 누릴 것으로 예상 되고 있지만, 정부의 말처럼 교역 증대, 투자ㆍ고용 확대, 생산성 증가와 선진화 등의 국익에 반해 국민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FTA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소외되고, 희생되는 국민이 없도록 정부도 더 많은 근로자에게 고용안정대책이 미칠 수 있도록 고용안전망을 강화시키고, 고용지원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