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혼이 담긴 기타
2007-08-09 취재_김영란 차장/김진은 기자
‘소리의 명품화’를 생각하며 ‘진짜기타’ 만들기에 주력하는 장인 2세대
발 문 : 맑고 깨끗한 소리의 기타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훈훈해 지는 악기다.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명품화된 ‘수제기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수제기타로 위장한 가짜 기타들이 난립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장인기타의 심기윤, 장성철, 정춘수, 오봉찬 이 네 명의 장인들은 수제라는 용어를 빼고 수공예(Arts and crafts)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기타 하나하나에 그들의 혼과 열정을 담아 좋은 소리를 가진 ‘진짜기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타에 대한 단순한 애정에서 시작된 일이 세계적 명기 제작의 꿈으로 이어지게 된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자.
기타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장인의 길로 들어서다
우리나라 기타 시장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주로 O.E.M방식으로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고, 내수용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환율문제로 수출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반면에 수입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수입구조 또한 고가 제품군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으로 이른바 ‘메이커’라는 선진국 등의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고, 중저가 제품들은 낮은 인건비 등을 무기로 중국을 필두로 한 동남아산 제품 등이 휩쓸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기타 산업은 한마디로 산업적 부가가치가 없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기타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마저도 한국에서 생산된 기타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외국 유명 브랜드에 의존하여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타라는 악기의 특성상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브랜드 제품이라도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생산 되어져 음조차 맞지 않는 엉터리 기타가 브랜드의 명찰을 달고 대량으로 한국으로 수입되어 오기도 한다는 사실은 정작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악기들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되고 있는 것이 우리 기타 시장의 상황이다. 우리나라 악기 시장에서 더욱 아쉬운 것은 문화의 다변화로 인해 기타에 대한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암흑기와 같은 현실에서 장인기타의 장인들은 기타에 대한 애정과 좋은 소리에 대한 열정하나 만으로 기타제조시장에 뛰어 들었다. ‘정말 좋은 제품이라면 수요는 있다. 소리와 질로 승부 하겠다’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공략했지만 매장도 갖지 않고 홍보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아 경제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친 세월을 기타와 함께 해오며, 기타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기에 장인기타 멤버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3여 년간을 경제성 없는 수공예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제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기와 그에 맞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기술력과 노력의 결과물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7080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마니아층까지 형성되어 장인기타는 ‘명품’으로 인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높은 호응들은 그들의 미련할 만큼의 고집과 철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기타는 상품이 아니라 생명체다
통기타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쉽게 접근 할 수 있어 사람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악기 중의 하나다. 이런 통기타의 대중적 특성상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싸게 보급되는 기타가 많은 반면, 장인기타는 대중화된 제조 방식을 탈피하여 제조에 있어서도 수작업과정을 고집하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장인기타의 통기타 제작 방식은 14세기부터 15세기에 유행했던 공방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기타의 제작단계에 있어서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한사람이 제조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타를 만드는 사람이나 그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단순한 기타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심 대표는 귀띔한다.
통기타와 오베이션 기타를 제작하는 오봉찬 씨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우클레라를 제작했던 정춘수 씨의 수공예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 그리고 세고비아 기타 설립자인 김진영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세고비아 기타를 이끌어 온 실질적 주체인 장성철 씨가 제작하는 어쿠스틱 기타, 전기 기타 등 수공예라는 정성과 노력으로 열정을 담아 기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심 대표는 기타를 빗대어 ‘생명체’라고 일컫는다. 생명체인 나무를 사용하여 제작되는 기타 또한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라는 것이다.
“기타 또한 타 생명체와 같이 충격을 받거나 변화가 생기면 제대로 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원음으로 되돌려지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라며 심 대표는 기타를 소중하게 다루어 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심 대표는 이러한 충격과 변화도 치명적이지만 기타를 ‘방치’하는 것은 기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 표현했다. 사람에게 가하는 무관심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기타장인들의 기타에 대한 애정은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닿아있다. “기타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벗이 되어주는 생명체입니다. 그러한 존재에겐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심 대표의 모습에서 단순한 악기로서만이 아닌 기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기타 제조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것
선후배 사이로 이루어진 장인들은 기타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사연들이 있다. 심 대표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기타의 매력에 빠져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직접 기타를 제조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목적으로 기타를 제조하기 시작한 장인들도 있지만 계기야 어떻든 어느새 기타의 소리에 빠져버린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장인기타의 장인들은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쉽고 편안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여태껏 기타제조에 심취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기타는 단순히 ‘겉모습’이 아닌 ‘소리’ 즉 예술의 창조와 같은 것이다.
인터넷 주문을 받아 맞춤 방식으로 제조하는 장인기타는 기타의 외관만 보고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외양적인 것보다 ‘소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기본이 있어야 한다는 장인들의 의식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엄격하면서도 ‘소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돋보이는 이들의 사이트는 천여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인기타에서 만든 기타만 10대 이상을 가진 마니아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는 장인기타는 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4명의 장인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좋은 소리를 가진 세계 최고의 기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심 대표는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 기술을 이어갈 후학 양성이 시급한 부분이라 강조했다. 장인들의 애정과 피나는 노력으로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고 있는 장인기타가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명기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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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윤 대표 인터뷰
“한국 수공예 기타의 진가를 보여 주겠다”
■앞으로 장인기타의 목표는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자인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기타가 한국의 전통악기는 아니지만 친숙한 악기인 만큼, 한국적인 회화 작품을 접목 시킨다던가, 기타 자체의 모양을 한국적인 것으로 고안하여 독특한 한국의 멋을 살리려 한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재 나전칠기를 접목한 Moon Flower 달꽃 300호가 탄생되었으며, 이 작품은 국내를 뛰어 넘어 세계 유일의 모델임을 자부하고 있다. 악기의 최상화로 좋은 소리를 찾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며 원재료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에서 자란 나무를 이용하여 장인기타의 노하우를 통해 100% 한국 것으로 최상의 수공예 기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컴퓨터의 전자음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벗어나 반드시 기타가 아니라도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살아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타라는 악기를 ‘존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는 생명체로 인식해 주었으면 한다. 생명체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악기는 절대 가격이나 브랜드만 따지지 말고 ‘소리’가 악기 본연의 소명임을 염두 하라고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