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시달리는 바른미래의 미래는


총선을 향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

2019-06-05     박희윤 기자

[시사매거진 254호=박희윤 기자]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선출된 이후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 요구’와 ‘퇴진 불가’가 팽팽히 맞서며 내홍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총선을 맞아 바른정당계, 국민의당계 국회의원들이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할 것이라 는 시나리오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과연 바른미래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기호 3번으로 총선을 치룰 수 있을 것인지 바른미 래당의 내홍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정계 개편의 시나리오를 진단해본다. 또 양당제의 폐해를 주장하며 제3정당으로서의 바른 미래당의 모습에 대해서도 진단해 보고자 한다.

오신환 의원 원내대표 선출

지난달 15일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로 바른정당계 재선의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을)이 선출됐다. 오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제1공약’으로 손학규 대표 퇴진과 함께 창당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역할론’을 전면에 들고나온 바 있다. 그런 그가 선출된 것은 결국 ‘손학규 체제’로는 더 이상 어렵다는 당내 위기감이 작동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김 후보와 가장 다른 포인트는 현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관점”이라며 당 대표 교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손 대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사실상 손 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안철수·유승민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두 분은 어찌 보면 창당한 창업주로서 책임감이 그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제대로 당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 거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이 만들어주신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라며 ‘사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공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를 당헌, 당규에 따라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을 손학규가 기필코 지켜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총선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당 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 당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정치 싸움으로 번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분명 한 것은 바른미래당이 소멸한다면 정치가 다시 극한 대립의 이념 정치로 회귀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적 이해 관계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는 행태를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평생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하는 저 손학규는 계파가 아니라 국민과 민생을 위해 ‘제3의 길’을 끝까지 지킬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진흙탕이 된 최고위원회 회의

지난달 17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자리는 그야말로 ‘진흙탕’이었다. 오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당선 후 첫 최고위 회의 참석으로 극한 대립이 예견되었다. 실제로 손 대표 퇴진을 이유로 최고위 회의를 보이콧하던 바른정당 출신의 최고위원들도 이날 회의에 자리했다.
오 원내대표는 “후배를 위해 용단을 내려달라는 게 원내대표 경선 의총에서의 민심으로서 민심을 따르는 게 책임주의”라며 “당 전체가 불행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는데 우리 당의 노력이 힘을 받고 지지를 얻으려면 당 내부가 조속히 정비되고 정상화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어제 당 대표가 같은 당 동지를 수구보수로 매도하면서 의원들의 총의를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참으로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권주의, 수구보수란 표현에 대해선 사과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일 의총에서 화합과 자강, 혁신하자고 약속하면서 민주평화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통합하는 일도, 총선 연대도 없다고 못 박았는데 누가 수구 보수이고, 패권주의냐”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도 “올드보이·수구세력의 당내 청산이 급선무”라며 손 대표 퇴진 주장에 가세했다. 반면 손 대표가 지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인 국민의당계 문병호 최고위원은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망신 주거나 대표 몰아내기로 몰아가선 안 된다”며 “따지고 보면 (바른정당계가) 보이콧을 한 게 비정상의 시작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 당이 손학규 당이냐, 손학규는 혼자 남은 고립된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사퇴하지 않는다. 죽음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것으로 당을 살리고 총선에 승리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라며 “대표 재신임 투표 같은 건 당헌에 없다”고 퇴진 불가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손 대표의 주요 당직자 임명 강행

손 대표가 지난 20일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에 임재훈 의원,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오 원내대표를 포함한 다른 의원들과 다시 한번 갈등을 빚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책통인 채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진작 생각했고, 사무총장은 사무처 당직자로 사무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임 의원을 임명했다. 최 의원은 많이 사양했지만 지금 원내 의원으로 (수석대변인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임명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단독 결정에 대해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정 현안을 대응하는 자리”라며 “그렇다면 임명권을 떠나서라도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긴급하게 아침에 갑자기 안건을 상정해 날치기 통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협의를 거치는 것도 생략하고 임명 강행하겠다는 것은 당헌 당규를 무시하고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정책위의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채 의원은 내홍이 치닫게 된 계기인 강제 사보임의 당사자”라며 “손 대표는 더 이상 혼자 당을 운영하려 하지 말고 민주적으로 운영해달라”고 말했다.

정계 개편의 신호탄?

바른미래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야권발 정계개편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손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을 위한 계파 간 주도권 다툼이 더욱더 불거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바른정당계·국민의당 호남계가 보수와 진보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만큼 당권투쟁에서 패배할 경우 어느 한쪽이 집단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도권을 잡은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옛 새누리당 출신의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가 보수당과 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유승민(대구 동구을)·하태경(부산 해운대갑)·이혜훈(서울 서초갑) 등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구에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내년 총선 전에 보수 정당과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유승민·안철수’ 공동체제로 전환해 자유한국당 등과 연대하기 전에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반대로 김동철·박주선 등 호남계는 민주평화당과 합당 혹은 제3 신당 창당 등 ‘호남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점점 보수화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간판으로 호남 지역에 나갈 경우 필패(必敗)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성엽 신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보수화 돼 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 “제3지대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며 호남계 연대 가능성을 드러냈다.

손 대표의 역습 시나리오?

최근 손 대표 측에서는 7월 당무위원회를 구상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당무위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 의결기관으로, 현재 바른미래당에는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무위 구성은 손 대표와 가까운 ‘비례대표’ 제명과도 연결돼 있다는 시각이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당무위를 꾸린다면 비례대표 제명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제명은 당적은 바른미래당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해 당원권정지 징계를 받은 3인(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 중 2인(박주현·장정숙)이 유력하다. 이 의원의 경우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출당 혹은 제명 조치를 당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의 징계를 풀고, 제명을 하면서 민평당에 갈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권파 3인(임재훈·채이배·최도자)을 제명하고, 손 대표와 호남계가 민평당에 가면서 ‘제 3지대’세를 규합한다는 시나리오다. 
당헌상 비례대표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므로 문턱이 높다. 하지만 당무위원회에서는 당헌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제명 요건을 낮출 수도 있는 셈이다.
만약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된다면 교섭단체는 바뀔 수도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 수는 총 28명이다. 이중 당권파와 호남계 등을 합하면 11명(박주현·장정숙 포함)이다. 민평당 의원 수가 14명인 점을 감안할 때 총 25명이 완성돼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반면 바른미래당에 남은 안철수-유승민 연합군은 15명이다.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 이상돈 의원을 합해도 17명에 불과해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이 경우 정계개편의 키는 손 대표와 민평당의 ‘제3지대’가 쥐고 원내 협상력까지 갖춘다는 점에서 향후 패스트트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진을 했어도 ‘역공’에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바른정당계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당무위를 구성해 기술적으로 가능하겠지만, 저렇게까지 만들어진 정당이 대체 어떤 감동을 주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자산과 국고보조금

바른미래당의 자산은 바른미래당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을 만드는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바른미래당의 자산은 현재 최소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교섭단체 유지 여부에 따라 국고보조금도 차이가 크다. 정당법상 국고보조금은 원내 교섭단체가 총액의 50%를 먼저 나눠 갖고, 의석수와 총선 당시 득표수에 따라 나머지 정당이 50%를 나눠 갖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9석이었던 바른미래당이 24억70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반면, 비교섭단체인 평화당은 6억4000여만원을 받아 4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정당법상 분당 사태가 발생하면 당 간판을 갖고 남아있는 쪽이 자산을 모두 갖는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아서 버티면 자산을 다 가질 수 있으니 서로 ‘네가 나가라’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유승민은 총선에 전면 등장

사실 안 전 대표는 이미 여러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것은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말해 주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면서 밀어붙인 바른정당과의 합당 결과가 실패작이 된 것은 그의 정치적 판단력과 리더십에 대한 회의를 낳는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안철수 개인으로서는, 대선 패배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정국 변화에 따라 국민의 눈길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는 기다릴 줄 모른 채 당 대표로 나섰고, 당내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이 내려놓고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한 정치인의 행보로 비쳤다. 
대선 이후 안 전 대표가 무리하게 벌인 정치적 기획들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됨에 따라 그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보인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행보는 스스로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이제 안 전 대표가 귀국해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 해도 과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많은 유권자들에게 이제 안철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이미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유승민 전 대표의 위상이 그동안 회복된 것도 없어 보인다. 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은 그에게는 한층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근본적 고민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전면에 나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총선을 통한 재기는 피해 갈 수 없는 산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가치는

안철수·유승민의 복귀 움직임 속에서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두 사람의 복귀를 위해서는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통한 체제정비가 선결조건이지만, 손 대표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누가 당을 이끌든 바른미래당이 쪼개지지 않고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과 유 전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를 갖는 구성원들, 특히 호남 지역 의원들의 경우,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해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유승민 체제가 아무 탈 없이 다시 연착륙하기에는 바른미래당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문제는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정국을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이래, 한 번도 화학적 결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내분을 반복해 왔다. 국민 보기에 낯 뜨거운 광경만 낳은 당시 통합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한 번도 머리 숙이는 성찰의 모습을 보인 바 없다. 바른미래당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을 이쯤에서 던지게 된다.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과는 다른 노선을 가진 제3의 정당들은 필요하다. 그것이 꼭 바른미래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원적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정치가 되기 위해 중도정당, 진보정당, 개혁적 보수정당, 녹색정당 등도 모두 골고루 성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존재가 과연 그 같은 다당제 발전에 순기능적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싫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바른미래당은 언제나 학수고대해 왔다. 바른미래당은 수없이 다당제를 지키겠다는 말을 해 왔지만, 제3정당으로서의 진면목보다는 또 다른 구태가 됨으로써 오히려 다당제 정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