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분쟁

2007-08-22     글/신혜영 기자
끊이질 않는 무역 분쟁…신경전 언제까지 계속되나
美-中, 양국 상품 놓고 무역갈등 격돌…EU에 이어 아시아까지 中제품 감독 강화

미 식품의약국(FDA)이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에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며 리콜 및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한데 이어 치약과 장난감, 타이어 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중국산 해산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입 금지 결정이 또 다시 무역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규제 가능성을 시사해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 중국산 상품의 안전성 문제가 미국에서 계속 터져 나오면서 양국간의 감정싸움은 격해진 상태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마찰이 심상치가 않다. 미국은 올 들어 중국산 오염된 애완동물사료 수입금지(3월 30일), 독성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 함유한 중국산 치약 수입금지(6월 1일), 중국산 장난감 기차에서 납 성분 검출돼 150만개 리콜(6월 17일), 중국산 타이어 45만개 리콜 명령(6월 27일), 새우 등 중국산 수산물에서 인체 유해살균제 검출(6월 28일),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미 조미료에서 살모넬라균 검출(7월 4일)까지 미국이 올해만 벌써 6차례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리콜 및 검역강화를 내리는 등의 입장을 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해 통관 금지 등의 입장을 보이며 양국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美, 중국산 동물사료, 치약에 이어 타이어까지 논란
올해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마찰을 살펴보면 지난 3월 미국은 애완동물이 중국산 사료를 먹고 집단 폐사하자 중국에 포장사료 6,000만개에 대해 리콜을 요청했다. 당시 미 FDA는 중국에서 수입해온 중국산 애완동물 포장사료에 플라스틱 용기나 비료 제조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의 신화 통신은 “검역총국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독성물질 사용을 인정하며 자국 관련업체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초치로 성의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에 반발해 미국산 야채류에 대해 검역강화를 지시, 미국을 자극했다.
이후 6월에는 중국산 치약에 대해 수입을 전면 보류하자 중국은 “원료의 산지가 중국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6월 3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은 “중국산 치약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함량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미국의 권고는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하며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으로 치약을 수출할 때 디에틸렌글리콜의 함량 등 치약 성분 정보를 FDA에 제공하고 있으며 성분 표시도 이미 FDA에 등록, 미국에서 판매가 허용된 것”이라며 “디에틸렌글리콜은 독성이 약하고 몸속에 축적되지 않는데다 암이나 기형을 유발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6월 중국산 타이어의 안전 문제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뉴저지 당국은 미국 뉴저지주의 포린 타이어 세일스가 수입하는 중국산 타이어 45만개에 결함을 확인하고 리콜을 요구했다. 문제의 타이어는 밴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타이어 파열로 인해 지난해 이미 미국에서 성인 남성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명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은 시보레밴 전복사고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자 측은 수입사와 제조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중국산 불량 타이어에 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 미 의회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개입할 조짐이다. 이 같은 미국 내 강경론에 맞서 제조업체인 항저우중처도 강력 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2위의 타이어 제조업체인 항저우 종세 러버사는 타이어의 파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박, 리콜 조치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외국 업체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이 애완동물 사료와 치약 유해 파동에 이어 납 성분 장난감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높은 가운데 타이어까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중국산 상품에 대한 불신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논란이 잇따르면서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무역 분쟁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산물 등 중국산 또 시끌, 새로운 무역 분쟁 예고
뿐만 아니다. 6월 28일 FDA는 자국에 들여올 수 없는 항생제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메기, 바사(베트남메기), 새우, 황어, 장어 등 중국산 양식 해산물 5품종의 수입 금지를 내렸다.
데이비드 아시손 FDA 식품국장은 “불법물질을 함유한 수산물을 먹을 때 당장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먹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 특히 암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FDA는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산 수산물을 먹고 질병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중국 수출업자들이 자신들이 양식한 어류는 해로운 물질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수입제한조치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의 언론이 대대적으로 중국 수산물의 오염 사실을 보도하는 바람에 중국산 수산물의 미국 수출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의 리창장 국장은 “우리는 미국산 수입품의 질에 문제가 있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서 “미 식품의약청(FDA)의 중국산 양식 수산물 수입 금지는 차별적인 조치여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7월 4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농림부가 중국산 재료로 만든 조미료에서 식중독 원인균인 살모넬라가 검출됐다며 관련 제품 회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미 식품의약국이 지난 6월 28일 새우, 메기 등 중국산 어패류에 인체에 유해한 살균제가 검출됐다면 수입금지를 시킨 지 1주일만이다. 미네소타 농무부는 이날 ‘살모넬라 원즈워스’ 박테리아의 변종이 식품제조업체인 로버츠 아메리칸 구르메사의 스낵 ‘베지 부티’ 샘플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농무부는 “이 변종 박테리아는 유전자 지문 분석 결과 최근 미국에서 식중독 사태를 몰고 온 박테리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의 회사가 같은 조미료를 사용해 만들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중인 다른 제품들도 회수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중국 당국은 미국 정부의 공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강조, 중국 질검총국은 “중국에 반입된 미국산 해산물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항생제 문제로 자국 해산물이 자동적으로 억류되거나 무조건적으로 반품·조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6월 8일 미국산 건포도와 건강보조제에도 박테리아가 득실댄다며 수입품을 반송 폐기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미국산 오렌지과즙 및 말린 살구에 대해 통관금지조치를 내렸으며 미국 식품도 문제가 많다고 공식 경고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중국산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더욱 확산되고 제품 안전성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 새로운 무역 분쟁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무역마찰, 이제는 EU에 이어 亞까지 확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 관계자는 지난 6월 29일 미 FDA가 메기, 바사(베트남메기), 새우, 황어, 장어 등 중국산 양식 수산물 5종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미국 FDA를 따라 중국에서 수입되는 해산물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에서 수입이 금지되는 물품은 유럽에서도 금지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EU 당국은 중국과 이를 논의 중이며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에서 수입이 금지되는 물품은 유럽에서도 금지 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EU는 중국산 치약에 자동차 부동액 등 산업용으로 쓰이는 화학물질은 ‘디에틸렌 글리콜’이 발견되자 회원국에 감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U 회원국인 이탈리아의 농민연맹(콜디레티) 로마지부는 6월 들어 ‘이탈리아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토마토로부터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중국산 식품에 대한 규제 조치 이후 중국산 양념과 저장식품, 통조림 토마토 등이 이탈리아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경계수위가 아시아 국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6월 일본 수입업체 3곳도 중국산 치약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고, 말레이시아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홍콩은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파크앤샵’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야채에 홍콩 최초로 농장의 이름과 주소 등 채소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보여주는 컴퓨터 바코드를 부착했다고 광고를 시작했다. 필리핀도 국수와 사탕, 생선 완자 등 중국산 식료품에 대한 감시를 착수했다. 이미 일본도 중국산 뱀장어가 일본의 안전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역을 강화한 바 있으며 대만 역시 건조 버섯과 대나무에 중금속이 들어가 있다고 발표하는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경계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일단 식품류에 ‘불량품’이 많다고 고백하며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도 미국이 자국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한데 맞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국가의 대응이 과장된 것이라며,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다른 방향을 표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마저 중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검사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 상품의 안전성문제가 국제통상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오데드 쉥커 교수는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며 “중국 업체는 제조 과정에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뉴스위크는 독성물질이 든 생활용품과 음·식료품, 불량 타이어 등 최근 중국산 수출품들의 위험성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지난 20여 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문제가 잇따라 제기돼 중국을 뒤흔들고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괜한 트집잡기 중”…중국, 양면작전 구사
중국산 수입품의 안전성을 사사건건 문제 삼는 미국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싸움은 당분간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간의 수입금지 조치 및 리콜 등의 문제가 이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까지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괜한 트집잡기’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2,33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낸데다 위안화 절상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엉뚱하게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 사회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 이에 중국은 무조건 부인하고 발끈하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세계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하자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 그 일례로 중국 식품위생 당국은 지난달 말 유해식품 제조공장 180개를 폐쇄했고, 지난 6월 29일 신임 위생부장에 비공산당 인사인 천주 중국과학원 부원장을 임명했다. 지난 7월 4일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은 식품 분야를 포함한 114분야의 7,2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9.1%가 수준미달로 나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농산물과 비료, 살충제류의 경우 불합격률이 19.5%였고 과일 음료는 1/5이 불량이었으며 젤리 스낵과 음료, 과일 통조림 및 건어류를 포함한 많은 식료품들도 박테리아 혹은 첨가물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외교관들은 미 의회와 언론에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해명자료를 뿌리는 등 사태 진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기존의 협박조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왕신페이(王新培)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은 교역간의 모순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이 무역마찰을 일으키면 중국도 WTO 회원으로서 지닌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 위안화 절상되면 필요한 조취 취할 터
한편, 뉴스위크는 7월 7일자 최신호에서 “중국 당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미지를 품격 있는 제품으로 최소한 믿을만한 상표로 개선시키지 않으면 세계의 소비자들은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중국의 수출 드라이브 경제기적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수출품보다도 중국용 내수품들을 만드는 공장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엔 가짜 항생제를 먹고 6명이 숨지고 80명이 앓아누웠으며, 2004년엔 불량 이유식을 먹고 50명의 아이가 숨지거나 200명이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선 해산물 식품에서 남성의 정자수를 줄어들게 하는 첨가물이 적발되는가 하면 콩 요리 소스에선 치면적 중금속인 비소에 오염된 머리카락이 다량 발견됐고, 패스트푸드를 먹은 7살 여자아이는 비정상적으로 가슴이 커지고 6살 남자아이는 얼굴에 수염이 나는 일도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앞서 중국이 말한 바와 같이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절상되고 있는 가운데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속도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 정부는 필요한 조취를 취할 것”이라면서 “미국 상품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시장 개방 등 중국의 경제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폴슨 장관의 발언은 최근 오염된 중국산 식품을 둘러싸고 양국간 무역마찰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무역 분쟁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