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슈베르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그리고 청중...

예술의전당,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젊음의 노래’ (5/ 10, 12, 14)

2019-05-22     강창호 기자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가 지난 5월 10일, 12일, 14일 3일간의 일정으로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 3대 연가곡 <겨울나그네> 24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20곡, 그리고 <백조의 노래> 14곡 이렇게 모두 58곡이 한 장소에서 연주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슈베르트 스페셜 리스트’ 이안 보스트리지와 앙상블 피아니즘의 최절정을 보여줬던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연주는 "서울국제음악제 이래 전설적인 공연이었다"고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다 준 3일간의 리트(lied, 독일가곡) 축제였다.

“인간과 환경”

이번 ‘2019 서울국제음악제’는 “인간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지구촌에 함께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공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공연이다. 따라서 그 첫 순서로 진행된 ‘봄 콘서트’는 31살에 생을 마감한 청년 슈베르트의 삶을 생각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다시 되짚어보는 의미로서의 공연이었다. 슈베르트 3대 연가곡에 나타난 청년의 방랑기는 곧 슈베르트 자신의 삶에 관한 ‘고통’의 이야기이자 지구촌 환경 가운데 또 다른 ‘고통’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겨울나그네>를 통한 청년의 좌절과 방랑은 곧 우리 시대의 고통과 슬픔으로 다가왔으며,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서의 실연과 죽음은 곧 슈베르트의 절망과 처절한 절규로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백조의 노래>를 통한 아름다운 사랑의 테마는 잠시 잊었던 5월의 사랑과 푸르른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3일 동안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이안 보스트리지의 열연한 노래와 그의 눈빛은 슈베르트 연가곡의 중요한 가치와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했으며, 반주와 노래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추를 조절한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섬세한 앙상블은 그가 왜 독보적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드레이크가 있기에 보스트리지가 존재한다는 또 하나의 반증이었다.

또 다른 아티스트...

특히 공연장에는 또 다른 아티스트가 존재했다. 바로 관객들이다. 무대 위 이안 보스트리지와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연주에 같이 호흡하며 마음으로 함께 했던 그들은 때론 열렬하게, 또는 숨소리조차 아끼며 들리지 않는 응원과 눈물 그리고 격려로 공연은 한층 격조 높은 예술의 경지를 오갔다. 또한, 이외에도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이번 공연은 독일가곡과 슈베르트를 보다 심층 있게 접하며 연구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날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활동을 통해 감동적인 수기를 올려준 관객들의 다양한 리뷰는 이번 3일간의 공연이 가져다준 감동의 깊이가 어떠했는지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셋째 날(14일)의 감동을 담은 <백조의 노래>는 오는 7월 11일(목) 오전 2시 55분과 12일(금) 오전 3시 10분에 KBS중계석을 통해 그 현장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가을에 다시 만나는 ‘2019 서울국제음악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펼치는 ‘2019 서울국제음악제’가 지난해 10주년을 기념으로 다양한 10개국의 문화 예술에 중점을 두고 음악적 교류를 시도했다면, 이제는 지구촌이 직면한 ‘공존’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매회 펼치는 다양한 음악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성 회복과 아울러, 앞으로 우리는 인류의 ‘공존’에 관한 숙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고민을 다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국제음악제는 과거 2009년 첫 시작을 기점으로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된 이래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노-쇼 캠페인>, <로컬 프라이스 티켓 프로젝트>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클래식 공연 관람 기회를 위한 캠페인을 펼쳐왔다.

또한, 서울국제음악제는 그동안 클래식 음악계의 비좁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유수의 클래식 음악들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노력해옴과 동시에 ‘음악을 통한 화합’이라는 처음 목표를 잃지 않고 꾸준히 지금까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캠페인과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17년, 2018년에는 ‘서울시대표예술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가을에 다시 만나는 ‘2019 서울국제음악제’는 봄 콘서트 때와는 달리 보다 다양한 공연과 국내외 많은 아티스트들의 참여 그리고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클래식 음악 팬들을 다시 맞는다.

오는 10월 22일 <한·헝 수교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작곡가 펜데레츠키(K. Penderecki, 1933~)의 내한과 아울러 <성 누가 수난곡> 한국 초연 등 11월 8일 커티스 음악원 출신들의 폐막공연까지 모두 12개의 공연과 35개의 프로그램을 펼쳐 보인다. 이에 대한 자료와 티켓 예매는 7월 중 진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