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실(Choi Young Sil), 제18회 개인전 ‘바람이 분다(Passa il vento)’
2019, 5. 1 ~ 5. 19 더숲갤러리(노원구 노해로 480 조광빌딩 B1)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바람과 기억이 그리는 그림, 바람이 전하는 풍광을 그려온 최영실 작가의 제18회 개인전 ‘바람이 분다(Passa il vento)’가 노원구의 더숲갤러리에서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바람의 구도(構圖), 바람의 구도(求道)
바람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세상 구석구석 숱한 곳을 거치고 머물다가 다시 바람길을 떠난다. 거쳐간 곳에서의 숱한 경험과 기억들을 간직하며 또 다른 낯선 곳으로 바람길을 떠난다.
작가 최영실의 작업은 또 다시 떠나는 바람길을 닮았다. 오늘의 바람, 어제의 바람, 기억 속 그때의 바람도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바람이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바람과 바람에 대한 예전의 기억에 덧대고 덧붙여지며 지금 이 순간의 바람을 그려낸다. 최 작가는 바람이 전하는 메시지를 마치 한 단어도 놓칠 수 없는 선각자의 말씀 대하듯 빠른 크로키로 화폭에 담아낸다. 단순하고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바람선의 향연, 바람 이외의 대부분의 풍광들이 과감히 생략된 작품들은 오히려 바람에만 집중하는 효과를 낳는다. 작가가 그리는 바람이기도 하고 작가의 바람이기도 한 지점이다. 최 작가는 바람이 전하는 순간, 순간의 세상에서 배우고 깨우친다. 그리고 또한 바람이 머무는 지점이 이미 고여 가는 지점이라는 것도 안다. 숱한 바람을 만나 온 작가의 깨달음이다. 작가는 오늘도 아무 기약 없이 바람길을 쫓아가는 구도자처럼 광야에 자신을 내놓는다. 바람이 그려내는 구도(構圖)위에 작가의 바람을 찾는 구도(求道)의 끝없는 작업.
투명한 햇빛 사이로
지나가는 구름사이로
바람이 기억이 그리는 그림.
짧지만 오래 남는 그리움
흘러가지만 멈춰있는 시간,
(작가노트)
최영실 작가는 “언젠가부터 작업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아닌 나에게로의 작업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담당교수님이 ‘컴퓨터 파일 문서가 아닌 네 자신의 수기로 쓴 네 이야기를 제출하라’고 했던 말씀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 그게 내 모습이고 내 언어라는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고 내 자신을 찾는 작업의 연속이다. 때로는 빛 또한 마찬가지다. 아침, 저녁, 계절, 오늘, 내일에 따라 바뀌는 빛을 쫓는 작업 또한 바람을 쫓는 작업과 함께 내 자신으로 향한 오랜 구도의 길이다.” 라고 말한다.
다음은 안드레아 볼(Andrea Volo 로마국립미술원교수)의 평론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미지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색의 강렬함을 담고 있으며 자유분방한 선의 율동과 즉흥적인 붓 터치를 통해 빛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화폭에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녀는 때때로 자연과 인물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 안에서 주요한 움직임을 잡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붓놀림은 더 이상 단순한 형태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성의 표현이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미지와 색 그리고 자유롭고 핵심적인 붓 터치를 통하여 드러난 빛을 전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때때로 움직임을 잡아내려고 하고 있다.
풍경화의 경우, 그녀는 실제 형태들의 사실적인 묘사력에 주력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자연물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그 본질의 표현에 주력하면서 자연의 우연성과 거리감에 대한 인상을 균형감 있는 색의 사용으로 구상과 추상이 만나는 순간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붓놀림의 표현은 매우 독창적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기운생동’하고 ‘역동적 힘’의 흐름을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선의 묘사는 단순한 구도와 기호 그리고 색의 유희적 표현을 통해 그녀의 의도를 잘 드러내며, 힘을 담고 있는 붓의 움직임은 점진적으로 기호화 되고 있다.‘
서울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로마 국립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Prof. Andrea Volo)하며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17회의 개인전과 Premio Nazionale delle Arti .Catania. 시칠리아, Monsummano Terme 제5회 국제판화 비엔날레. Museo di Contemporanea del Novecento. 피렌체 등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다.
비로소 평화로워지기 위한 작가가 가고 있는 길, 바람길을 쫓는 고행의 예술길. 알아주는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한 오롯이 나를 세우는 그 길 위에 오늘도 서 있다. 작가는 오늘도 선각자가 얘기한 그 한 걸음일지도 모를 그 길 위에 서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