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작지만 강한 정당’ 정의당 원내대표
“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 경제의 불씨를 위해 달린다”
[시사매거진 253호=박희윤 기자/ 김형석 기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2018년을 회상하면서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는 고(故) 노회찬 의원의 가슴 아픈 말처럼 쉼 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다. 비록 완전한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만, 그동안 계속 주장해왔던 선거제도 개혁을 여야 4당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사(政治史)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 산업 전체가 침체를 겪고 있는 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에 경제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면서, 열악한 의료 환경의 극복을 위해 의과대학의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윤소하 원내대표는 일당백(一當百) 전사(戰士)처럼 보였다.
원내대표로서 내년 총선에 대한 당면 과제와 해결방안은
정의당은 2월 초 의원단 워크숍을 갖고 총선 준비를 시작했고, 3월부터는 당 상무위원회 등 공식 체계에서 총선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정의당을 창당하고 처음 치른 지난 20대 총선 때와는 다르게, 그동안 정의당이 사실상 3당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제가 원내대표 연설하는 도중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을 한다거나, 창원 성산구의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1:1로 싸워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당선되면서, 우리 정의당이 자유한국당의 유일한 대항마로 국민 여러분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당연히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참신하고 좋은 인재들이 정의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제1야당을 정의당으로 교체하고, 이를 통해 정치개혁을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이 될 것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이유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지역구에서 1표, 정당에 1표를 찍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 내 선거에서 1등만 하면 된다.
비록 당선된 후보의 지지율이 30%가 나와도 1등만 하면 당선되어 국회의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머지 70%의 민심은 어떻게 반영하는가?
현재의 소선구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70%의 민심은 전혀 반영될 수 없다. 사표(死票)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있어도 1등만이 당선되는 구조다 보니 차선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결국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역사가 이어져 왔고, 민심이 선거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의사가 온전히 국회의원의 의석에 반영될 수 없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등이 아니어도 득표한 만큼 의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30%의 지지를 받은 정당은 30%만큼의 의석을, 10%의 지지를 받은 정당은 10%만큼의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그동안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선을 선택해야 했던 유권자들도 소신껏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고, 국회는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며, 서로 견제하고 발전해나갈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 수가 초과 발생하는 일이 발생한다. 지난 1월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360석을 존중하면서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 정신에 따라 330석을 기준으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개혁안을 협의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국회는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불명예스럽게 꼴찌를 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어, 50%만 반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를 했다. 이번 선거제도 개편안은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긋는 그런 개혁이 될 것이다.
인사청문 시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에 대해
언제부턴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 때마다 ‘정의당에 찍히면 죽는다’라는 말이 나와 일명 ‘정의당 데스노트’가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정의당 입장에서는 언제부터 이 말이 시작되었는지 잘 모른다. 아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주요 고위공직자 인사 때마다 정의당이 반대했던 후보자가 낙마를 하다 보니 그런 별칭이 붙은 것 같다.
사실 고위공직자 인사는 매우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국정을 관장하는 자리이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리이고, 그 자리에 어떤 인물이 취임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 대해 불법, 위법 사항 외에도 철학과 가치관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 여러분이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이라 본다.
당리당략(黨利黨略)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이런 면에서 정의당이 타당보다는 국민과의 교감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다. 아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서러움만은 없애기 위해, 국가가 의료비를 책임지는 것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고, 정말 적극 지지한다.
하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병원비를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로 바꾸는 것인데, 문제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2018년 3월 기준 39%에 머물러 있는 비급여의 급여화 비율을 더 높이고, 건강보험 보장성 비율도 8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 더 중요한 내용을 말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적정한 수가와 대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가 없다. 따라서 보건복지 인력의 확대와 처우개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지역구의 현안은
제 지역구는 목포다. 목포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을 해 왔고, 지난 총선에서 두 차례 박지원 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했었다.
목포를 중심으로 하는 전남 서남권은 현재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고용 위기 지역이자 산업 위기 대응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중소 조선산업을 포함해 지역 산업 전체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격한 고령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면서도 가장 건강이 취약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해경 제2정비창 신설 등 지역의 중소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당장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열악한 전남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과대학 신설이다.
전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의과대학의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립인 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유치하여 의료인력 양성-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의료취약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하고 싶은 말
2018년은 저와 정의당에 무척 가슴 아픈 해였다. 고(故) 노회찬 의원님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님의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새 2019년도 벌써 1/3이 지나갔지만, 지난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의원을 당선시켰고, 선거제 개혁이라는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큰 개혁의 현장에서 함께 하고 있다.
비록 6명의 의원뿐인 소수정당이지만 다른 정당에 비해 그 몇 배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문턱 낮은 정당,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 국민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지금처럼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
정의당에 대한 조언과 비판도 언제든지 겸허히 수용하겠다. 정의당을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