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바른미래당 중재안 긴급 논의...결론 못내

2019-04-29     박희윤 기자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29일 별도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수용 여부를 놓고 긴급 논의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부터 긴급 최고위원-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사개특위 위원들은 약 1시간 30분 가까이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점심 식사 뒤에 오후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오전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안 중에 내용적으로 검토할 게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비슷한 법안 2개를 다 올리면 국회법상 어떻게 효력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할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오후 연석회의에서 당내 입장을 가다듬은 뒤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도 여야 4당 합의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자는 결론이 나온다면 당 추인을 받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연석회의 논의 결과를 갖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만나 협상을 마무리한 뒤 그 결과를 의총에 보고해 추인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중으로 바른미래당 제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의 다른 축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의견도 취합할 방침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국회의 모습이 빨리 마무리되기 위해서라도 우리 당이 논의 속도를 높여 오늘 중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당의 입장이 정해지고 나면 정의당과 민평당의 의견을 취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의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로 했다"며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이미 상정된 여야 4당의 합의 법안에 더해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상임위·특위 위원 교체)된 권 의원 이름으로 대표 발의되는 법안까지 총 2개의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 중에서도 부패 행위에 초점을 맞춰 공수처를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는 기소권에 대해서도 '기소심사위원회'를 별도로 둬 실제 기소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오늘 이 안을 더불어민주당에 최종 제안하고 이 제안이 수용된다면 그 이후에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개의해서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신환 의원과 권 의원에게는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시사한 셈이다.

바른미래당이 내놓은 공수처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그려온 공수처 그림보다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여야 4당 합의안도 공수처의 기소권 행사 대상에서 대통령 친익척과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을 빼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도 오전 연석회의에서 공수처에 기소심사위원회를 두자는 바른미래당 안이 여야 4당의 합의안과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미 여야 4당 합의안에 바른미래당의 안을 다 반영해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제안이 어디까지나 별도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기존 합의안과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인 만큼 패스트트랙 열차의 출발이 급선무인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바른미래당 주장대로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거나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지는 않는 대신 핵심 내용을 기존 공수처법에 반영해주는 방식의 절충안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