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당 복귀

2007-06-01     글/김정숙 기자
돌아온 ‘盧의 남자’ 유시민…범여권 바싹 긴장
장관 돌연사태에 정치권 향후 행보 주시, 노 대통령 ‘움직임 조심하라’ 당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 5월 21일 돌연 장관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정치권에 떠돌던 유 전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盧의 남자로 불리며 노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장관의 당 복귀는 앞으로 다가올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1년 3개월 만에 열린우리당 복귀를 선언하자, 정치권에서는 배경과 향후 역할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5월 22일 퇴임 이후에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당분간 책을 쓰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그의 등장이 범여권 대통합과 친노진영의 대선구도에 변수가 되는 것은 물론 향후 행보에 따라서는 논란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광주 대세론 발언’을 통해 대통합 수용의사를 밝힌 만큼 유장관은 당분간 통합논의와 같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문제에 뛰어드는 대신 사회투자정책과 같은 국가경영과제를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당분간 대선을 겨냥한 조용한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사퇴 기자회견 침울한 표정으로
유 장관은 지난 5월 19일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5월 20일 유 장관을 만나 당분간 정치권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움직임을 조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장관은 지난 5월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장관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에 매달리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거취에 대해서 “국회의원으로, 당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 쓰기 이후의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당 복귀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올바른 말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했어야 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노선과 정책을 비판했지 인격을 비난한 적은 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나는 큰 좌절감에 빠져 있는 정치인일 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대선주자로 나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한번도 그걸 목표로 정치해 본 적 없다. 내가 좋아서 지지하는 지도자가 노 대통령이다. 장관까지 했으니 나는 노무현 정부와 정치적 생사를 같이할 거다. 설사 이 배가 침몰하더라도 뛰어내릴 권리가 내겐 없다”고 대답했다. 유 전 장관의 당 복귀를 거부하는 열린우리당 분위기 때문인지 유 장관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광주 발언이 장관직 사퇴 결행 시점을 엿보던 유 장관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내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들렸고, 그렇다면 당 해체의 공간을 파고들어 범여권 대선 무대에서 활동할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열린우리당 복잡한 속내 드러내
유 전 장관의 전격 사퇴에 대해서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유 장관은 우리당 당원이자 의원이니 복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원론적 논평을 했다. 하지만 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유 장관의 복귀가 2차 대규모 탈당을 촉발하거나 대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 대변인도 “우리당이 추진하는 대통합을 위해 유 장관도 함께 적극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인 게 우리당의 속내를 내비친 증거라 할 수 있다. 또한 당 내에서는 친노진영의 독자세력화 조짐이 보일 경우 전당대회에서 위임받은 6월 14일까지 대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당 사수쪽의 행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유 전 장관이 대통합신당에 배치되는 언행을 하면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선 유 장관 복귀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한 비노(非盧) 진영 초선 의원은 “점점 더 소수로 전락하며 내부 분열상까지 보이는 친노 그룹을 정비해 당을 사수하기 위한 복귀”라며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 등과 함께 ‘친노파 대선주자 간의 마이너리그’를 벌이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통합을 막으라는 임무를 맡기려고 유 장관을 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 그룹 의원들은 “장관 하다가 당에 돌아 온 사람이 한두 명이냐”며 “아무런 정치적 배경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귀 배경과 상관없이 유 장관이 또 다시 당내 갈등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한 당직자는 “유 장관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반감이 워낙 커 친노 대 반노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비노 진영 의원들의 2차 탈당 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노 진영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때 결의한 대통합 신당 논의 과정에서 유 장관이 다른 목소리를 냄으로써 당이 들썩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유 장관의 복귀로 친노진영 내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장관 등과의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유시민 대선 출마 가능성은
이러한 당의 술렁임과 상관없이 일단 유 전 장관은 즉각 당에 복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장관 경험을 담아 건강투자정책을 골자로 한 사회투자전략을 담은 저서 집필에 비중을 두는 낮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유 전 장관 본인도 우리당이 2.14 전당대회에서 6월 14일까지 대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결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듯이 당분간 대통합 추진 작업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행동 방향을 정하기 위한 잠행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전대 결의시한이 다가오고 통합파와 사수파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 유 장관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 장관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전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전대 결의과정이 완벽한 민주적 절차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제 개인적으로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단 부분은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 장관이 주도했던 옛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의원들은 6월 14일까지 대통합신당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정치적 해산선언’을 해야 한다는 통합파 주장에 반대하면서 ‘중앙위 부활’을 통해 당을 존속시킨 상태에서 통합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시 말해 친노진영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유 전 장관이 이런 국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당 존속론’을 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유 전 장관의 대선 행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 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목표로 정치한 적이 없다”며 대선출마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지만 정치권내에서는 유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태년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유 전 장관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옛 참정연 소속 다른 의원도 “유 전 장관의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출마 여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유 전 장관 지지자 700여 명으로 구성된 가칭 ‘참여시민진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유 전 장관 의사와 무관하게 최근 발족모임을 갖고 내달 초부터 본격 활동을 다짐하는 등 외곽 지원의 기류도 빨라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전 장관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미지와 지원세력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두 사람 간 역할분담론 내지는 경쟁관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내에서는 유 전 장관의 컴백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러닝 메이트설’이 나오는가 하면 ‘이 전 총리 대선출마-유 전 장관 당권장악’ 등 각종 설이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결정하면 그의 보좌관 출신인 유 전 장관은 뜻을 접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종전 입장과 달리 “범여권에서 아무도 나갈 사람이 없거나 절실한 요청이 있다면 모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DJ, 여권주자 연쇄 회동 속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만나기로 하고 6.15 남북정상회담 7주년 기념행사에 정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대선주자인 김혁규 의원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등 범여권에 포진한 대선주자와 지도부를 잇 따라 만날 예정이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3∼19일 독일방문 이전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한명숙, 이해찬 전 국무총리, 신당 김한길 대표, 민주당 박상천 대표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다”면서 “세부협의가 이뤄지면 만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5월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좌우간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혀 민주당 박 대표의 ‘배제론’을 우회 비판했다는 해석을 낳은 것처럼 범여권 대선주자와 지도부 연쇄 면담에서도 범여권 통합과 대선구도에 대해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6월 14일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각 당 대표와 대선주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6.15 남북정상회담 7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치를 예정이다.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 국민의 정부 시절 각료들로 구성된 기념행사위원회는 정치인 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행원, 정·관·학·재계 인사 700여 명을 초청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6월 13∼14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란 제목으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6월 13일 학술회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훈수정치’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지만 면담 요청이 들어와 거절하기도 어렵다”면서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는 않지만 여러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