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암호화폐는 죽을까?
머디 워터즈로 알려진 흑인 가수가 부른 곡 ‘롤링 스톤’은 로마 제국의 작가 퍼블리우스 사이러스의 글 중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에서 따왔다. 유명한 밴드인 롤링 스톤스의 이름은 머디 워터즈의 곡에서 따왔다.
퍼블리우스 사이러스는 시리아 출신인데 이태리에서 노예 신분으로 살았다. 그의 명철함을 알아본 주인이 그를 면천시키고 교육을 받게 했다. 그는 마임으로도 명성을 날렸으며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 어록 가운데 구매자가 내고 싶은 게 가격이라는 경제사적으로 중요한 말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언제 또 폭락 할지 모르나 근래 비트코인 가격이 약간씩 상승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해 보니 4,089달러 수준이다. 필자는 비트코인에 내재가치가 없어서 결국 가치가 0으로 수렴할 거라 장담했다. 그렇지만 용케도 지난 1년 사이 최저점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은 3,195달러였다.
가격이 항상 내재가치에 의해 결정되는지 잘 모르겠다. 필자가 신봉하는 가격 기준이란 퍼블리우스 사이러스의 명언이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비트코인을 기꺼이 4천 달러에 사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다음 세상의 주역들이 될 세대는 비트코인이 친숙하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은 게 ‘아이콘’인데 근래 34센트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블로코가 만든 ‘아르고’가 20센트 수준이다. 3위가 ‘해피코인’인데 8센트 근처에 있다. 비트코인에 비하면 매우 낮은 가격이지만 토종이기 때문에 필자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라면 경기를 한다. 당국자들은 암호화폐라면 투기, 사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중지불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투자자금을 한 푼도 모으지 않았다. 사람들이 스스로 비트코인의 가격을 정하고 거래했다. 그게 2천만원에 육박했었다. 비트코인을 증권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는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부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코인들을 이용해 사기를 친다. 속는 사람들 역시 일확천금을 바라고 눈이 멀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코인을 가져온 사기꾼에게 당한다. 도도한 물길을 막으면 결국 어디선가 터진다. 무조건 막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적정한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결코 죽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계속 진화하겠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고를 마무리하고 다시 비트코인 가격을 보니 4,022달러로 약간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