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였을까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가상화폐) 지갑 탑재 정부 외면에도…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이는 삼성, 카카오, LG
(시사매거진252호=최지연 기자) 국내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금력과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을 준비해오던 결과물들이 올 상반기부터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작년부터 준비를 해오던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밝히며 메인넷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잠잠해 보였던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장착하며 선두주자로 치고 나왔다. 이어 카카오와 LG 또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였던 삼성
최근 삼성전자가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블록체인 월렛(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10를 공개 했다. 이어 지난 3월 카카오도 신규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보였다. 카카오 또한 암호화폐 지갑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블록체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해당 상표는 ‘블록체인 키박스’, ‘블록체인 키스토어’, ‘블록체인 코어’ 세 가지로 유럽 특허청(EUIPO)에 신청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블록체인을 사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지 눈길이 쏠렸다. 이어 지난 1월 곧 출시될 갤럭시 S10에 블록체인 지갑이 탑재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삼성 크립토 월렛’, ‘삼성 블록체인 월렛’, ‘블록체인 키박스’, ‘블록체인 키스토어’, ‘블록체인 코어’ 다섯가지 상표를 출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난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되는 갤럭시 S10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미 삼성SDS를 통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분야에 진출한 삼성은 갤럭시 S10 출시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을 품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10’
지난 2월 삼성전자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1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10은 한때 품귀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출시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었다.
갤럭시 S10은 카메라 홀을 제외한 스마트폰 전면을 화면으로 채운 디자인에 초음파 지문 스캐너를 내장해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인 5G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S10이 더욱 관심을 끈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능 측면에서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삼성 블록체인 월렛(암호화폐 지갑)’ 두가지 기능을 탑재했다. 암호화폐 프라이빗 키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단말기 내에 설치되어 있는 기본 설정이며, ‘삼성 블록체인 월렛(암호화폐 지갑)’은 애플리케이션이다.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향후 암호화폐 지갑 앱인 ‘삼성 블록체인 월렛’ 등과 함께 암호화폐 생태계의 인프라 기능을 수행한다. 갤럭시 S10에서 블록체인 월렛 앱을 내려 받으면 간편결제 시스템을 제공한 업체의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갤럭시 스토어는 갤럭시 S10 모델을 대상으로 ‘삼성 블록체인 월렛’ 서비스를 오픈했다.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는 이더리움(ETH), 트루유에스디(TUSD), 베이직어텐션토큰(BAT) 등 이더리움 기반의 18종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반 응용 서비스인 디앱(DApp,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 4종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지원하는 단말기와 코인, 토큰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S10이 불러오는 기대
블록체인을 품은 갤럭시 S10의 출시에 업계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된 것이 기술적인 혁신은 아니지만,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국내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러나 삼성이 블록체인을 적용한 스마트 폰을 내놓음으로서 낯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대중들이 블록체인을 어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중에겐 낯선 블록체인 서비스가 갤럭시 S10 사용자라면 손쉽게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업계에선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 탑재보다 이 대목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크게 가지고 있다.
결국 갤럭시 S10은 블록체인 월렛(암호화폐 지갑)과 연동한 각종 블록체인 기반 댑의 ‘인프라 생태계’를 제공하는 셈이다. 갤럭시 S10은 토큰이코노미 기반 블록체인 댑(DApp)이 일상으로 파고들 기회를 제공한 ‘플랫폼 디바이스(장치)’가 되었다.
여기서 플랫폼 디바이스 역할을 하는 갤럭시 S10의 블록체인 월렛이 여러 댑(DApp)들과 제휴를 맺는다면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로 인해 갤럭시 S10은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하는 첫 디딤돌이 될 수 있다.
LG전자와 카카오도 암호화폐 지갑 눈독 들여
스마트폰의 강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으로 시장 선두로 나서자, LG전자도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신작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놓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또한 암호화폐 지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중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클레이튼’ 상용 서비스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클레이튼’ 상용 서비스 시작과 함께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클레이튼 상용화와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 탑재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확실하게 암호화폐 지갑 탑재 여부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는 정부의 암호화폐 인식이 부정적이기에 말을 아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카카오의 행태를 보면 이는 예고된 바로 보인다.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이 추가되어 활용될 경우,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모두 암호화폐 지갑을 보유하게 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간단하게 암호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카카오톡은 한차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의 송금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카카오의 송금 서비스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친숙하게 자리 잡았다. 이처럼 전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할 경우,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어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삼성과 카카오, LG가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이는 이유
국내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ICO를 금지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성장시키지만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러한 암호화폐를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들이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이는 점은 의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 미래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과 카카오 등이 주력하는 스마트폰과 메신저 사업의 모델은 현재 포화 상태로 기업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과 카카오는 돌파구로 암호화폐 지갑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암호화폐 지갑을 돌파구로 채택한 이유는 암호화폐 지갑의 뛰어난 확장성을 눈여겨 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경우 삼성페이와 삼성카드,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과 연동이 가능하다. 삼성과 카카오가 지금하고 있는 사업의 틀 안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기에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이는 것이다.
특히 암호화폐 지갑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필수 기능이자 크립토은행(Crypto Bank) 역할까지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블록체인 서비스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카카오의 암호화폐 지갑의 차이는 삼성의 갤럭시s10은 보안, 앞으로 선보일 카카오톡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앞으로의 삼성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생태계 경쟁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과 카카오, LG 등의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진출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블록체인 생태계가 어떻게 대중적으로 퍼져나가게 될지 돌아가는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암호화폐를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가 걸림돌이 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암호화폐는 현재 합법도 불법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로 인하여 기업들이 활발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시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삼성에 이어 카카오와 LG가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면서 활용도가 얼마나 더 확대될지 기대감이 쏠리면서, 대중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잘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