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제도 개편안

2007-05-05     글_이현지 기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청약가점제’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 배려, 직계존속 부양은 3년 이상 등재해야

청약가점제 도입이 가시화됐다. 당초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추첨제를 병행키로 했다가 다시 가점제로 돌아섰으나 최종 향방은 가점제와 추첨제의 비율별 병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9월 1일부터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서 720만 명에 달하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발 빠른 청약전략이 필요할 때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개편함에 따라 아파트값의 하향 안정세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이 내리막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 만큼 청약에서 유리해진 무주택자들은 기존 시장을 넘보기보다는 청약가점을 차곡차곡 쌓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유주택자들은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는 9월 이 전에 알짜 단지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며, 무주택자들은 9월 이후 싼 값에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노리는 것이 합리적인 재테크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청약가점제란, 무주택기간·부양가족수·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점수를 부여, 당첨자를 가리는 제도다. ‘가점 항목 및 점수’ 표를 활용, 자신의 청약가점을 손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 가점항목은 무주택기간(2~32점), 부양가족(5~35점), 청약통장가입기간(1~17점)으로 구성되며 가점을 합하면 최대 84점이다. 자신이 해당하는 항목의 점수를 모두 더하면 자신의 총 가점이 나온다. 가령 무주택기간이 14년(30점)이고 부양가족수가 1명(10점), 가입기간 10~11년(12점)이면 청약가점이 52점이다. 총 가점이 높으면 그만큼 당첨확률이 높아진다.


1주택자 가점제 물량 1순위 배제
9월 이후 분양되는 민간 중소형 아파트의 4채 중 3채는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려 분양한다. 중대형 아파트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채권입찰제를 우선 적용하되 채권입찰 금액이 같으면 가점제와 추첨제에 따라 절반씩 당첨자를 결정한다. 건설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청약가점제 시안을 마련해 지난 3월 29일 경기도 과천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세대주 연령은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1주택 보유자는 가점제 물량에서는 1순위에서 배제되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가점 제는 물론 추첨제 물량에서도 1순위에서 배제된다. 이에 따라 1주택자는 가점제 물량에서 당첨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신규 분양을 받을 기회가 거의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0㎡(전용면적 18평) 이하이고 공시가격이 5,000만 원 이하인 주택을 10년 이 상 보유한 사람이 60㎡ 초과 주택을 청약할 경우에는 무주택자로 분류돼 넓은 평수 로 옮길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이밖에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85㎡(전용면적 25.7평)이하 공공주택 의 청약방법은 현행 순차제를 유지된다. 건교부는 “가점제가 도입되더라도 지역우선공급제도와 3자녀 이상 무주택 세대주, 국가유공자, 장애인, 철거민 등에 대한 특별공급제도는 현행대로 유지 된다”고 밝혔 다.

분양시장 무주택자 중심 재편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위한 청약가점 제가 도입되면 분양시장은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택자들은 무주택 기간에 따라 최저 2점에서 최대 32점까지 가점을 부여받기 때문에 유주택자들에 비해 아파트 당첨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
게다가 9월부터 청약가점제와 함께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부담도 지금보다 완화돼, 내 집 마련 여건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택구입 우선권을 제공받더라도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무주택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금융혜택이 뒤따라야
청약가점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대출기간을 초장기로 늘려주거나 금리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무주택자들의 구매 능력까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점제가 불리한 유주택자들은 9월 이전에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출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현저히 낮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 과열 양상을 빚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아파트 시장은 청약가점제 도입에 따라 매수 위축과 더불어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실수요자들 이 늘어나 전세시장의 불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청약가점 쌓을수록 당첨확률 높아
가점제 대상 통장(청약예금, 청약부금) 소유자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점수를 많이 쌓는 수밖에 없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가점(최대 17점)이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청약통장이 쓸모없다는 이유로 통장을 해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점제에 맞춰 통장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가점제에 유리한 무주택자 등의 경우 가점제 배정물량이 많은 전용 85㎡(2 5.7평) 이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시세차익이 큰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중 85㎡ 이하를 배정받기 위해선 청약 통장 다운사이징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형 평형 신청 통장 소유자는 입주자 공고일 이전에만 작은 평형 신청 통장으로 전환하면 청약할 수 있다. 반대로 가점에서 불리한 유주택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증액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첨제 배정 물량이 50%로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직계존비속과 3년 이상 같이 살면 청약가점을 더 많이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나 장인. 장모, 조부모의 주소지를 본인 주민등록지로 옮겨 모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는 혼인신고도 빨리 하는 게 낫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그동안 세금부담을 낮추고 청약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나서도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할 경우 가점 쌓기가 불리해진다”며 “30세 이전에 결혼한 경우 혼인신고한 날로부터 무주택기간을 산정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보유별로 다른 투자 전략
우선 무주택인 경우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 되면 주변 시세보다 20~30% 가량 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보다는 상한제 아파트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가점제에서 탈락하더라도 자동으로 추첨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당첨기회도 많아진다. 1주택자는 일단 가점제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인기단지를 분양받기는 힘 들 것으로 보인다. 가점제가 실시되는 9월 이전에 나오는 주요단지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며, 청약통장은 추첨제 배정물량이 많은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2주택자는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가 배제되는데 그쳤으나 앞으로는 감점제까지 적용돼 새 아파트 당첨받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은 집은 과감하게 처분해 점수를 늘리는 방법이 낫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청약부금 가입자 불이익 아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2일“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부금 가입자들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 청약부금 가입자들이 불리해진다는 분석이 있으나 이는 오해”라면서 “청약저축 가입자들보다 기회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작년을 예로 들면서 “청약저축 가입자중 무주택자는 200만 명, 분양가구는 2만6천 가구였던 데 비해 청약부금과 소액 청약예금 가입자중 무주택자는 178만 명, 분양가구는 14만3천 가구여서 청약부금·소액 청약예금 가입자의 분양 기회가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면 민간의 공급이 줄어 청약부금 활용 기회가 줄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현재 43(공공)대 57(민간)의 비율을 53대 47로 조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청약부금 가입자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의 공급위축 우려와 관련해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되더라도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공급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1999년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이전에도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에 공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순방했던 이 장관은 “이번 순방으로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더 많이 수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올해 해외건술 수주 목표를 180억 달러로 정했는데 200억 달러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대체 신도시가 발표되면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신도시 발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라면서 “신도시 발표가 집값을 들썩이게 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부양가족 수 늘려라…위장전입 확산
청약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실제로 살지도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겨놓는 위장전입 문제가 부동산 시장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1순위 자격 확보 등을 위한 위장전입이 계속 되고 있는 데다 청약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부양가족수를 늘리려는 위장전입까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약시장에는 인기 택지지구 및 신도시의 우선공급 자격을 유지하거나 재당첨 제한을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이 극성이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한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의 경우 성남시 1순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친인척의 집에 주소를 옮겨놓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도 주소지는 그대로 남겨놓는 경우가 많았다. 또 투기과열지구 재당첨 제한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가족 중 최근 5년 내 당첨사실이 있는 경우 1순위 자격을 회복하기 위해 세대를 허위 분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청약제도 개편으로 부양가족수를 늘리기 위한 위장전입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자녀가 적은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부양가족 가점을 높이기 위해 부모의 주소를 허위로 옮겨놓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부모의 주민등록을 자신에게 옮기고 3년 이상 봉양할 경우 부양 가족수에 포함되므로 무조건 주소를 옮기고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실제로 부모가 세대주의 집에 사는지 일일이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건교부는 부정 분양이 적발될 경우 주택공급 질서교란 혐의로 당첨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청약 1순위 자격도 박탈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양가족수 인정과 관련, 위장전입 등 편법이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이것이 궁금하다
<청약가점제 주요 궁금 사항>

■무주택기간 계산 방식은
-30세 이후부터 무주택 기간 산정
-30세 이전 결혼할 경우 혼인신고일 이후부터
-부부 간운데 무주택기간 짧은 경우를 무주택 기간으로 산정
■부양가족 수 기준
-주민등록등본에 3년 이상 등재된 직계 존·비속(배우자 직계 존속 포함)
-미혼 자녀도 부양가족에 포함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 순위는
-현행대로 청약통장 가입 2년 경과해야 1순위 자격 부여
-1순위자에 한해 가점제로 주택 공급
■청약저축엔 가점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
-현재 청약저축은 청약가점제와 유사한 방식인 순차제로 아파트 공급 중
-청약시장 혼란 최소화 위해 가점제인 청약 예·부금과 구분 운영
■유주택자 청약 가능 여부
-가점제 아파트의 경우엔 1주택 이상 보유자는 청약 1순위에서 제외
-추첨제 아파트는 1주택 보유자만 청약 1순위 자격 인정
■가점제, 추첨제 병행은 언제까지
-청약 제도에 큰 변화를 줄 요인이 없을 경우 가점제·추첨제 병행
-당초 5년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철회
■특별공급제도 유지되나
현행 제도 유지(일정 물량을 3자녀 이상 무주택 세대주.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 공급)


미리 가입 땐 가점 ‘대학생 청약저축’ 열풍
세대주 자격 얻으려 위장전입 부작용도’

이화여대 김모(21)씨는 최근 하숙집이 위치한 동사무소로 주소지를 옮겼다. 대학 입학 후에도 주소지가 울산의 부모님 집으로 돼있었으나 정부의 청약가점제 발표 이후 세대주 분리를 위해 전입신고를 한 것이다. 김씨는 “청약저축 기간이 길수록 혜택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주소지를 바꿨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가 9월부터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가입기간에 따라 당첨 우선권을 주는 청약가점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일반인은 물론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청약저축 가입 열풍이 불고 있다. 20대 초반인 대학생들은 청약저축 기간이 길수록 장기 임대나 중소형 아파트를 공급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청약저축 가입 조건인 ‘만 20세 이상 세대주’가 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데도 친·인척 집으로 위장전입을 하는가 하면 지방 학생의 경우 학교 근처 하숙집으로 주소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남 천안 출신인 서강대 안모(21)씨는 최근 신촌 하숙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졸업 후 서울에서 분양될 임대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다.
연세대 등 대학이 몰려있는 서울 마포구c대흥동 동사무소 주민등록업무 담당자는 “청약가점제 시행 발표 이후 청약저축 때문에 전입신고를 한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위장전입은 불법이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대부분 다른 이유를 들어 전입을 하는 데다 주민등록증과 본인 도장만 있으면 간단하게 전입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청약가점제의 핵심인 무주택 기간은 결혼이나 만 30세가 넘어야 적용 된다”며 “대학생 때부터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무리해 가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