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

2007-05-23     취재/김영란 차장, 자료협조 (사)강릉단오제위원회
천 년의 기다림, 세계인의 문화축제 현장 속으로
역사와 전통의 고장 강릉에서 펼쳐지는 세계문화축제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는 어디나 특이한 문화형태가 존재한다. 그러한 민속을 바탕으로 한 문화는 축제의 형태로 거듭나, 그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과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해 준다. 이러한 축제는 대외적인 의미도 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문화의 고유성과 지역문화로의 독자성을 겸비하면서 역사적으로 전승되는 문화적 전통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강릉의 대표축제 ‘강릉단오제’다.



대관령에 가면 호랑이가 물어간다
강릉사람들은 신차를 구입하게 되면 대관령을 향하여 차를 세워놓고 절을 하는 차고사(車告祀)를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관령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넘어야 할 고개이고, 다른 세상과 지역을 이어주는 강릉의 명산이며 산신이 거쳐하는 강릉의 진산(鎭山)이다.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옛날이야기로 들었던 호랑이 이야기나 지역적 축제가 가지는 강릉 대관령과의 이야기는 무관하지 않다. ‘강릉에 사는 정 씨의 꿈속에 나타난 대관령국사성황이 딸을 달라고 하는 요청을 거절하자,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 딸을 물어가 버렸다’는 설화에 대해 이 지역 사람들은 이것이 사람들의 삶과 어떤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인지 성장하면서 배워왔다. 이 이야기기는 단순한 얘깃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서면서 강릉사람들 삶과 결합된 민속적인 삶의 시원과 연결된다. 강릉사람들은 대관령국사성황과 함께 호랑이를 민속 신앙의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다. 대관령국사성황이 정 씨의 딸을 데려다 혼례를 올린 날이 음력 사월 보름날인데, 그래서 이 날이 되면 대관령국사성황을 맞이하는 대관령 성황사에서 제를 거행하며 신목(神木)과 함께 대관령 옛길을 걸어 내려온다. 또한 그가 데리고 간 정 씨녀를 여성황으로 모시고 여성황사에서 큰 제사(굿)을 모신다. 이 큰 제사가 영동지역,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신명나서 몰려드는 축제로 이어진 것이 바로 ‘강릉단오제’다.



한국축제의 원형미를 담아
민속문화의 보고(寶庫) 도시인 강릉은 1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를 전승·보존해 오는데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강릉지역의 무형문화로 전승되어 온 강릉단오제는 축제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안녕을 기반으로 주술 종교적 기능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기능을 실천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를 통한 강릉시의 경제적 소득 증대는 축제를 통한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할 뿐, 일차적인 목표는 강릉지역 주민의 단합과 화합을 통한 정체성 유지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성 말살을 위한 일환으로 이러한 문화적 행사나 활동을 금지시켜 왔다. 1920년대에는 강릉시내에 있던 대성황사가 헐림으로써 관민공동의 행사였던 강릉단오제의 내용이 심하게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릉단오제는 중앙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현재 남대천 둔치로 장소를 옮겨 소규모나마 명맥을 유지해 왔다. 비록 원래의 규모보다 미비했지만 유교식 제사와 무당굿으로 국사성황신을 모시는 제의, 단오의 각종 민속놀이와 난장이라는 기본 요소는 전승되어 왔다.
강릉단오제는 한국 축제의 원형미를 담고 있다. 전통을 바탕으로 한 역사성과 민속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7년에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로 지정을 받았으며, 현재는 3명의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가 이를 전승·보존해 오는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이러한 가치의 인정은 비단 국내뿐 만이 아니다. 2005년 11월 25일에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으로 등재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최근 현대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민속문화가 쇠퇴함에 따라 전통문화 전승의 통로이자 체험적 교육현장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1975년부터 민간단체인 강릉단오제위원회에서 그 주관을 맡아 농촌문화를 기반으로 한 축제의 형태에서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 도시축제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천 년, 그 이상의 축제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神酒)빚기 행사로 그 시작을 알린다. 옛 관청이었던 칠사당(七事堂)에서 강릉시장이 내린 쌀과 누룩으로 정성껏 신주를 담근다. 신주빚기를 전후로 하여 강릉시민들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단오제 헌미 봉정(獻米奉呈)에 참여한다. 헌미는 각종 제례에 쓰일 제주와 떡을 만들어 참여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대관령산신제, 국사성황제, 국사여성황사 봉안제, 영신제, 영신행차, 조전제, 단오굿, 송신제, 강릉관노가면극 등 많은 단오제 관련 행사들이 올 해 5월 21일부터 6월 24일까지 진행되며, 특히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 초청공연이 행사순서로 마련되어 많은 이들의 기대를 사고 있다. 다양한 행진과 단오제 민속체험관(창포머리감기,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부적·관노탈·단오부채 그리기, 단오제 신주 시음회)은 민속 축제 공간에서 체험 축제의 장이 되어 더욱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 단오날이면 남자들은 씨름대회를 하고, 여자들은 그네를 뛰고 투호 대회를 한다. 남녀노소가 남대천 단오장에서 어깨춤을 추며 신명나게 즐긴다. 강릉단오제는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단오제를 통해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뜻 깊은 자리로 이루어져 있다. 축제는 삶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며, 그 자체가 앞날에 전개되어야 할 바람직한 일상생활의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