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하드보일드, 메르헨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단편집 '덕콜'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덕콜』의 원고는 1991년 2월 일본 하야카와 출판사에서 출간되기 바로 전에 완성되었고, 이 작품을 읽고 감동한 서평가 나와타 가즈오가 신초사에서 후원하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 담당자에게 원고를 직접 들고 가 후보로 등록했다.
4회째였던 야마모토 슈고로 상의 후보에는 고이케 마리코,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등, 후에 메이저급으로 활약하게 될 작가들이 후보로 올라 있었고,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았던 이나미 이쓰라는 고전이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나미 이쓰라의 작품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은 나카지마 라모의 『오늘 밤 모든 바에서』와 경합을 이루었다.
심사위원 중 후지사와 슈헤이와 이노우에 히사시, 다나베 세이코에게 희망이 보이는 아름다운 소설, 동심을 간직한 작가, 초야에 묻혀 있던 인재라는 격찬을 받은 『덕콜』이 과반수가 넘는 심사위원의 득표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1991년도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덕콜』은 지난 30년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집계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6위로 꼽힌 작품이다. 작가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읽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
강가에서 돌에 새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남자를 만난 청년은 그가 돌에 그린 새의 그림을 보게 된다.
멸종된 새들, 새총의 명수인 소년과 중년 남자의 밀렵 모험, 탈옥수를 쫓는 산속의 맨헌터, 사람과 새와 거북의 표류담, 디코이와 소년의 우정 등 판타지와 하드보일드, 메르헨이 교차하는 매우 아름답고 독특한 연작 단편집으로, 작중 「패신저」는 「미스터리 매거진」 1990년 6월호에 게재되었고, 「디코이와 분타」는 『기상천외』 1989년 제10호에 게재되었던 「싫은 세상이야」를 개고한 작품이다.
작품 제목인 ‘덕콜(Duckcall)’은 오리를 사냥할 때 오리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어 주위의 오리를 불러 모으는 피리를 뜻한다. 작중에 ‘덕콜’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오리를 불러 모으는 도구라는 점에서 독자를 불러 모으는 제목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했던 작가는 하드보일드를 기조로 하여 야성이 넘치는 수렵 소설이라는 것을 써 보고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로얼드 달과 폴 갈리코가 쓴 청소년 소설을 어른들이 가슴 두근거리며 읽는 꿈과 모험의 판타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구상한 작품이 『덕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