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하는 깡통전세, 그래도 매매보다는 전세

- 집값 하락 전망,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

2019-03-08     김현지 기자

(시사매거진251호=김현지 기자) 계속해서 올랐던 서울의 집값이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10주 동안 연달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마지막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12주 연속 하락한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거래절벽인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역전세를 비롯해 깡통전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꽁꽁 얼어버린 부동산시장, ‘매매보다는 전세’ 

깡통전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시장 한파로 서울 매매 거래는 줄어드는 반면, 전세 거래량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 월세 거래량은 1만 7,79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140건) 대비 2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1월 거래량 중 최고 수준이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세 거래량의 10%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877건으로 지난 해 1월(1만 198건) 대비 18.4% 수준이다. 지난해 9·13대책 발표 이 후 부동산 거래절벽 상황이 매월 심화되는 가운데 해마다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되었던 ‘2월 신학기 효과’도 올해는 현재까지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통상 새 학기를 앞둔 2월, 3월은 1년 중 가장 이사가 많은 시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을 판가름하는 변곡점 중 하나로 주목되어 왔다. 최근 5년동안 2월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2016년을 제외하고 전월과 비교해 10% 가량 높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성수기 효과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 깡통전세와 역전세가 성행한다

깡통전세란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여있는 경우’를 말한다.

역전세란 경기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존보다 내린 전세 값만큼 돈을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의 요구에 당장 새로운 세입자나 목돈을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매달 이자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역전세 대출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정부가 예산 등을 활용해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전세금 반환 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것으로 외환 위기 당시 처음 도입 되었다. 역전세난으로 인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원만한 전세금 분쟁을 해결하여 부동산시장 안정과 함께 자금 여력이 작은 중소형 주택 소유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대출이다.

지역별로 보게 되면, 경남, 경북, 충남, 충북 등 공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주택 물량이 많거나, 울산이나 경남 거제와 같이 지역산업 위축에 따라 매매 가격이 많이 하락한 지역일수록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지금 현재도 대부분 주택공급이 집중되는 지역에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공급물량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를 하거나 매매가격의 하락세를 멈출 때까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역전세난을 어떻게 보면 ‘난’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역전세는 한편으로는 전세가격이 낮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으로, 세입자에게는 유리한 조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증금을 기존 주택에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문제가 생기고 있다.

얼마 전 깡통주택을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꾸며 이를 담보로 13억 원 가량 대출받아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인천, 서울, 광명 등 수도권 지역의 깡통주택 20 가구를 사들였으며, 이를 담보로 피해자 14명으로부터 28회에 걸쳐 총 13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역전세를 비롯한 깡통전세 에 대한 피해사례가 점차 많아지면서 우려가 커지자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 임대료를 일부 내는 반 전세 계약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월세(반전 세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19%(19일 기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24p 늘었다. 지난해 2월(29.42%)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하락이 장기화 되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자 보증금을 낮추고 임대료를 일부 내는 반 전세 계약이 늘어 월세 비중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월세 거래 통계에는 순월세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상 240개월 치 미만), 반(준) 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 계약 건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중 반전세로 불리는 준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0월(9.9%)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며 이달 12.2%로 2.3%p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올해 1월에만 1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배다. 전세가가 떨어지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이다. HUG는 집주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1개월 내 세입자(가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료를 받고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을 제공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금액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과 집값, 전세값의 동반 하락, 신규 아파트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불안한 세입자의 보험 가입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 월 HUG의 상품 가입자는 8846가구, 보증 금액만 1조 7766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집값이 더 내려야 우려할 만큼의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깡통전세, 경매시장에서도 낙찰 받지 못한다

주택 매매거래가 급감하고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경매시장 역시 침체되었다.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부동산경매는 약 1만 1000여 건으로 한달 새 9.3% 증가했지만, 낙찰률은 34.6%에 그쳤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지난 1월 80.1%에서 지난 2월 20일 기준 69.4%까지 10%p이상 떨어졌다. 대출이나 전세금을 상환하지 못한 물건이 경매시장에서도 주인을 찾지못하는 것은 대출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경매 대출도 축소하고 있어 자금마련이 어렵고, 앞으로 집값 하락이 전망되어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전세난, 깡통전세, 이렇게 대비하자

▶ 소통, 의사전달 그리고 꼼꼼함

더 이상 전·월세에 대한 계약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면 최소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청해야 한다.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사전에 아무런 의사소통이 없었다면 보증금 반환 청구 요건이 되지 않아 계약이 자동 갱신될 수 있다. 또한 계약 전 본인의 보증금이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지의 여부와 집주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또한, 전입신고, 확정일자 날짜도 확인해야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의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LH전월세지원센터

임대차계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LH 전월세지원센터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 해결을 위한 상담서비스 및 법률정보를 제공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및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안내한다.

매해 상담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해 작년에는 4만 6000여 건에 달했다. 올해는 벌써 9,200여 건이 접수됐다.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국토교통부 산하 금융공기업으로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보증 업무와 정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의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주택 보증 전담 공기업으로,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시 의무적으로 HUG의 주택보증 상품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HUG는 아파트 뿐 아니라 오피스텔, 조합주택, 정비사업 등에 대한 보증 사업도 다루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보증, 주택구입자금(중도금)보증 등 주택사업 전 단계에 걸친 종합 금융보증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을 운영하기도 한다. 깡통전세에 대해 HUG의 보증금 반환 보험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가입 조건에 제한이 있고,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보험 이용 시 보증금 4억 원 전세의 연간 보험료는 약 52만 원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에 보험료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 보증금을 적절히 낮춘다면 이자와 보험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의 걱정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매매, 전·월세 계약 등 부동산 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시장.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