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보는 김경수 재판 공방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의 사실관계 확인
[시사매거진 251호=박희윤 기자] 지난 1월 30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이어 열리고, 도지사직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연일 사법부를 성토, 압박하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가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이에 대해 야당은 “초유의 판결문 분석이라는 집권여당의 사리에 맞지 않는 형태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판결문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범행
재판부는 피고인(김경수 당시 의원)과 김동원 등은 킹크랩 시스템을 이 용하여 2016년 12월 4일 21:17경부터 2018년 2월 8일 03:28경까지 총 2,325개의 네이버 아이디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총 75,788 개의 네이버 뉴스기사의 각 댓글 1,186,602개에 총 88,333,570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어 네이버 통계집계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하 였고, 같은 방법으로 2017. 2. 5. 18:13경부터 2018. 2. 1. 20:06경 까지 총 484개의 다음 아이디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총 288개의 다음 뉴스기사의 각 댓글 2,226개에 총 64,556회의 추천/반대 클릭신 호를 보내어 다음 통계집계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하였으며, 또한 같은 방 법으로 2017. 3. 3. 12:11경부터 2017. 4. 29. 12:37경까지 총 204 개의 네이트 아이디와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총 7개의 네이트 뉴스 기사의 각 댓글 38개에 총 3,088회의 추천/반대 클릭신호를 보내어 네 이트 통계집계시스템에 반영하도록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김동원 등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네이버, 다음, 네이 트의 각 정보처리장치의 통계집계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킴으로써 피해 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각각 방해하였다”고 판단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김 지사와 드루킹 만남 인정
재판부는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기초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의 만남 을 인정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16년 6월 30일 송인배 를 통하여 김 지사와 드루킹이 최초로 만난 것으로 되어있다. 그 후 2016 년 9월 28일 드루킹의 요청으로 처음으로 경공모 사무실 방문하여 경공 모 회원들이 일부 참석한 가운데 드루킹으로부터 경공모와 경인선 등에 관한 소개를 받았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두 번 째로 방문하여 경공모 전략회의 팀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동원으로부터 경인선 조직과 선플 작업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고, 경공모 전략회의팀 멤 버인 도두형 변호사 등과 명함을 교환하였다. 또 2017년 1월 6일 김 지 사와 드루킹은 국회 근처에서 만났는데, 당시 김동원은 김 지사에게 ‘공동 체(경공모)를 통한 재벌개혁계획 보고’문서를 전달하였다. 이후에도 7차 례 만남을 가진 사실을 확인하였다.
킹크랩 존재 운용 인지 여부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9월 28일 경공모 사무실을 처음 방문하여 경공모와 경인선 활동에 관한 내용과 한나라당 댓글 기계에 관한 내용을 브리핑 받았고, 다시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하여 드루 킹으로부터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킹크랩의 필 요성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후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에 관한 시연을 보았으며, 드루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각종 온라인 여론의 동향, 상대 세력 댓글 조직의 움직임, 그에 대한 경인선의 대응, 킹크랩의 운용상황 등의 내용이 담긴 온라인정보보고 및 드루킹과 경인선 회원들이 이 사건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 등을 전송받아 확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김 지사는 드루킹이 킹크랩을 개발한 후 이를 운용하여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경공모 회원들의 일관된 진술
김 지사는 경공모 회읜들이 서로 진술을 짜 맞추어 허위진술을 하였기 때문에 드루킹 등의 진술은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례를 적시하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특히 O 씨의 경우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기 전부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여 온 점, 그 구체적 진술 내용이 시연 전후 과정에서 이루어진 킹크랩 프로토타입 로그 내역 등 사후에 나타난 객관적 자료와 대부분 정확히 일치하는 점, 이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 역시 특검이나 변호인의 다른 사람의 진술 또는 추측에 기반한 질문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명확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인 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은 매우 신빙성이 높다고 하겠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정보보고’ 관련
재판부는 김 지사가 지속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정보보고’에도 주목했다. 이 정보 보고의 성격에 대해 재판부는 “온라인 여론의 조작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킹크랩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 및 그 주요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보았다.
2016년 11월 9일 김경수 의원이 경공모 사무실을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2016. 11. 온라인 정보보고’란 문서를 브리핑받았다. 이 문서의 맨 첫 부분에 ‘KIS(경인선)조직’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0월 12일부터 2018년 1월 19일까지 작성한 ‘온라인 정보 보고’주요 내용에도 경인선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경인선 조직을 중요하게 관리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사 추천 관련, 범행을 위한 결정적인 동기나 유인 제공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이 2017년 대선 등의 과정에서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활동하여 준 데 대한 보답과 향후에도 지지하는 활동을 계속하게 하기 위한 유인으로서 드루킹에게 D 씨를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추천해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그것이 무산되자 다시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드루킹으로서도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자리에 D 씨가 임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D 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피고인이 원하는 바대로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댓글 활동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D 씨를 선대위로 들어갈 수 있게 추천해 주겠다고 하거나 이후 일본 대사 추천 요청을 거절하는 대신 D 씨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한 일련의 행위들은 드루킹이 이 사건 범행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동기나 유인을 제공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이를 통하여 김동원의 이 사건 댓글 조작 범행의 전반적인 진행 경과를 지배하였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결론, 김 지사 엄중한 책임 물어야
재판부는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하여 의사를 표출하는 선거의 국면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그 정당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하여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기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왜곡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또 김 지사에 대해 사후에 조작이 불가능한 여러 객관적인 물증과 그에 부합하는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은 킹크랩 프로그램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드루킹이나 경공모는 단순한 지지세력에 불과하고 소위 선플운동을 하는 것으로만 알았으며 국민추천제의 일환으로 단순히 인사 추천만 했을 뿐이라는 등 수긍하기 어려운 ‘변소(辯訴)’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결국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김 지사에게 그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2심, 3심의 재판 과정에서 같은 판결 또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질서에 반하는 정치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