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이정화
2007-04-24 글_김영란 차장
바이올린에 담은 인생
서양악기 중 흔하디흔한 것이 바이올린이다. 혹자는 물리적 음향이나 외양적 예술미에 있어서 바이올린만큼 완벽한 악기는 없다고 말한다. 외부 곡선 하나하나에도 음약 원리가 반영되어 길이와 두께, 휘어진 각도까지도 이유 없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바이올린이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깊고 애잔하게 마음속에 있는 감성을 감동으로 이끌어 낸다. 악보 위의 음표들을 오가며 흐느끼듯 흐르는 바이올린의 선율은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 심금을 울리는 천상의 소리로 새롭게 세상에 태어난다.
바이올린은 감정을 표현하는 최상의 악기
지난 3월 12일 금호아트홀에서 성황리에 독주회를 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정화 씨.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한 일인 것처럼 그녀가 바이올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극히 평범하다. 초등학교시절 피아노 교습과 더불어 취미삼아 바이올린의 활대를 거머쥐었던 이정화 씨에게 음악은 단순한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하지만 보편화되어 있는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을 선택하게된 것은 바이올린으로 표현되는 선율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 귀띔한다.
“바이올린의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용돌이가 이는 것 같아요. 4개의 현이 구사해 내는 음악은 인간의 가슴 속에 은신해 있는 감성들을 자극하는 마력이 있어요. 특히 바이올린은 연주자의 감정과 심성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죠.” 바이올린에 대한 이정화 씨의 예찬론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이정화 씨는 고전음악의 대가인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에서 13여 년을 머물면서 명문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예술대학교에서 수학한 유학파 재원이기도 하다. 또한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쯔 국립예술대학교 최고연주자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음악세계로의 폭을 넓혔다. 언어소통의 불편함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 대한 애정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끝이란 것은 망망대해의 항해와 같은 것이기에 그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주에 몰두했다. 연주에 대한 열정도 그렇지만, 유학생활 중에도 그녀를 끝없이 채찍질한 것은 도퇴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자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엄마 손을 잡고 바이올린 교습소의 문을 두들기고 난 후 그 매력에 이끌려 지금까지 늘 바이올린과 함께였다.
연습 앞에 장사없다
포스터 사진보다 실제론 훨씬 앳된 외모를 가진 이정화 씨는 그 나이 또래 여성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청바지에 물빛 티셔츠 차림의 그녀를 보면 가랑잎 소리에도 웃음을 터트리는 천상 소녀같은 느낌이다.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정화 씨는 누구보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어떠한 강요나 질책없이 동반자가 되어준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한다. 때론 스스로 음악적 한계에 부딪힐 때면 선택의 길을 후회해 본 적도 있다고 솔직한 어투로 터 놓는 그녀의 말에 오히려 밝고 긍정적인 일면을 엿 볼 수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연습 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을 해야 곡이 주는 음악적 느낌을 이해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죠. 같은 곡이라도 곡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사람의 연주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결국은 음악적 이해와 해석도 자신과의 싸움과 같다고 할까요.”
이정화 씨의 음악적 감성의 폭은 참으로 넓다. 낭만주의 음악의 애절함에 심취되다가도 어느새 화려한 기교와 웅장함의 맛을 느낄 줄 아는 귀를 가졌다. 모차르트 곡을 좋아하지만 가끔 뉴에이지 음악도 즐겨 듣는다는 그녀는 이러한 뛰어난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상황만 허락한다면 기독교 음악을 연주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이정화 씨는 어려서부터 착실히 신앙생활을 해 온 크리스찬이다. 감사를 생활화하고 음악적 나눔을 목표로 삼고 있는 그녀가 후학들에게 일러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어떠한 예술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같은 거예요. 갈수록 힘들어지고 때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한 두 번이 아니게 되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만드는 음악적 세계는 행복 그 자체죠.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탄탄한 실력과 노력, 성실함을 잃지 않는 이정화 씨의 새로운 음악적 세계로의 초대를 기대해 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흐뭇함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정화 프로필>
코리아심포니 협연
Wiener Saal, Leopold Mozartsaal 등에서 50차례 연주
Salzburger Kammerphil 단원 활동
Poland Chopin Symphony Orchestra와 협연(리틀엔젤스예술회관)
“Junge Solisten"오디션 통과로 Karnter Symphony Orchester와 협연
Yair Kless의 Master Klasse 참가 및 연주(독일 Sindelfingen)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귀국 독주회 등
현재 서경대학교, 목원대학교, 선화예중,고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