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상승 대책

2007-03-25     글_엄은영 기자
교통사고 사망률 초월한 자살률 ‘자살경계령’
유니에 이어 정다빈까지 유명인 자살에 ‘베르테르 효과’ 비상

1995년 11월 그룹듀스 김성재 호텔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 1996년 1월 하이틴 스타 서지원 2집 준비 중 자택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 같은 해 1월 가수 김광석 자택에서 목매 자살, 그리고 2005년 2월 영화배우 이은주가 분당 자택에서 목매 자살했다. 이은주 씨 자살사건 당시 열흘간 하루 평균 55.8건의 관련 보도가 쏟아졌고, '우울증이 자살원인' 이라는 보도도 하루 평균 12건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그해 2월 자살자수가 738명에서 3월 1313명으로 1.78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7년...

지난 1월 말 가수 유니가 3집 발표를 앞두고 인천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연예인 자살 보도 이후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생명인권운동본부는 바로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유니의 죽음이 한달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탤런트 정다빈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여기저기서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정다빈은 ‘옥탑방 고양이’, ‘논스톱 3’에서 귀여운 외모와 깜찍한 연기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클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지나친 선정적 자살보도가 일반인을 자살위험에 노출시키게 하는 등 자살홍보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에 네티즌들은 "더 이상 이런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할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한 목소리를 내며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했다.



‘베르테르 효과’ 주의보 내려져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시대와의 단절로 고민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이처럼 ‘베르테르효과’는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David Phillips)는 20년 동안 자살을 연구하면서 유명인의 자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런 연구 결과를 이끌어 냈다.
2005년, ‘불새’, ‘주홍글씨’ 등 활발한 활동을 했던 영화배우 故이은주의 자살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던 이은주는 스물다섯이라는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은주의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실제로 이은주가 숨진 2월 22일 이후 1개월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13명이 자살, 이전의 평균 0.84명에 비해 2.5배 증가했다고 한다.

생명인권본부는 또한 “언론이 유명연예인의 자살사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또한 자주 보도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자살위험에 더 노출되며, 언론이 자살홍보 매체가 될 위험성이 큰 만큼 적극적인 자제를 부탁한다”며 “자살사건을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나 이익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 및 악용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생명인권본부는 연쇄자살의 예방을 위해 ‘언론인의 자살예방 보도 권고사항’ 및 ‘시민행동강령’ ‘연예인 생명지킴이 행동강령’을 제시했다.
자살예방 보도권고사항으로는 ▲자살사고 보도 자체에 대해 최대한 자제 ▲자살원인에 대한 다면적 분석 ▲자살방법 및 사생활에 대한 자세한 묘사 자제 ▲자살 동정적 시각 또는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 삼가 ▲‘자살은 좋은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 제시 ▲연예계 내부 자살요인 점검 및 예방 촉구 등이 제시됐다.



사회전반 '우울증' 만연, 자살 부추겨
생명인권본부는 또한 “언론이 유명연예인의 자살사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또한 자주 보도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자살위험에 더 노출되며, 언론이 자살홍보 매체가 될 위험성이 큰 만큼 적극적인 자제를 부탁한다”며 “자살사건을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나 이익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 및 악용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생명인권본부는 연쇄자살의 예방을 위해 ‘언론인의 자살예방 보도 권고사항’ 및 ‘시민행동강령’ ‘연예인 생명지킴이 행동강령’을 제시했다.
자살예방 보도권고사항으로는 ▲자살사고 보도 자체에 대해 최대한 자제 ▲자살원인에 대한 다면적 분석 ▲자살방법 및 사생활에 대한 자세한 묘사 자제 ▲자살 동정적 시각 또는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 삼가 ▲‘자살은 좋은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 제시 ▲연예계 내부 자살요인 점검 및 예방 촉구 등이 제시됐다.
지난 1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살로 죽은 사람은 지난 2005년 1만2천47명으로 2000년(6천460명)보다 2배로 늘어났다. 반면 육상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2005년에 7천776명으로 2000년(1만1천844명)보다 34.3%가 줄었다. 자살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1.54배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만 현재 5분에 한 명씩 자살을 시도하며 45분에 한 명씩 자살하고 있다. 자살 사망자만 해마다 1만여 명이나 된다.
실제로 2,30대 성인남녀 10명 중 9명은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2,30대 성인남녀 1,784명을 대상으로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6.4%가 '영향을 미친다.'라고 응답했다.
연예인 자살에 대해서는 '가까운 주변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낀다.'라는 의견이 46.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 20.4%, '영화 속 장면처럼 받아들인다.' 17%였고, '본인의 일과 동일시하게 된다.'라는 의견도 5.6%나 차지했다.
최근 잇따르는 연예인의 자살이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70.6%가 '영향을 미친다.'라고 응답했다.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괜히 우울해진다.'가 46.5%로 가장 많았다. '무력감이 증가한다.'(12.9%), '자신에게 닥친 일들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12.5%)는 의견이 그 뒤를 이었으며,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라는 응답도 9%나 차지했다.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의지력 부족으로 일어난다.'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본인의 선택이다.'(21%), '새로운 질병 중 하나이다.'(16.3%),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다.'(13.7%) 등의 의견도 있었다.
유명인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복수응답) 46.1%가 '본인의 긍정적인 의지'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힘들 때 솔직하게 주변의 도움 요청' 37.6%,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 35.9% 등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의 정성 어린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인’ 김홍식 본부장은 "최근 글루미 제너레이션(우울한 세대)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우울증이 만연되어 있다. 아프다면 병을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우울증은 치료와 함께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보건 복지부 ‘자살은 이제 그만’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자살이 사회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꼬리를 물면서 모방 자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교육인적자원부.농림부.청소년위원회.기획예산처 등이 자살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자살 방지 아이디어 중에는 복지부가 최근 외부용역을 통해 마련한 농약 농도를 낮추는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촌에서 농약 자살을 막기 위해 원액 상태의 농약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다. 원액으로 공급하는 것에 비해 운반. 보관비용은 더 들지만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희석시킨 농약만 유통시키자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자살을 시도하다 다친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복지부는 고의로 자신의 신체를 손상시킬 경우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육부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살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우울증과 자살을 초래하는 집단 따돌림 등 학교 폭력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계청이 작성한 '사망원인 생명표'에 따르면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자살로 죽을 확률은 2.63%로 고혈압(2.44%)이나 교통사고(1.76%)로 사망할 확률보다 높았다. 다만 당뇨(4.32%)나 위암(3.58%)으로 죽을 확률보다는 낮다.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40대였다. 통계청이 지난해 15세 이상 전국의 7만 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자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은 40대가 12.7%로 가장 많았다. 학력별로는 중졸자의 자살 충동이 12.5%로 가장 높았고, 소득별로는 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가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19일 자살 충동을 느낄 경우 정신보건센터의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생명의 전화(1588-9191)' 등의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획예산처도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현재 105개에서 2010년에는 230여 개로 늘리고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자살 방지를 위한 예산을 반영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페인도 지속됐고 각종 방안도 발표되었지만,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청소년위원회 등은 자살로 인한 사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19일 ‘범정부적인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의 종합대책을 정리하면, ①시민단체, 종교계 등이 대거 참여하는 ‘생명존중 인식개선 캠페인’ ②긴급 상담전화 요원 확충 ③자살관련 유해 사이트에 대한 감독 강화 ④농약농도 하향조정, 건물ㆍ다리 등에 자살방지 펜스 설치 등 제도개선 ⑤초ㆍ중ㆍ고교에서의 자살 관련 교육 확대 ⑥지역 정신보건센터 확충 등 자살방지 예산 확대 등이다.
④번을 제외한 나머지 대책들은 보건복지부가 이미 하겠다고 밝혔던 사업이거나 추진 중의 사업이다. 그런데 ④번 대책 농약농도 하향조정, 건물ㆍ다리 등에 자살방지펜스 설치 등 제도개선 사업을 종합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약 농도를 낮춰, 농약을 마시더라도 죽지 못하게 한다, 건물 옥상과 다리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펜스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발상에 네티즌들은 “농약 농도를 하향 조정하면 안 죽느냐. 농약을 더 많이 먹지 않겠냐. 왜 자살하는지 근본적인 치료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는 도구만을 살짝 건드려 보려고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2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뒤집어 쓴 지금 자살을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정부는 눈가리기식 대책을 내 놓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확실한 대책으로 자살을 예방하며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기 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생각을 다지는 개개인의 맘가짐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