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 전쟁

2007-03-19     글/ 이현지 기자
휴대폰 강국 코리아’의 흔들리는 위상을 잡아라
우리나라 휴대전화 산업, 차세대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원천 기술 확보 시급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재탄생시켰던 국내 휴대폰 업계가 혹독한 시기를 맞고 있다. 1월 말 글로벌 휴대폰 ‘빅5’의 2006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국내 휴대폰 업계의 성적표가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실적 발표 결과,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이 ‘깜짝 실적’을 보인 반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 등이 저하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그 동안 국내 휴대폰 업계가 추구해 온 전략 자체가 작금의 현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저가 휴대전화를 둘러싸고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저가폰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폰 전략의 대명사인 소니에릭슨까지 중·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비자 가전의 강자인 애플까지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3위 휴대전화 메이커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휴대폰 시장에 ‘저가폰 바람’ 분다
지난 2월 1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에릭슨이 저가폰을 무기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소니에릭슨은 컬러 화면에 음악 재생 기능을 탑재한 저가 휴대전화를 인도에서 생산한다. 이 회사는 2009년까지 인도 현지의 휴대전화 생산량을 1,000만 대로 끌어올릴 계획으로 이는 지난해 소니에릭슨 휴대전화 판매량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굿모닝신한증권 강희영 연구원은 “소니에릭슨이 100유로(약 12만2,000원) 이하의 워크맨폰을 출시하는 등 그동안 소홀했던 중·저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올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18%)보다 둔화한 10%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가폰으로 이익률을 유지하면서 저가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세계 4위 소니에릭슨은 그간 세계시장에서 음악 특화폰인 ‘워크맨폰’과 디지털카메라 특화폰인 ‘사이버샷폰’을 내세워 고가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소니에릭슨과 150~200달러대의 고가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 지난해 소니에릭슨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184달러로 삼성전자(172달러)와 LG전자(160달러)에 비해 비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중·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견지하고 있지만 정작 고가 시장에서 소니에릭슨이 더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인도 시장에서 60~100달러대 저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로선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퀄컴으로부터 30달러대의 저가폰 전용칩(QSC 6010)을 대량 공급받으면서 50달러 이하의 저가폰을 공급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강희영 연구원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글로벌 ‘빅 5’의 과점 현상이 강화되면서 고가폰과 저가폰 시장 모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노키아는 고가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삼성전자는 저가폰 시장을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에릭슨, 삼성전자에 ‘도전장’
고가 휴대폰 위주의 사업을 펼쳐왔던 소니에릭슨이 중저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냈다. 소니에릭슨은 휴대폰 외주 생산업체 플렉트로닉스 및 폭스콘과 생산 계약을 맺고 인도 현지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소니에릭슨의 마일즈 플린트 CEO는 “중저가 시장까지 폭넓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3위 내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이 가운데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언급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급 휴대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워크맨폰’과 '사이버샷폰'을 앞세워 이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프리미엄 시장에 이어 중·저가폰 시장 역시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의 치열한 격전지가 되고 있다. 노키아가 50달러미만의 초저가폰을 판매하면서도 높은 영업 이익율을 기록한데 이어 모토로라 역시 ‘모토폰’을 앞세워 초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삼성전자 역시 초저가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미화 57달러에 판매 예정인 ‘SGH-C140’의 출시와 함께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을 내장한 휴대폰을 현지 사정에 맞게 출시할 계획이다. 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중·저가폰 대부분의 수요를 외주 생산업체를 통해 충당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유독 자체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리미엄한 저가폰’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기본 통화 기능 외에 컬러 액정과 자바를 내장한 휴대폰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소니에릭슨은 여기에 음악 재생기능을 더한 휴대폰을 출시할 예정이라 향후 양사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에릭슨이 외주 생산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중·저가폰 생산량을 늘리는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있지 않으면 소니에릭슨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삼성·LG도 ‘저가폰 공략’ 스타트
최근 시장 점유율 감소로 수세에 몰린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의 프리미엄시장 공략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저가폰 시장 에 본격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의 이 같은 노선수정은 세계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한꺼번에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는 초저가폰을 무기로 상대 진영이었던 신흥시장에 뛰어들며,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50달러 대 초저가 휴대전화를 1분기 중에 선보일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유럽통화방식(GSM)의 초저가폰에 이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초저가폰까지 연내에 모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울트라에디션’ 시리즈를 통해 고가 시장을 계속 공략하는 한편 초저가와 중가 시장의 비중도 계속 늘려간다는 게 삼성측의 전략이다.
LG전자 역시 인도시장을 겨냥해 4만∼5만원대 초저가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초저가폰 전략 수립이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는 지난해 말 퀄컴으로부터 저가폰 전용칩인 ‘QSC 6010’을 대량 공급받았기 때문. QSC6010은 통신, 전력공급 등 여러 개의 부품 이 하는 역할을 하나로 통합한 ‘원칩’으로 동영상 재생, 고화 질 디지털카메라 등 부가기능을 완전히 빼고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등 단순 기능만 지원한다.
퀄컴 관계자는 “전통적 동지관계에 있는 한국업체들이 하이엔드 (High―end) 전략에서 저가폰 전략으로 수정함에 따라 그 수요에 맞춰 개발한 칩”이라며 “노키아, 모토로라 등에 맞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폰, 2011년 세계 시장 25% 차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프리미엄 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저가폰 시장은 더욱 확대돼 2011년에는 20달러 미만의 저가폰이 세계 시장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신흥 시장이 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오는 2011년에는 3억3천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키아는 최근 실적 악화의 주요인을 저가 신흥시장에서의 공격적인 가격경쟁으로 분석했다. 이동통신사 역시 저가폰 사용자들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ABI 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저가폰 사용자들의 한 달 휴대폰 사용 요금은 2~5달러에 불과했다.
ABI 리서치의 샤란드라 펜데이 연구원은 “휴대폰 제조사들의 수익악화의 주요인으로 초저가폰이 손꼽히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에서 브랜드 확립과 대규모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저가 휴대폰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신흥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벤큐, 삼성전자, 필립스, 하이얼, 교세라 등의 휴대폰 제조사들이 초저가 신흥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일부 전략을 수정 중이다.
모토로라는 이미 인도, 동남아, 남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에 40달러 미만의 초저가폰 600만대를 공급했으며 30달러 미만의 초저가폰 600만대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ABI 리서치는 가장 크게 성장할 시장으로 인도를 꼽았다. 지난 2006년 900만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던 인도가 2011년에는 1억1천6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팟’에 ‘아이폰’까지…중국 짝퉁 휴대폰 기승
중국 내 짝퉁 ‘아이팟’으로 홍역을 치른 애플이 이번에는 ‘아이폰’의 복제품 등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월 29일 해외 유명 블로그에 ‘아이폰’과 똑같은 짝퉁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그대로 베낀 제품을 내 놓았던 중국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메이즈가 신제품으로 짝퉁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이다.
메이즈는 MP3 플레이어 전문 생산업체로 유명 회사의 MP3 플레이어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제품화하기로 악명높은 회사다. 애플의 ‘아이팟’과 흡사한 디자인에 인터페이스까지 그대로 베껴낸다.
홈페이지(www.meizu.com)를 살펴보면 낯익은 제품들이 많다. 한국 MP3 플레이어 업체인 코원이나 레인콤 등의 인기 모델과 비슷한 제품들이 상당수 있다. 메이즈는 지금까지 휴대폰은 생산하지 않았지만 짝퉁 ‘아이폰’을 시작으로 휴대폰 업계까지 발을 넓혔다. 메이즈의 짝퉁 ‘아이폰’은 11.5㎜의 초슬림 두께에 GSM과 중국 내 3G 방식인 TD-SCDMA를 지원한다. 내장된 LCD는 3.3인치로 720×480 해상도를 갖고 있다. 300만 화소 카메라를 뒷면에 장착했으며 블루투스가 내장됐다.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ARM 11 CPU를 내장해 30프레임의 동영상을 720×480 해상도로 구동할 수 있는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한다. 구동되는 운영체제(OS)만큼은 애플의 ‘아이폰’과 다르다. ‘아이폰’이 애플의 OS X를 사용하는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을 OS로 사용하고 있다. 전면의 인터페이스 역시 윈도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구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즈는 인기 있는 디지털 기기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도용하는 악명 높은 회사”라며 “아이폰의 인기가 높음을 실감할 수 있는 면이기도 하지만 중국 내 짝퉁 제조 기술 발전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