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손학규

2007-02-06     글/신혜영 기자
범여권 대안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손학규
우리당 “간판격으로 손 전시사와 연대해야”…한나라당 “경쟁사 직원 빼가지 말라”

최근 손학규 전 지사를 두고 여야 공방이 뜨겁다. 범여권 후보의 '리더'격으로 인식돼온 고 건 전 국무총리가 16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여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 지난 1월18일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출범할 통합신당의 ‘간판’격으로 손 전 지사와 연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나라당은 “경쟁사 직원을 빼가지 말라‘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사양의 뜻을 강력히 밝혔지만 이런 스포트라이트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손학규 전 지사에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정동영ㆍ김근태 등 기존 주자들이 고 전 총리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월18일 “손 전 지사가 살아온 과정은 중도 개혁 진영에 어울린다”며 “경기지사 시절 능력도 검증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권 후보로 나설 경우 당장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양형일 의원도 “손 전 지사의 행보나 노선이 한나라당 주류와 많이 다르다. 환경과 풍토를 바꿔주면 잘 성장할 수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여권, ‘손학규 대안론’ 본심 드러내
사실 손 전 지사는 오래전부터 여권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왔다.
열린우리당이 ‘불임정당’이고 호남색이 강한 고건 전 총리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노무현-이명박 연대설’과 함께 ‘노무현-손학규 연대설’도 비중 있게 거론됐었다.
이런 이유엔 손 전 지사는 과거 민주화 운동 경험과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의 행정경험, 경기도지사로서 행적 등 정체성이 여권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손 전 지사가 제3의 정치세력인 ‘전진코리아 준비모임’이 주최한 ‘대한민국 선진화 대회’에 참석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대안론’은 지난 1월16일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더욱 더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17일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손학규 제 3지대 중도세력 통합 구심점 가능성’에 대해 묻자 “실질적으로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김효석 원내대표도 손학규 전 지사, 고진화 의원 그 분들을 통해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모색해보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며 “김부겸 의원 중심의 정치 서클에 손 전 지사가 직접 와서 격려도 해주었다”고 지적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신 의원은 “고 전 총리 뿐 아니라 예상되는 후보를 꾸준히 찾고 있었고, 그 찾는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며 “신당이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저는 참여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 부상이 곧 떠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범여권 일각에서 자신을 영입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시대 요구와 리더십을 갖고 있으니까, 손학규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면 여권이 힘들어지니까, 본선경쟁력이 가장 높으니까 손학규를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해석 했다.

회의론 내놓은 정동영, 천정배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천정배 의원은 같은 날 “그를 특별히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한나라당 유력 주자를 우리의 대권 주자로 옹립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천정배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몇 분 정도는 사실은 한나라당에 있는 것이 불편할 것 같다. 과거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가 탈당해 합류하지 않았느냐”면서도 “손 전 지사는 근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천 의원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이라고 부르는 세력과는 뚜렷한 정체성의 차이가 있는데 우리 세력의 대권주자로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역시 ‘손 전 지사에 대한 여권의 러브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거론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라라당, “여권은 의도된 기획”
한나라당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을 분열시켜 현 대선 구도를 흔들겠다는 의도된 기획”이라며 적극적인 대응 공세에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인광고를 전국적으로 내 후보를 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신당 놀음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달라”며 “경쟁사 직원까지 무차별 빼내려는, 윤리에 어긋나고 정치도의에 없는 짓은 그만 두라”고 날을 세웠다.
또 강 대표는 “아무리 사정이 다급해도 최소한의 예의와 자존심은 지켜달라”며 “범여권후보로 언론에서 손꼽는 분들 중 이념이나 정책성향이 한나라당에 더 어울리는 분이 많은데, 무분별하게 광고를 낼 게 아니라 차라리 여당 간판 아래서 책임지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대변인도 “여당 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까지 넘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여당은 여당 내에서 자기들 취향에 맞는 후보를 발굴한 뒤 국민의 동의를 얻는 데 주력하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대안론’에 대해 일축해왔던 손 전 지사는 고 전 총리 불출마 결심 직후 “미래와 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혀 많은 정치적 해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내가 한나라당의 미래이자 기둥”
손 전 지사는 “제가 무슨 벽돌이나 나무짝이냐? 여기서 빼서 다른데다 붙이게…좋은 뜻을 가진 분들을 한나라당이 크게 안고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여권신당 참여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손 전 지사 측은 정국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이탈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전제하면서도 “여야에서 훌륭한 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 나쁠 것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지사 본인은 한나라당의 최대 텃밭 중 하나인 대구ㆍ경북 지역을 찾아 바닥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1월18일 대구, 경북(TK) 지역을 찾은 손 전 지사는 대구 교원공제회관에서 TK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대경포럼’ 회원들을 상대로 가진 시국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여권 인사들의 러브콜을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좋은 뜻으로 한나라당을 바꾸고 이 나라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데려가려 한다면, 와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와 함께 일을 하자”고 말하며 “한나라당을 변화시켜,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어 그런 분들을 모시고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그 이튿날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을 찾아 당직자 및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권에서 ‘러브콜’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손학규가 한나라당에서 대접을 받지 못해서 자꾸 여권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저평가 우량주’로 대접받는 서운함을 표현했다.
이는 경기 출신의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본산’인 TK(대구·경북)지역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 대해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여권 일각의 ‘고건 대안론’을 틈타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에 손 전 지사는 “외부에서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얘기하는 것이 한나라당에 맞는 것”이라며 “지금 한나라당에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 나만큼 한나라당을 의연하게 지키고 자랑스럽게 한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는 강연에서도 “내가 한나라당의 미래이자 기둥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나 만큼 한나라당을 지켜온 사람이 있느냐, 나만큼 한 길을 꿋꿋이 지켜온 사람이 있느냐, 나 만큼 신뢰를 주는 사람이 한나라당에 또 있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고 전 총리의 사퇴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지역주의에 기초해서 뭘 해보려는 것은 국민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튼튼한 영남 지지 기반을 더 넓히면 된다는 논리가 대선에서 현실이 된다면 이기지 못 한다”고 말했다.
경쟁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텃밭’격인 TK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지난 1월20일 ‘여권의 러브콜’에 대해 “나에게 호의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바꿔 나가겠다”며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산악인 엄홍길 씨와 소설가 박범신 씨 등이 결성한 ‘운우회(雲雨會)’ 회원 20여명과 함께 한라산 성판악코스로 등반하며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기둥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버려 본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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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선도 탈당론’ 급부상

지난 1월19일 법원의 당헌개정안 효력정지 결정으로 열린우리당의 신당 논의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선도탈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20일 열린우리당내 강경 신당파에 속하는 주승용 의원은 “탈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빨리 결행해야 한다고 공감하는 의원들이 내가 알기로만 40여명 있다”며 “염동연 의원이 홀로 나가지 않고 세를 이뤄 집단으로 탈당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도탈당론은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해 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탈당을 통해 외부의 연대 가능한 세력과 힘을 합쳐 평화개혁 세력의 통합신당 창당을 촉진하겠단 주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선도탈당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과 고건 전 총리의 대권도전 포기 선언 등으로 한 때 주춤하는 듯 했으나 전대 준비위 결정과 당헌개정안 효력정지로 인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내에선 40~50명이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고 이중 몇 명은 조만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있다.
선도탈당의 테이프를 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 받고 인사는 염동연, 천정배 의원.
19일 “비상한 심정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천 의원도 지금 같은 신당 논의로는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탈당 후 통합신당 추진쪽으로 고민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최용규 의원 등 수도권 재선 그룹과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양형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강경파에서도 선도탈당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