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을 나서면 지역민 모두가 형, 동생
“내게 여주는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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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남현대의원 이성주 원장 |
[시사매거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대도시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흉부외과 의사는 매일 반복되는 빡빡한 스케줄과 일상에 염증을 느껴, 대도시의 소음과 매연, 혼잡함으로부터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조용한 곳에 작은 병원을 열고 싶었던 의사는 산과 논이 있는 풀내음 가득한 곳에 개원했다. 환자들과 가까이 소통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었던 의사의 꿈이 이뤄진 곳이 여주에 위치한 가남현대의원이다.
사람의 감정은 에너지와 같아서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문에 사람을 대면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면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가남현대의원은 진료하는 의사가 행복하기 때문에 진료 받는 환자까지 행복해지는 그런 의원이다.
이성주 원장은 “지역에서 가장 낡은 건물 중 하나인 우리 의원은,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환자 한 분 한 분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눌 만큼 충분한 면담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자랑이다”라고 말했다.
야심찬 꿈을 갖고 빨리 큰돈을 벌어 번듯한 개인병원을 갖고 싶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가능했다. 환자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충분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신뢰감이 쌓였다. 이제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설명을 듣고서도 가남현대의원에 들러 그 설명이 맞는지 확인하고 가는 환자들이 있을 정도다.
“단순한 의사를 넘어서 오랜 시간 여주 지역에 살아온 지역 사람으로서, 부모님을 모시고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우리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병원 안에서만 의사일 뿐, 병원 문을 나서면 지역 주민들과 형, 동생으로 통한다.”
17년이라는 시간동안 지역민의 주치의이자 이웃으로 자리매김한 이 원장은 어린 아이에서 성인으로 장성해 다시 병원을 찾는 이들을 볼 때 감회가 새롭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던 어린 환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집안 대대로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언제든지 편하게 들러 가는 사랑방
어떠한 일이든 오랜 시간을 하다 보면 타성에 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한 결 같이 환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료에 임해왔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래 진료를 해온 만큼 이 원장에게는 잊지 못할 사람들도, 특별한 기억도 많다.
“어느 날 병원 로비가 시끄럽더니, 직원이 진료실 문을 열고 ‘어느 술 취한 아저씨가 원장님을 꼭 보고 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들어오시라 하고 얼굴을 확인했더니, 오래 전 여주에 사실 때 항상 우리 병원에 다녔던 환자였다. 타지로 이사를 가셨는데 가족 행사 차 여주에 들렀다 기분 좋게 술 한 잔을 걸치고 병원에 들른 것이었다. 아파서도 아니었고 단지 얼굴을 보겠다고 찾아와 주셨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다.”
이 마을의 할머니들에게 가남현대의원은 발길 닿을 때면 언제든지 편하게 들러 가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하루는 평소 진료를 받으러 오시던 할머니 두 분이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오셨냐”는 이 원장의 질문에 할머니들은 “마을이 ‘면’에서 ‘읍’으로 승격되면서 버스 노선이 바뀌었는데, 새로 생긴 버스가 너무 예뻐서 타보았지만 막상 갈 곳이 없어 원장님 얼굴보고 놀다 가려고 들렀다”고 했다.
심심하신 할머니들이 갈 데가 없을 때면 생각나는 곳,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곳이 가남현대의원이다.
“지역민의 주치의가 될 수 있다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이성주 원장. 그래서 그는 더 밝고 따뜻한 모습으로 환자들을 맞이하고자 한다. 더욱이 병원에 있어서 서비스 품질은 의료기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병원의 얼굴은 원장이 아니라 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몸이 아픈 분들이 찾아오는 곳이 병원인 만큼,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진료 순서가 바뀌기라도 하면 직원들이 쓴 소리를 듣게 된다. 때문에 직원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네 가족처럼 모셔라’라고 주문하지만, 늘 웃는 얼굴로 환자를 맞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친절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근무환경이나 보수에 대한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비로소 환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기에 이 원장은 직원 복지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가남현대의원은 간호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겪어 본적이 없다. 직원 4명 중 3명이 10년 이상 함께 일한 베테랑일 만큼 한 번 발을 들인 직원은 오래 함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환자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의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전한다. “지금처럼 우리 의원을 찾는 환자 분들과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며 집안 대대로 주치의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직원과 환자 모두가 행복한 가남현대의원으로 만들어 가겠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주치의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원장은 축구광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 여주는 그에게 더욱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도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