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도입,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재산형성 도움 될까

5년 1억 한도 ‘비과세 만능통장’ 도입…은행자금→자본시장 이동 할 듯

2015-08-31     신혜영

   
▲ 금융위원회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이 지난 8월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ISA는 하나의 통합계좌에 예ㆍ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운용해 여기서 발생한 이자 등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시사매거진] 지난 8월6일 정부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소득세법 등 15개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예금, 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ISA가 내년에 도입된다.

선진국에 비해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크게 낮은 만큼(한국 26.8%, 미국 70.7%) 새로운 자산형성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놓은 방안이다. 실제로 영국과 일본 등에서 먼저 시행돼 서민들의 재산형성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제도로 우리나라도 저금리 시대에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ISA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재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소득공제 장기펀드)등이 출시됐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IS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ISA의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납입한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ISA가 기존 절세상품인 재형저축, 소장펀드와 다른 점은 투자 포트폴리오 변경이 쉽다는 점이다. 기존 두개의 상품은 실적이 좋지 않아도 유지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ISA의 경우 계좌 내에서 펀드나 자산운용사를 부담 없이 교체할 수 있다.


지난 6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도입과 관련, “그간 예금 위주의 재산형성 지원 프로그램과는 다른 획기적인 새로운 상품구조를 마련해 개인의 금융상품 선택권이 최대한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저소득층에 대해 더 많이 배려하되,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여유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내년 1월 첫 선을 보이게 될 ISA는 계좌 내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입·교체할 수 있다.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는 상품 교체가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 때 소장펀드는 납임금의 6.6% 세금을 떼고 원금을 돌려받고 재형저축은 비과세 혜택이 취소된다.

반면, ISA는 가입기간 중 상품 뿐 아니라 펀드 운용사까지도 바꿀 수 있다. 별도의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비과세·분리과세 혜택도 계속 유지된다. 이 계좌에서 생긴 수익은 200만 원까지 비과세되고, 200만 원 초과수익도 9.9%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ISA와 기존 투자상품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과세 방식이다. 우선 투자방식의 경우 한번 가입하면 중간에 손실이 발생하거나 마음이 바뀌어도 투자자가 손쓸 방법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ISA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지 예·적금으로 갈아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반대로 예·적금에 가입해 있다가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별도의 통장 없이도 펀드로 돈을 옮겨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세금도 합산해서 과세한다. 기존의 비과세나 세금우대, 세액공제 상품은 건별로 세금을 계산한다. 이 경우 수익에는 세금을 내지만 손실이 발생한 경우 세금감면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4개의 금융상품에 가입해 두 개는 각각 100만 원씩 손실이 발생하고 나머지 두개는 각각 200만 원씩 수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기존 방식은 200만 원 수익을 낸 상품 두 건에 대해 과세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실제 수익은 200만 원인데도 400만 원이 과세대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같은 경우라도 ISA는 400만 원 수익에서 손실 200만 원을 뺀 200만 원을 수익금액으로 본다. 비과세 한도를 똑같이 200만 원이라 가정해도 기존방식은 20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하고, ISA는 전액 비과세를 적용받게 된다.


나머지 잔액에 대해서도 9.9%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별투자보다 세금 감면 효과가 뛰어나다. 예를 들어 ISA를 통해 순이익 500만 원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일반투자 방식에서는 소득세 77만 원(과세율 15.4%에)을 물어야 한다. 이와 비교해 ISA의 경우 200만 원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는데다 300만 원에는 9.9%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29만 7,000원만 내면 된다.


순이익 2,500을 벌었을 때는 세금 감면 폭이 더욱 커진다. 금융투자 소득 2,500만 원 이상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최대 517만 원이 과세된다.


하지만 ISA를 통해 2,500만 원 순이익을 올리면 2,300만 원의 9.9%에 해당하는 227만 7,999원만 내면 된다. 월 28만 원 가량을 납부해 연평균 수익률 4%를 올린 소액 투자자는 운용수익이 200만 원으로 세금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소액 투자자의 경우 운용 수익이 대부분 비과세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ISA 대상 가운데 국내주식형펀드는 이미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ISA 도입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주식형펀드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왔다. ISA에 담게 되면 투자 한도에 한해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기에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ISA 제도가 도입되면 증권사는 해외주식형펀드 쪽으로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제 혜택 측면에서 국내펀드보다 해외펀드가 유리한 측면 있다”고 말했다.


납입기간이 기존 상품들에 비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재형저축은 만기가 최소 7년, 소장펀드는 5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ISA의 의무 유지기간은 최대 5년이지만, 청년이나 급여 2,500만 원 이하 근로자 및 소득 1,600만 원 이하 사업자는 결혼과 주거 등을 위한 자금 수요를 감안해 의무가입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다.


가입자격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단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 원씩, 총 1억 원이다. 금액이 큰 만큼 투자를 통해 재산형성과 목돈마련에 실질적으로 도움일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ISA는 올해부터 판매가 끝나는 재형저축과 소장펀드를 재설계해 만든 상품”이라며 “시장상황에 맞춰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편입·교체하게 하고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해 편의성과 상품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ISA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혜택이 없어 기존에 있던 절세 상품들에 비해 오히려 절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ISA에 매달 42만 원씩 1년에 500만 원을 넣은 투자자가 연간 4%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5년 운용 누적으로 30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경우 세금은 100만 원의 9.9%에 해당하는 10만 원 가량이다. 일반적인 개별 투자에서는 42만 원을 물었을 테지만, ISA에서는 32만 원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약 80%에 가까운 절세율이지만, 소장펀드에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보다 세제 혜택이 5분의 1에 불과하다. 소장펀드는 총급여 5,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가입만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장펀드 가입자가 같은 500만 원을 납입하는 경우 200만 원을 소득공제 받는다. 연말정산시에는 33만 원(농어촌특별세 차감전)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매년 33만 원씩 5년간 환급받는다고 가정하면 165만 원의 세금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비교해도 ISA의 절세 효과가 크지 않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해 1년에 700만 원을 입금하는 경우 총 92만 4,000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절세 혜택을 최대한 많이 보려면 ISA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으로 4%대 수익률을 제시했지만, 최소한 6%대까지는 달성해야 절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 PB센터 팀장은 “ISA를 통해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쪽에 초점을 맞춰서 운용한다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가격이 다소 떨어진 중국펀드나 유럽펀드 쪽이 유리해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ISA만으로 세금 혜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함께 활용하면서 목표 수익률에 맞게 가이드라인 펀드를 이용한다면 200만 원 절세 효과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이면 ISA에 주식평 펀드를 넣을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에 1인당 3,000만 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금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내년에 해외 주식형 펀드 3,000만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면 ISA에 굳이 주식형 펀드를 담을 유인이 없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역지점 PB팀장은 “ISA가 세금 혜택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활성화 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며 “내년에 해외펀드 비과세까지 시작되면 해외 채권형 펀드나 채권혼합형 펀드만 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불입할 수 있는 금액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와 한도가 통합관리 되기 때문이다. 신현조 팀장은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한도까지 불입하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2,000만 원에서 소장펀드나 재형저축 분을 빼면 매달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ISA 도입으로 장기 저금리 상황에서 매력이 낮아진 예금·적금 자금이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으로 이동해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ISA가 출시되면 ELS와 ETF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원금비보장형 ELS도 판매할 수 있기에 금융권에서 증권업종의 수혜가 제일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개인 투자자의 금융 자산 비중이 늘고 해외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자금 유입이 기대돼 금융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은 ▲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매매·평가 차익에 대해 환매시만 과세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 도입 등의 조치도 해외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도 “세제혜택의 범위와 유효성이 큰 만큼, ISA 계좌는 누구나 하나씩은 만들어야 할 국민적 관심으로써 자산관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대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는 예·적금 대신 수익률 높은 금융상품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그 중에서도 비과세 수혜가 큰 채권형 펀드와 ELS, DLS, 해외펀드, ETF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가입 절차가 번거롭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제도”라며 “증권주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이란 비난을 피하려 직전 연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했다”며 “소득과 자산이 일정 수준 넘는 자산가들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인출했다가 가입해야 하거나, 가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비과세’와 ‘200만 원 한도’를 키워드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신규로 가입할 필요는 없지만 이왕 투자에 나선다면 ISA를 통해 비과세와 분리과세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라는 얘기다.  
또한 전문가들은 투자상품 중에서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ISA편입 대상에서 빼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해외 상장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경우 내년부터 1인당 3,0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줄 예정이다. ISA와 무관하게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절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을 올해 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상품은 올해 말 판매가 종료되는 절세 상품들로, 재형저축의 경우 7년간 계좌를 유지하면 이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소장펀드의 경우 납입액의 40%에 대해 소득공제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