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국회 본 회의 통과, 하반기 경기 회복 길 열리나
11조5362억 규모 추경 편성, 여야 ‘법인세 인상’ 놓고 2라운드 개막
[시사매거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5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이 지난 7월 24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207명 중 찬성 149명, 반대 23명, 기권 35명으로 추경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찬성률은 71.9%다.
구체적인 세출 삭감 내용은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2500억 원 ▲상임위 삭감 1810억 원 ▲기타 440억 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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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피해복구·가뭄 대책 등에 4112억 증액
정부는 당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면서 11조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보냈다. 이후 여야는 심사를 거치며 2천638억 원 줄어 11조5천639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에서, 세수 부족분(세입 결손)을 메울 정부의 ‘세입 경정 예산’ 5조60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을 감액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사용될 ‘지출(세출) 확대분’ 6조2000억 원 중 4750억 원을 삭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렇게 삭감한 예산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피해 복구와 가뭄 및 장마 대책 등에 반영, 4112억 원을 증액했다.
메르스와 관련, 국회는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손실지원에 1500억 원, 감염병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에 208억원,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에 950억 원, 의료인력양성 적정수급 관리에 50억 원을 반영했다. 가뭄 및 장마 대책으로는 지방하천 정비에 100억 원을 증액했고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에 60억 원을 추가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선 어린이집 보조교사·대체교사 등 충원에 168억 원을, 장애인 의료비 지원에 61억 원을, 시·도 가축방역에 29억 원을 반영했다. 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에 150억 원, 도시철도 내진보강에 100억 원을, 민자고속도로 토지매입비에 50억원을 증액 반영했다.
경제 위기 여야 공감대 형성, 조속 처리 이끌어
이번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18일 만에 통과됐다. 2008년, 2009년, 2013년 추경 때 국회 제출에서 통과까지 평균 47일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경안은 국회에서 굉장히 빨리 처리된 셈이다. 이처럼 추경이 빠른 속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것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추경 편성으로 경기를 떠받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기 시작한 6월 초부터다. 이미 수출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애초 예상치인 3%대 초반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던 시점이었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가 현실화하자 한국은행은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사상 최저수준인 연 1.25%로 끌어내렸다.
처음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5.5%나 늘렸기 때문에 더 증액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추경 편성에 다소 부정적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가 갈수록 커지자 지난 6월 25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 편성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추경 편성이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올해 3.1%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3% 성장률 위해 예산 집행 속도 낸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3%대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편성된 예산 규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장률 3% 위해 20조원 추경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뭄의 영향으로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반면 추경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 올 성장률은 3%에 미달한 2.6% 내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연은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통과된 안의 두 배가량인 10조원의 세입 추경이 필요하고 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2조원의 세출 추경이 추가로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예산 집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추경의 기대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의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추경예산 전부를 집행해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올해 3% 성장률을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7월 24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부터 예산 집행을 위한 사전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추경예산을 집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정부는 메르스, 가뭄 등의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는 데 효과를 거두려면 얼마나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초 국무회의에서 추경 공고안과 배정계획을 의결한 뒤, 곧바로 투입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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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1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적 298인, 재석 207인, 찬성 149인, 반대 23인, 기권 35인으로 가결되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한편,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 합의문에 붙은 ‘세입 확충을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정비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조건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가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법인세 인상 여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7월 24일 의원총회에서 “법인세 정비라는 합의 속에는 법인세 정상화까지 논의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라고 법인세 인상 추진을 시사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낙마하면서 새누리당은 이번에 ‘법인세 인상 불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추경 합의문에 대해서도 김재원 대통령정무특보는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해 보자라는 그런 의미”라고 강조해 인상을 전제로 한 합의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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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1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98인, 찬성 149인, 반대 23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된 뒤 홀로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새정치연합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이슈화할 태세다. 구체적으로 3단계 과세표준 구간이 적용되는 현행 법인세율에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추가로 신설해 25%의 법인세율을 매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새정치연합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법인세 인상은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세계적인 금융·재정위기 이후 많은 국가에서 자국 경제의 빠른 지원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화해왔다”며 “법인세율은 향후 세계적인 세율 변화 추이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은 “여야는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법인세 등을 정비하기로 합의했으나 통과 직후 청와대와 새누리당 의원까지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자기 배는 채웠으니 밥상을 엎어버리겠다는 못된 심보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법인세 인상’을 두고 여야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의 ‘법인세 인상’이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_뉴시스] S
<2015년도 추가경정 예산안 주요 증액내역>
◇메르스 대응 및 피해업종 지원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손실지원 1500억 원
▲감염병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208억 원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950억 원
◇가뭄 및 장마대책
▲지방하천 정비 100억 원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 60억 원
◇서민생활 안정
▲어린이집 보조교사 및 대체교사 등 충원 168억 원
▲장애인 의료비 지원 61억 원
▲시·도 가축방역 29억 원
◇생활밀착형 안전 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 150억 원
▲도시철도 내진보강 100억 원
▲민자고속도로 토지매입비 50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