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정치이슈
2007-01-30 글_김정숙 기자
17대 대선 대장정, 침체된 경제회복 두 가지 이슈 주목
전문: 새해 정해년이 시작되었다. 올 한해도 역시 국민들은 희망찬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특히 국민 대다수의 불신을 사고 있는 정치권은 올 한해도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 17대 대선이 열리는 해에 진보 대 보수로 나눠진 정치권에서 어느쪽이 승리할까를 놓고 벌써부터 예측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는 한나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 이슈로는 경제 살리기를 들 수 있다. 장기침체에 접어든 한국의 경제상황을 누가 부활 시키냐를 놓고 대선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호(號)’의 항로를 결정할 17대 대통령 선거전이 올해 들어 길고 긴 대장정에 돌입한다. 제17대 대선 일은 올 12월19일. 이 날의 단판승부로 1997년 대선에서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진보 세력이 장기집권 체제로 돌입할 지, 아니면 절치부심하던 보수세력이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지가 결정된다.
17대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돼 한국정치사에 전기가 마련된 지 20년만에 치러지는 것으로 청년기에 도달한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선으로부터 불과 4개월 후에 18대 총선이 예정돼 있고, 대선에서 승리한 정치세력은 집권초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와 지지에 힘입어 내친 김에 의회 내 다수세력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17대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와 안보가 될 것이라는 데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 일치한다.
대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부동산, 일자리 창출,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 등 먹고 사는 문제와 북한 핵 실험으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 위기, 남북간 교류협력, 한미동맹 등 안보의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쪽이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 이슈에서는 산업화 모델과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21세기형 신성장 모델간의 논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조세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벌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복지와 성장 논쟁, 교육제도 개선, 증가일로에 있는 비정규직 대책 등도 대선정국을 뜨겁게 달굴 이슈들이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도 대선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다.
선거전이 이처럼 정책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될 경우 대선에서 지역구도라는 끈질긴 장벽이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7대 대선 각종 변수 예상돼
이번 대선 레이스는 유례없이 정치권의 유동성이 큰 상태에서 치러져 갖가지 변수와 반전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변수는 여권의 정계개편 성공 여부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쟁구도.
지지율 4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유력후보군이 형성돼있는 데 비해 한 자릿수의 참담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여당에는 뚜렷한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어 대선정국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여 만에 사실상 해체를 향한 길을 걷고 있고, 고 건 전 총리와 민주당, 제3세력의 합종연횡을 통한 중도통합신당의 창당 움직임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끝내 분당하게 되는 경우, 새로 만들어질 중도통합신당과 소수화 된 여당이 각자 독자후보를 선출한 뒤 대선 본선을 앞두고 극적으로 연대를 이뤄낼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양강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추격전을 벌이며 이른바 ‘빅3’경쟁구도를 형성, 흥행성을 높이고 있다.
야권에 강력한 두 후보가 맞대결을 벌인 것은 87년 대선 당시 야권후보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 이후 20년만의 일이다.
여기에 당내 개혁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이 가세한 데 이어 두 차례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실현된다면 한나라당내 경선구도는 한층 복잡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야의 17대 대선후보 확정 시기가 올해 6~8월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02년의 경우 민주당은 4월27일, 한나라당은 5월9일 각각 대선후보를 확정했다.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일치시키자는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론’이다. 비록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개헌론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경우 정국을 큰 틀에서 변화시킬 수도 있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고리로 임기 중 사퇴라는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잠재적인 변수로 살아있고, 노 대통령의 여당 당적 이탈 여부도 정계개편과 관련해 주목받는 카드다.
여권과 야권 어느 쪽이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실현해낼 것인 지도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선불복’의 후유증으로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한나라당은 경선 흥행 못지않게 유력후보의 경선 불참을 예방하는 등 단일대오를 유지하는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경선) 제도 등 새로운 경선제도의 도입이 원만한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선거연령이 만 19세로 낮아진 이후 처음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대선의 유권자 수는 2002년 3천455만4천명에서 7.3% 증가한 3천710만2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선거연령 인하로 추가되는 유권자는 지난 5.31 지방선거때의 1.6%(약 60만명)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여야 정당에 있어서 대선 승패는 최우선의 가치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선을 통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쟁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론분열을 최소화함으로써 한국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권과 유권자에게 공통으로 맡겨진 숙제다.
한편, 정치권이 대선정국에 매몰되면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올해에도 부동산가격 불안, 가계부채 부담, 북핵 리스크, 미국경제의 둔화, 환율과 유가 불안 등으로 안팎의 경제 여건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대선정국이 본격화하면 경제리더십 실종으로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인기 영합적인 경제정책을 남발하며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경제관료들도 복지부동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정국에 따른 리더십 혼란은 경제에 대한 통제력 상실로 이어져 자칫하다가는 경제위기로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그렇지만 올해에도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0.9% 늘어나는데 머물러 작년 4.4분기 1.6%, 올해 1.4분기 1.2%, 2.4분기 0.8% 등에 이어 경기하강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한국경제연구원 4.1%, 현대경제연구원 4.2%, LG경제연구원 4%대 초반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말 달러당 960원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12월 들어 910원대로 떨어지기도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올해에도 환율불안이 계속되고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어서 한국 경제의 핵심엔진인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자리 역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부동산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됐으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돼 외국자본 이탈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07 경제 투자와 소비, 위축전망
이런 상황에서 대선정국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무엇보다 레임덕에 따른 경제리더십 실종으로 경제정책이 표류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정부-여당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학계, 업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분양제도개선위원회는 분양가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한창 벌이고 있는데, 당정이 일방적으로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발표했다면서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실무진도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면서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다.
당정은 출자총액헤제한제도, 수도권규제완화 등 중요한 정책 사안들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각각 자기 갈 길을 가는 ‘마이웨이’ 현상은 심해지고 이에 따른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선으로 인한 사회불안이나 노사불안 등 사회갈등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보수적으로 하도록 하고 정책결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뿐아니라 대선후보들도 백가쟁명식으로 선심성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미 아파트가격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놓고 초조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파트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들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서민들의 정서 때문에 이런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서민·중산층에 대한 근로소득세와 재산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실현되면 세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미 부동산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가 내부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앞으로 부동산정책 뿐 아니라 감세, 복지확대, 경기부양 등에 대한 각종 정책들이 세밀한 검증없이 졸속으로 발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형 국책사업들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소비와 투자가 침체되고 경기하강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선정국에서는 국민경제 전체를 의식하지 않고 지지계층을 위한 정책들이 많아지면서 계층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불확실·불안정성이 증대된다”면서 “이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 실종으로 인해 투자·소비 심리가 위축돼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대선주자들도 지지계층만 인식한 정책대안 보다는 국가경제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 ‘네거티브 선거전’ 벌써부터 치열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정책 시비보다는 상대 예비후보를 겨낭한 ‘네거티브 공세’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해 말 “여당이 남의 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치공작을 또 시작했다”며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살이 떨린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박정희 향수’에 기대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소중한 당 대선후보들을 온 몸으로 보호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당이 난데없이 박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왈가왈부하는 정말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며 “예산안이나 사학법 재개정 등 여러 민생문제가 얽힌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와 있는데 집권당 사람들이 모여 공개회의에서 정치공작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김대업 같은 사람들을 전부 모아 새로 시작한다 해도 한나라당은 이번엔 결코 안 넘어간다. 국민도 그런 비방·흑색선전에 넘어가지 않는다”며 “당 대표로서 흑색비방, 정치공작 근절을 정치 개혁의 하나로 생각하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도 당내 검증위원회를 두자고 할 정도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후보 검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며 “이 전 시장은 나의 문제 제기에 공식적으로 답변할 의무가 있고 생산적인 토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민 위원장은 전날 “이 전 시장의 전략은 굉장한 패착이자 퇴행적 성형수술”이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후보검증을 위해 ‘이명박 전 시장과 부동산’, ‘이명박스럽다’ 등을 주제로 브리핑을 하겠다”며 이 전 시장 때리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벌써부터 불붙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올해 대선에서 정책 대결의 실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 같은 문제점은 현행 선거법에 상대당 예비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방을 규제하고 당내 경선을 관리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