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을 실어나르는 의료 선박 ‘머시쉽(Mercy Ships)’

죽음의 땅 아프리카에 아름다운 생명의 빛 비추다

2015-04-02     김득훈 부장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항구도시에서 100마일(160km) 이내에 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도시들이 의료서비스가 제한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에 존재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전 세계 75%를 살리기 위해 고안된 의료체계가 바로 ‘머시쉽(Mercy Ships)’이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최첨단의 의료장비와 기술로 무료수술을 행하는 머시쉽은 그야말로 ‘바다 위의 병원’이다. 게다가 승선한 모든 이는 전문 의료진에서부터 일반 봉사자까지 순수 자원봉사자로, 세상을 밝히는 그리스도적 사명을 오롯이 실천하고 있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호의적이거나 비판적이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는 어쩌면 전쟁과 죽음의 땅일지 모른다. 끊이지 않는 종족 간 유혈분쟁과 자연재해는 원주민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타의에 의해 생존권을 박탈당한 이들의 삶은 처참하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천형(天刑)처럼 주어지는 질병과 그로 인한 손가락질에 고통받아야 한다. 열악한 의료기술로 인해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신의 저주’가 되어 죽음만을 기다리는 이들의 참담함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례로 최근 1만 명의 누계 사망자를 내며 맹위를 떨친 에볼라 창궐 당시 무엇보다 절실했던 의료진 파견은 수 개월이 지나서야 가능했을 정도다. 또한 영양실조나 말라리아, 설사, 폐렴 등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매년 600만 명에 달하고,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평생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 “한 달 2만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는 방송문구는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한 상술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처참한 의료 현실을 알리는 호소문이다. 이런 죽음의 땅에 희망과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NGO 의료 선박인 ‘머시쉽(Mercy Ships)’의 자원봉사자들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프리카 각국을 돌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이들의 봉사정신
에 찬사를 보내며, 떠다니는 병원선 ‘머시쉽(Mercy Ships)’의 대항해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54개국, 575개 항구, 54만 명 치료

   
 

지금 활동 중인 ‘아프리카 머시(Africa Mercy)’는 아일랜드, 캐리비안, 아나스타시스 머시를 거친 4대 머시쉽이다. 5개의 수술실과 82개의 병상을 갖춘 이 거대한 병원선은 이전 병원선들보다 연간 의료 역량이 2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54개국 575개 항구도시를 방문, 539,000명의 환자를 치료하였고, 61,000회 무료수술을 진행하였으며, 1,100개 지역의 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진료과목으로는 백내장, 구개-구순열, 정형외과 기형, 산과적 누공 등의 질환이며, 연간 7천여 건 이상의 무료수술이 ‘아프리카 머시쉽’에서 행해진다. 이외에도 인근 마을들을 방문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는 물론 보건위생 교육, HIV/AIDS 교육, 건설, 농업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한국 머시쉽의 대표 고문인 조희서 서울씨티교회 담임목사는 “규모가 크다고는 하나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 모든 일을 해야하는 머시쉽의 특성상 각 부서의 헌신과 희생은 필수불가결이다”며 “때문에 뛰어난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기기를 비롯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작은 손길까지 모두가 머시쉽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조 목사는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질병도 전문 의료진이나 의료시설이 없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치되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따돌림과 그로 인한 생활고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머시쉽은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선이다”라고 강조하며 “머시쉽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된 사람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프리카에서는 질병이나 장애가 ‘저주받은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한다.
머시쉽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머시쉽이 주력하고 있는 의료봉사 중에는 현지 의료진을 위한 의료기술 훈련과 멘토링이 제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의료 상황 전반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현지 의사, 간호사, 조산원 등 의료진의 역량을 조금 더 발전시킨다면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지 의료진을 수술에 참여케 하고 간단한 의료기술을 훈련하는 등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조 목사는 덧붙인다.


아시아 유일 머시쉽 사무국 ‘한국머시쉽’

   
 

현재 ‘아프리카 머시쉽’은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307명을 수술했는데, 이중 139명이 어린이다. 진료과목으로는 외과수술 106건, 구강악안면 81건, 정형외과 55건, 안과 45건, 의료성형 20건에 이른다. 보통 1년 중 10개월 정도를 한 국가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시쉽의 특성상 한 국가에서 행하는 무료수술은 연간 3천~7천 건 정도다.
“나머지 2개월은 선박을 정비하는 기간”이라는 조 목사는 “‘머시쉽은 2000년 전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가져온 예수의 본을 따르고 있다(Mercy Ships follows the 2000 years old model of Jesus bringing hope and healing to the world's forgotten poor).’ 이것은 머시쉽 로비에 새겨진 글귀다. 이 정신에 입각해 전 세계 약 35개국에서 자원봉사로 온 15명의 전문 의료진과 90여명의 전문 간호사, 400여명의 일반 봉사자들이 머시쉽에 승선한다. 1년이면 약 1,500명에 달한다”며 “이런 사역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봉사자의 자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때문에 전 세계 16개 국가에 있는 지역사무실에서는 필요한 자원봉사자와 재정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미소 짓는다.
한국머시쉽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머시쉽 지역사무실이다. 지난 1997년 설립 후 160명 정도가 머시쉽 의료서비스에 참여했으며, 3월 현재는 간호사 1명과 일반 봉사자 1명이 승선하고 있다. 조 목사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소회한다.

현재 머시쉽은 5번째 선박을 준비 중이다. 세계의 더 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올해 디자인 작업을 마친 이번 선박은 2017년도에 건조를 마치고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3만6천여 톤 규모로 건조될 새 선박은 4번째인 ‘아프리카 머시’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민간 의료선박이 될 것이다. 가명인 ‘애틀란틱 머시(Atlantic Mercy)’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선박은 주로 아시아지역에서 활동할 것이란 후문이다. 더불어 더 효과적인 의료훈련을 위한 강의실과 콘퍼런스룸, 검사(Lap) 시뮬레이션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머시쉽 지역사무실은 새 선박에서 활동할 의료 전문가, 항해와 기관 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부서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머시쉽에 승선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는 먼저 ▲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만 18세 이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된다. ▲ 승선기간은 단기와 장기로 구분되며 단기는 최소 2주에서 10개월 미만이며 장기는 10개월 이상이다. 장기 승선자는 반드시 미국 국제본부에서 운영하는 훈련프로그램 ‘온 보딩 프로그램(On Boarding Program)’을 수료해야 한다. ▲ 역할은 의료직, 기술직, 일반직으로 나뉘고 전문적인 분야는 자격증과 일정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의료 전문의를 제외하고도 요리사, 선생님, 정비 수리공, IT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할 수 있다. ▲ 공식 머시쉽 사이트에 가면 현재 ‘아프리카 머시’에서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다(www.mercyships.or.kr).

 

주일에는 예배당, 평일에는 학교 강당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공동체 ‘서울씨티교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 종교 기독교,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자성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지만 정작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 주변에는 묵묵히 초대교회 그리스도의 행적을 따라 헌신하고 봉사하는 목회자가 있기 마련이다. 서울씨티교회(www.seoulcitychurch.com)를 이끌고 있는 조희서 목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는 조 목사는 1990년 서울성결교회로 시작하여, 2003년 지금의 서울씨티교회를 세웠다. ‘만민을 구원하겠습니다. 만민을 치료하겠습니다. 만민을 가르치겠습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되겠습니다’라는 사명 아래 도시를 변화시키고 부흥시킨다는 비전을 품고 매진하는 조 목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건강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나요?”
“건강한 교회란 없습니다. 온전히 건강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조 목사의 답이다. “단지 우리 교회는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완전하지 못하기에 늘 갈등과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성령님께서 그 모든 중심에 계셔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일으켜 세워 건강한 교회로 만들어 가십니다.”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지라(욥기 1장21절)’라는 말씀대로 모든 교회의 재산은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 목사는 마침 송곡고등학교에 강당이 필요했기에 교회 건물을 지어 학교에 기증했다. 때문에 서울씨티교회는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평일에는 학교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고 믿는 조 목사는 최근 들어 가정문제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에 애를 쓰고 있다. 전문 상담 사역자가 교회에 상시 주재하며 교인들의 치유를 돕는다. “교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견고한 진을 끄집어내 치유하고 단단한 믿음의 초석을 만들어야 올바른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는 조 목사는 그 일환으로 3,000명의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때론 결혼식장으로, 때론 유치원생의 재롱잔치 장소로, 때론 콘서트장으로 변신하며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공간으로 각광받는 서울씨티교회를 바라보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조 목사의 끊임없는 행보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