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분위기 속 盧묘역 참배한 문재인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
봄비가 내리던 18일 오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새정치미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같은 내용의 방명록 문구를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현장 최고위회의를 위해 경남 지역을 방문한 문 대표는 이날 현장 일정을 시작하기 전 신임 최고위원 및 당직자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왔다.
문 대표는 헌화를 하러 가는 길에 만난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검정색 정장 차림에서 흘러나오는 무거운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본격적인 참배식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다. 하얀 국화 꽃을 헌화대에 올려 놓는 문 대표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헌화대만 응시했다. 뒤 이어 문 대표의 뒤편에 도열해 있던 최고위원들도 각각 헌화와 분향을 마쳤다.
이어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달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의 비석 앞에 선 문 대표는 다시 한번 묵념을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눈을 꼭 감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로 예방했다. 올해 설 연휴에 비공개 일정으로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그는 권 여사에게 "공식적으로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며 "경남 일정을 묶어서 오려다보니 늦어지게 됐다"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지만 권 여사는 "하나도 늦은 줄 모르겠고, 안오셔도 오신 것과 진배없다"고 답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표는 또 이날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만날 예정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도지사 한 사람의 생각때문에 급식 문제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홍 지사도 어린 시절을 어렵게 살아 배고픈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텐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권 여사는 "밥 한끼쯤 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참 많다"고 동의하면서도 "무상이라는 이름이 공격받기 딱 좋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