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 코드, 모텔
2006-12-30 글_이미선 차장
모텔이 달라지고 있다. 부정적이고 부도덕한 이미지의 한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테마가 있고 이벤트가 있는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특급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인테리어에 스팀사우나, 월풀 욕조, 최신형 컴퓨터, 대형스크린의 홈시어터, 당구대 등 최고급 시설을 구비하고도 가격은 저렴하다. 젊은이들은 복층 구조의 객실에 모여 파티를 즐긴다. 유흥가 골목 안쪽이 아닌 도심 대로변에 당당히 입구를 드러냈다. 비즈니스텔, 관광텔, 타임텔, 무인텔 등 기존 이미지와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설은 고급호텔, 가격은 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신촌, 종로 등 번화가에서 모텔이 급부상하고 있다. 늦은 시간이면 빈방이 없어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텔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돼 남의 눈에 띌까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은 낯선 풍경이 됐다. 빈 방을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동네 비디오 가게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무엇이 이들을 모텔 앞에 줄서게 하는 것일까?
지난해 초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모텔들이 테마모텔, 명품모텔 등을 표방하며 차별화해 인기를 얻자 이러한 현상이 대학가와 번화가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갔다. 모텔들은 방마다 테마를 정해 그에 맞는 컨셉으로 꾸미고 최고급 시설을 갖추는가 하면 프로포즈와 생일파티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로 손님을 사로잡는다. 고급호텔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좋은 시설에, 대략 2~3만원이면 6시간 정도 방을 빌릴 수 있는 대관시스템은 밤만이 아닌 낮에도 이용 가능하다. 여기에 안락한 침대와 월풀 욕조, 최신 DVD에 인터넷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요즘 물가를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이렇다보니 차 마시고, 밥 먹고, 영화 보는 흔해빠진 데이트에 싫증난 연인들이나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고 놀 공간을 원했던 젊은 층들에게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학가에 위치한 모텔들은 테이블과 책상, 인터넷이 구비돼 있어 친구들끼리 모여 시험공부를 하고 토론준비나 과제를 하는 공간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새로 생기는 일부 모텔들은 생일파티나 개강파티 등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련되고 화려한 VIP룸을 갖추고, 서구적 파티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모텔들은 대낮에도 빈방이 없어 꼭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 정도인 것.
新문화 트렌드, 모텔족이 뜬다.
먹을 것을 사들고 모텔에 놀러가는 모텔족이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모텔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커뮤니티를 나누고, 이벤트나 할인 등의 혜택도 꼼꼼히 챙긴다. 자신이 다녀온 모텔의 사진을 찍고 이용후기를 올리기도 하고 모텔별로 순위를 매겨 더 좋은 서비스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커플이 함께 모텔에 출입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일종의 놀이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텔의 변신과 발전은 바로 이런 세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은폐하고 부끄럽게만 여겼던 성개념, 성의식의 개방이 첫 번째 이유이기는 하나, 오늘날 젊은 층의 개인적주의적이며 밀폐적인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인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의식돼지는 타인의 시선은 무조건 사절이다. 그것이 질타건, 관심이건, 배려건 중요치 않다. 가능한 철저히 그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돼지기를 원한다. 모텔의 성공은 바로 이러한 젊은 층의 성향을 가장 시기적절하게 잘 파악해 비즈니스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모텔의 변신은 세대의 요구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방지법 2년, 신·변종 성매매 급증
지난 9월로 시행 2년째를 맞은 ‘성매매금지법’은 시행 후 ‘성매매는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과 집창촌 축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변종 성매매업소 증가와 성매매 국외 원정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전국 24곳의 풍속업소 밀집지역을 ‘성매매 적색지역(Red Zone)’으로 지정했다. 이는 그동안 성매매집결지(집창촌) 위주였던 단속을 안마시술소, 휴게텔, 퇴폐이발소 등 신?변종업소 성매매와 대딸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가 밀집된 지역으로 확대, 집중단속 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지방경찰청은 관내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집중된 성매매 적색지역 1~2곳을 지정해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경찰이 밝힌 성매매 적색지역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일대(118개 업소)와 동대문구 장안동 경남호텔 일대(284개)를 비롯해 경기 수원 인계동 수원시청 후문 일대(387개), 울산시 남구 삼산동 버스터미널 일대(1,029개) 등이다. 이 중 서울 역삼동과 부산 부전동 등 4곳은 지역 단속기관과의 유착 의혹과 관할 경찰만으로는 단속에 애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경찰청에서 직접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집중 단속에도 유사성행위 등 신·변종 성매매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유사성매매업인 속칭 ‘대딸방’에 이어 ‘인형 체험방’까지 등장해 단속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다. 경찰이 지정한 ‘성매매 적색지역’ 또한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적색지역’ 중 한 곳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는 밤이면 안마시술소 간판에서 뿜어져 나온 형광 불빛이 거리를 밝히고 공공연한 호객행위까지 이뤄지고 있어 ‘성매매 천국’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단속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장한평역에서 경남호텔, 바우하우스에 이르는 6차선대로 양쪽은 100여개의 안마소가 완전히 장악했고, 골목길을 들어가도 안마시술소가 줄 지어 들어서 있다. 적색지역 특별 단속과는 상관없이 안마소는 최근에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적색지역 단속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6월 이후에는 성인PC 방과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 단속을 병행하느라 여력이 없었다"며 "게다가 일부지역은 레드존 특별단속팀 인원이 생활질서계 소속 형사 6명뿐이어서 실제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가며 위장잠입을 해도 단속이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