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性 풍속도

2006-12-03     글_이미선 차장
2·30대 '사랑하면 괜찮아', 배우자 순결도 관대
20·30대의 자유로운 성(性)의식은 폐쇄적이고 소극적이던 성(性)문화를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성(性)을 더 이상 음지문화가 아닌 인간관계의 한 축으로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고 있다. 애정표현도 노골적이고 과감해 졌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기정사실화됐다 해도 내 자식은, 내 가족은, 내 주변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보편적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2006년 한 해 동안 조사된 성(性)관련 다양한 설문들을 살펴보면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성(性) 의식이 얼마나 많이 개방화됐는지 알 수 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녀. 시야는 두 남녀에게로 좁혀지고 그 곳이 거리 한복판이라는 생각조차 잊은 채 두 남녀는 뜨거운 포옹과 진한 키스로 사랑을 확인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대한민국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족단위의 놀이공원이건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건 장소는 상관없다.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애정을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포옹이나 키스 이상의 노골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노골적인 애정표현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은 대게 구(舊)세대에 속하는 연령층이고 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야유 속에 부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손만 잡고 있던 젊은 연인들은 서로 마주보며 ‘우리도?’라는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 짓기도 한다.
그러나 구경하는 사람이건 행위의 당사자건 두 사람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도 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감정에 얼마나 충실하냐가 중요할 따름이다. 세대가 달라진 만큼 성(性)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이다. TV 속 애정표현에 자유로운 젊은 연인을 보며 “너도 저러니?”라고 장성한 자녀에게 묻고 있다면 큰 오산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학생 대부분 혼전 성관계 ‘OK’
지난 7월 서울대 사회학과 조사실습팀이 경북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전북대, 한림대 등 6개 대학 학생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전 성관계’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14.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랑하는 사이라면 무방하다’가 52.5%, ‘결혼을 약속했다면 무방하다’가 27.5% , ‘어떠한 조건 없이도 무방하다’가 5.4%로 조사돼, 대학생 10명 중 8~9명은 혼전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성관계에 있어 결혼 여부가 절대적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성관계는 결혼과 무관하게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로 인식돼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 8.9%, 여학생 20.5%가 모든 혼전 성관계에 반대했으며, 남학생 24.2%, 여학생 31.4%가 결혼 상대자일 때 혼전 성관계에 찬성한다고 밝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혼전 성관계에 대해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혼전 성관계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의견을 응답자의 출신 고교 지역별로 보면 호남권 출신자가 28.6%로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중부권 13.3%, 서울 9.0%, 수도권과 영남권 7.1%의 순이었다.
종교별 응답을 살펴보면 ‘일체의 혼전 성관계에 반대한다’에 기독교인 대학생 27.5%가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다음으로 불교인 21.2%, 천주교인 6.0%, 무교인 6.4%의 순이었다. 반면 ‘혼전 성관계에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응답은 불교인이 1.5%로 가장 보수적이었고, 기독교와 천주교인은 각각 3.8%, 4.0%로 비슷했다. 무종교자는 7.5%가 ‘무조건적인 혼전 성관계에 찬성’해 가장 개방적인 모습이었다. 한편, 전체 응답자 중 31.2%가 성관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성별로는 남학생이 39.4%, 여학생이 22.7%였다.
대학생들의 혼전 순결에 대한 의식변화는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 3월 경일대(경북 경산 소재) 신문사가 남녀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성의식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배우자가 순결을 지키고 있을 확률’에 대한 질문에 남학생 88%, 여학생 73%가 ‘60% 이하’라고 답해 남녀학생 모두 배우자의 순결 여부에 대해 낮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일대 설문내용 중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남학생은 43%, 여학생은 73%가 부정적으로 답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가 꼭 모든 20~30대의 성의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위의 설문 결과에서 보이듯이 지역별, 성별, 종교별로 혼전 순결에 대한 의식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학력에 따른 의식차이도 배제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혼전순결 옛말, 오히려 ‘자야지 애인!’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세대가 바뀌면서 성에 대한 생각 역시 끝임 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이 같은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재미난 설문 결과가 발표됐다.
낯선 남녀의 하룻밤 로맨스를 다룬 영화 ‘해변의 여인’이 개봉에 맞춰 20·30대 남녀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애관과 성의식을 알아보는 ‘2030 솔직대담 리서치’를 실시, 응답자 중 7,000명을 샘플링해 분석한 결과는 제목 그대로 솔직 대담해 눈길을 끌었다.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성관계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린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결혼 전 이성과의 성관계는 절대 안 된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14%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10년 전 SBS 심야토론의 20대 시청자 조사에서 42%가 혼전 순결을 찬성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커다란 의식 변화이다.
더욱이 '이성과 서로 연인관계라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에 모두 표시해주십시오'라는 질문에 대해 '성관계를 했을 때 이성과 연인관계라고 느끼게 된다'는 답변이 32%나 됐다. 2030 남녀의 다섯 명 중 네 명은 '교제하는 상대방의 과거 성경험이 상관없다'(81%)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남녀 24%가 '과거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56%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알고 싶지는 않다'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에 대해 남녀 차이가 미미해 남자는 여자의 과거 성경험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는 통념을 깼다. 특히 세 명 중 한 명(27%)은 '공공장소에서 교제하는 상대방과 키스 정도가 가능하다'고 답변해 남의 눈을 덜 의식하는 경향을 입증했다.
‘2030 솔직대담 리서치’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최근 들어 성의식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소위 ‘원나잇스탠드’에 대한 의식이었다. 대중가요와 공중파 드라마의 소재로 빈번히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닌 '원나잇스탠드를 세 명 중 한 명 (34%)이 경험해 보았다'고 대답했다. 남녀를 구분해 보면 남자는 두 명 중 한 명 (48%), 여자는 다섯 명 중 한 명 (20%)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나잇스탠드의 충동을 가장 강하게 느낄 때로는 '무료한 생활에 자극이 필요할 때'(35%)와 '여행지와 같은 낯선 환경에 갔을 때'(31%)가 1, 2위를 차지해 일상탈출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가장 흔히 듣는 이유인 '술을 많이 마셨을 때'는 23%로 3위를 차지했다. '어떤 상대와 원나잇 스탠드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자는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43%), 여자는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35%)을 꼽았다. 남자 2위 역시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24%)이 차지했다. 또한 네 명 중 한 명꼴로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과 원나잇 스탠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24%)고 답변했다.

'원나잇스탠드 다음날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남녀 49%가 '서로 쿨하게 정리하고 헤어진다'라는 답변했다. 그러나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하고 지내자고 한다'(20%) 라는 답변과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18%)라는 답변이 38%나 차지해 원나잇스탠드에 임하는 남녀는 결과에 따라 하룻밤 이상의 미련을 가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원나잇스탠드 이후 그 상대와 교제할 수 있다'는 답변이 25%나 되는 것으로 보아 은근히 많은 사람이 원나잇스탠드를 연애를 시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제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 원나잇스탠드를 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21%나 됐다.
이에 앞서 7월 한 여성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도 확연히 변화된 성의식을 볼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평소 호감이 가던 남자가 바캉스를 가자고 제안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256명 중 70% 이상이 ‘OK’라고 답했다. 반면 ‘애인 사이도 아닌데 절대 NO’라는 대답은 겨우 12%인 31명에 그쳤다. ‘당일치기는 괜찮지만 숙박은 곤란하다’(39명)는 대답까지 합쳐도 27%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OK’라고 응답한 여성 중에는 ‘무조건 OK’라고 대답한 적극파가 36%(93명)나 됐다. 달라진 여성의 성의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2006년에 실시된 다양한 설문을 통해 나타난 이러한 성의식의 변화를 ‘옳다’, ‘그르다’의 가치관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자유로워진 성의식과 달리 피임에 대한 지식 등 성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이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에이즈 환자 증가율 역시 성의식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06년 상반기(1~6월) 동안 새로 감염된 에이즈 환자는 398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7명에서 25.6%가 늘어난 수치이고, 이 중 20·30대가 51.7%(20대 73명, 30대 133명)를 차지했다. 감염원인은 모두 성접촉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전국 201개 산부인과병원을 직접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낙태 수술 건수는 34만2,400여건에 달하고, 이 중 42%가 미혼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혼여성의 경우 비전문가에 의한 불법수술도 적지 않아 실제 낙태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콘돔사용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개방적 사고에 따른 성숙한 의식과 정확한 지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2006년 성(性)관련 황당 뉴스
매년 성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이 지면과 인터넷을 장식한다. 인간임을 부끄럽게 만드는 파렴치한 사건부터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야기까지 그 내용 또한 다양하다. 몇 해 전 인천 한 교회의 담임목사 사망과 관련, ‘과로사’라고 밝힌 교회 측 주장이 경찰 조사 결과 불륜과 관련된 추락사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줌과 동시에 애초 교회 측이 발표한 부고 기사와 불륜 현장인 여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사진이 담긴 실제 사인 기사가 같이 인터넷에 개제되면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2006년에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많은 성관련 사건·사고 중 이러한 황당 뉴스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했다.

‘관음사(?)’에 간 의사들
지난 7월 의사 500여명이 가입한 의사 전용 음란물 인터넷 카페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들만의 음란물 카페인 ‘관음사’를 개설해 운영한 협의(정보통신법상 음란물 유포)로 카페 운영자 안 모(37)씨와 4,500건 이상의 음란물을 게시한 양 모(42)씨 등 현직 의사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사찰 ‘관음사(觀音寺)’에서 착안해 이 카페 이름을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교를 몰래 보고 즐긴다는 뜻의 ‘관음사(觀淫寺)’로 칭하고, 게시판의 이름도 동영상을 올리는 곳은 ‘극락전’, 음란소설을 올리는 곳은 ‘장격각’, 포르노 만화를 올리는 곳은 ‘대웅전’ 등으로 지었다. 또 안씨는 이 카페를 의사들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입 조건으로 의사면허번호와 논문 제목을 기재토록 했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회원이 된 의사는 총 573명이었다. 경찰에서 안씨는 “의사들이 남들과 같은 사이트에서 음란물을 즐긴다는 것이 자존심 상해 의사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카페의 첫 페이지에는 ‘우리 의사들만의 사이트를 만듭시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인터넷상에 흔하디 흔한게 음란사이트인데 그걸 보기 위해 논문제목까지 써야하냐며 ‘의사들 세상 살기 참 힘들겠다’는 조소 섞인 동정이 퍼지기도 했다.

청소년 고민 ‘바바리맨과 상담하세요?’
지난 9월 안양의 한 여중 앞에 매주 화요일 나타난다는 속칭 ‘바바리맨’이 30대 청소년센터 상담원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안양경찰서에 따르면 모 시청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원인 K씨는 2004년 4월부터 지난 9월 초까지 화요일마다 안양시 동안구 K여중 앞 빌딩 옥상에 올라가 여중생들 앞에서 성기를 꺼내 보이는 등 13차례나 음란 행위를 했다는 것. 경찰조사결과 K씨는 상담학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 1월부터 ‘청소년선도상담원’으로 일해 왔으며, 매주 화요일 시청 상담실에서 학생들과 토론 수업을 진행한 뒤 일이 끝나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K여중 앞에서 이 같은 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K씨는 특히 2004년에도 경기도내 한 교회에서 청소년 상담을 맡아 왔으며, 당시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었다.

서울지하철2호선은 ‘성범죄 특별선’
이 외에도 지난 10월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감사에 앞서 심재덕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지하철 범죄 1523건 중 절도 39.8%, 폭력범죄 36.9%, 성폭력 52.9%가 2호선에서 발생해, 지하철 2호선의 범죄발생 건수는 628건으로 전체 범죄의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57%가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발생했고, 21%는 18시에서 20시 사이에 발생해 출퇴근 시간대의 성폭력 사건 예방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서울지하철 2호선을 ‘성범죄 특별선’이라 칭하며 지하철경찰대가 범죄예방활동과 신속한 범인검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2호선의 노후차량을 '07년 9월부터 '09년 1월까지 내구연한에 맞춰 신형 전동차로 교체할 예정임을 밝혀, 도심 순환선의 복잡을 해소하고 차량내부도 쾌적하게 바뀌어 범죄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