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자살자
2006-12-04 글/남윤실 기자
자살률 세계 5위, 자살방법 제공하는 자살사이트 단속 시급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해마다 증가해 조사대상 OECD 29개 국가 중 자살 증가율 1위, 자살 사망률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적으로도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어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며, 서울·부산 등의 대도시보다 강원·충북·경북·전북 등 지방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1993년에는 자살자가 10만 명당 9.5명이었으나 2003년에는 22.8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위에서 5위로 뛰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박해짐에 따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살자도 많아지고 있고 특히 정신질환자가 많은 30-40대 자살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 우리당 장향숙 의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OECD국가 중 자살사망률 상위국가로 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의원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정서상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살과 관련된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공식적 통계에 잡히지 않은 자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지난 1998년 IMF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감원태풍과 실적위주의 연봉제 시행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노동 강도 증가를 비롯하여 이혼율의 증가에 따른 급속한 가족해체 현상 등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자살자의 95%가 정신질환과 연관되어 있고, 이 중 80%는 우울증을 겪는다고 보고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5년에 사망한 인원은 총 24만5,511명인 가운데 이중 자살자는 1만2,047명에 달해 전체의 4.9%로 사망자 100명 중 5명은 자살에 의한 사망자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2003년에는 전체 사망자 24만5,817명 중 4.4%인 1만932명에 불과했었지만, 2004에는 전체 사망자의 4.7%인 1만1,523명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4.9%수준까지 증가한 상태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자의 남여 비율을 보면 남자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2005년에는 자살자의 66.8%인 8,053명이 남자이고, 여자는 33.2%인 3,99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수행한 ‘2005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18.5%는 지난 1년간 죽고 싶다는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13.8%인데 반해 여성은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살충동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놀라운 것은 이 중 9.2%가 실제 자살계획까지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여자의 비율이 높은 반면 자살계획까지 세우는 경우는 남자가 12.8%,여자가 7.1%로 남자의 비율이 높아 여자보다 남자의 자살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신질환, 자살확률 높아
자살자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의 수도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에는 162만7,114명에서, 2004년에는 169만3,704명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180만4,535명으로 인구 1,000명당 37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은 인구 1,000명당 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대전이 44명으로 두 번째, 부산이 43명으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인천은 인구 1,000명당 3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16개 시도의 인구 1,000명당 정신질환자수는 보면, 충남 47명, 대전 44명, 부산 43명, 전북 42명, 대구 40명, 충북 40명, 제주 38명, 경남 38명, 서울 37명, 경북 37명, 강원 37명, 전남 34명, 경기 33명, 광주 33명, 울산 31명, 인천 30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별 정신질환자 현황과 자살자 현황을 비교해본 결과, 정신질환자 수에 비례하여 자살자 수도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도 중 인구 1,000명당 평균 정신질환자 수인 37명을 상회하는 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1개 지역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전국 평균 24.7명으로 16개 시도 중 평균치를 상회하는 지역은 부산(26.7명), 대전(25.3명), 강원(35.2명), 충북(32.7명), 충남(35.8명), 전북(26.1명), 경북(28명), 경남(27.4명), 제주(26.7명)등 9개 지역으로 서울과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정신질환자수와 자살자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은 정신질환자의 비율도 인구 1,000명 당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의 수도 35.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신질환자와 자살자의 연령대별 현황을 비교해 봐도 정신질환과 자살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2005년을 기준으로 30~40대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전체의 35.2%인데, 같은 나이대의 자살자 현황 역시 전체의 35.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정신질환자 비율 31.7%인 50~60대의 자살자 비율도 31.4%를 기록해 역시 비슷한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7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정신질환자 비율이 13.2%로 15.1%인 10~20대에 비해 정신질환자 비율은 떨어지지만, 자살자 비율은 19.5%로 13.6%인 10~20대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장향숙 의원은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 등 공공정신보건체계를 강화해 방치된 정신질환자를 조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급격히 증가하는 자살이나 아동청소년, 노인들의 일탈에 대해서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의원은 이를 위해 시군구 단위에만 설치되어 있는 정신보건센터를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여 읍면동 지역단위까지 확대 설치해 지역주민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신질환자 중 저소득층 의료급여 환자는 1인당 정액제로 묶여있어, 일선 정신병원에서는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에게 오래된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바 최소한 치료약만큼은 효과 좋은 최신 고급약을 쓸 수 있도록 저소득층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정신의학 전문가는 자살률 증가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는 등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의 행동에 무분별하게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가치관을 정립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삶의 희망을 만들 수 있는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복원되어야 한다. 다른 사회학 교수 역시 수명 연장을 위한 첨단 의학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 죽음을 선택하는 균열된 사회 구조를 직시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자살 방지를 위해서도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자살사이트 강력제재 필요해
자살율이 증가한 데는 자살사이트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집단자살'을 제안해도 글이 삭제되지 않는가 하면 심의 및 시정조치를 받는 사이트가 급증하는 등 자살 관련 사이트와 댓글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문나래(가명·19·여·모 교대 휴학생) 씨는 우연히 지난 10월 중순 모 포털 사이트 검색란에 ‘청산가리’라는 단어를 쳤다. 이내 자살 등과 관련된 글이 무수히 떠올랐다. 문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동반하실 분을 찾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모(27)씨와 류모(30)씨, 이모(36)씨 등 네티즌 3명이 “함께 죽고 싶다”는 쪽지를 보내왔다. 사이트를 통해 어렵사리 청산가리를 구한 이들 중 남자 친구의 설득으로 막판 마음을 돌린 문씨를 제외한 3명은 지난 10월28일 오전 5시쯤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 옆에서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문씨처럼 인터넷 자살방조사이트를 이용한 집단자살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가 자살을 미화하고, 구체적 자살 방법(독극물 구입과 사용 방법)과 심지어 자살 동반자까지 연결시켜 주는데도 경찰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4월에도 남자 4명이 강릉의 한 여관에서 집단 자살했고, 대구에서도 20·30대 남녀 3명이 독극물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또 같은 달 서울 강서구에서도 20대 남자 2명이 음독 자살을 시도해 1명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하나같이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공모하고, 독극물까지 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28일에는 서울 남산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녀 3명이 포털을 통해 만난 뒤 자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터넷 모의 자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의자들은 학연, 지연, 교우 관계 등에서 전혀 공통점이 없으며 20~30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10월 초에도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부산의 한 모텔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사망 며칠 전 처음 만나 모텔에 투숙한 뒤 함께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올해 4월 중순에는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의 한 여관에서 남성 4명이 유서를 남긴 채 극약으로 목숨을 끊었으며 같은 달 하순에는 대구의 한 모텔에서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음독자살했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20대 남녀 5명이 4월 하순 충남 대천해수욕장 부근의 한 여관에 함께 투숙했다가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인터넷 문화 발달과 함께 그 역기능에 대한 노출이 심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동반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충동에 약한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부추겨 온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과 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산공원 동반자살 사건의 경우도 자살 모의자들이 특정 화학물질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로 입력한 뒤 나오는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과정에서 모의와 실행이 구체화됐다.
그러나 이처럼 자살사이트의 폐해가 심각한데도 이들 사이트에 대한 경찰 단속은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자살사이트를 통한 굵직한 동반자살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사이트들은 유해(有害) 사이트라고 볼 수 있지만 불법은 아니어서 운영자 등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자살 방조 등의 구체적인 혐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보건복지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과 협조해 수사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이 11월 1일 낸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자살 관련 유해사이트 심의실적은 지난 2003년 61건에서 2004년 196건, 지난해엔 932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을 요구한 사례도 같은 기간 29건, 93건, 566건으로 지난해엔 전년 대비 6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자살 예방정책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복지부가 한국자살예방협회를 통해 올 1~7월 자살 유해사이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30건이 발견됐다. 이는 2004년 70건에 비해 역시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경찰청의 '자살방조 사이트 단속 실적'을 보면 지난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구속 10건, 불구속 9건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안 의원은 “1일 오전 1시10분 현재 포털사이트 야후에서 '자살 혹은 자살동영상'을 직접 검색한 결과 537건의 자살 관련 동영상이 올려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어 “자살 관련 사이트에서는 동반 자살자를 구하거나, 독극물 판매, 지식제공(지식검색 포함) 등을 하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청소년들 사이 자살놀이가 유행해 자살 장면을 연기한 동영상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6일 보건부 국정감사에서 직접 자살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관련 내용을 정책담당자들에게 보이며 즉각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안 의원은 “1일 확인감사가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28일 남산에서 동반 자살한 남녀 3명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댓글로 만났다는 사실은 당국의 무사안일로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음을 보여 준다”고 질책했다.
보건당국이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조 하에 합동단속체계를 구축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달 10일 정보통신매체 등을 통해 자살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살에 이르게 한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일본, 경기 침체 ‘회복’에 자살율 '하락'
일본의 자살률이 올 상반기 8%가량 떨어진 가운데 이와 같은 자살률 감소의 원인이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은 올 1월부터 6월 사이 일본내 자살률은 2005년 같은 기간의 1만6,082건에 비해 1만4,828건으로 감소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자살에 대한 어떤 종교적인 금기로 인식되지 않는 가운데 과거에는 사무라이 무사들의 속죄의식의 형태로 행해져 왔으나 최근에는 재정적인 파산 등의 도피수단으로 자살이 행해져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이와 같은 올 상반기 자살율 감소가 주로 일본의 10년간의 장기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실업률은 올 5월에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4%를 기록했다. 일본이 실업률은 2003년 1월 최고치인 5%를 기록 후 서서히 감소 추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