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 동북아 정세’ 전망
미중관계에 따른 힘의 향방 재편성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와 정세를 관망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이들의 세력전이와 양자관계에 따른 힘의 (불)균형이 아시아에 속한 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흐름이 모두 여기에 기초한다. 현재 미중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또한 어떠한 관점으로 동북아 정세를 조율하고 있는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국가 내 정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 민주화의 요구, 소수민족 문제, 빈부· 도농 격차, 관료부패, 노령화 등의 현안이 산재해 있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경제는 장기간에 걸쳐 고성장을 지속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오히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각종 사회문제가 악화되어 이를 내부적으로 곪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1990년 ‘중국붕괴론’이 대두되었지만 현재는 이를 극복하고 ‘중국건재론’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정치체제와 사회 안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분간 동북아에서 중국의 독주는 지연될 전망이다.
또한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비해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의 변방에 위치한 주변국들 대부분은 미국과 동맹이거나 우방이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 내 영토분쟁이 심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만약 그럴 경우 분쟁에 뛰어들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나설 경우 미국은 동맹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된다. 국제적 힘과 세력을 다시 미국이 집행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외교는 두 가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핵심이익과 평화발전의 모순과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강화시키고 있는 아태개입정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는 여전히 미국의 패권 아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급부상과 더불어 서서히 중국 중심의 대전환기가 도래하고 있어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시진핑 체제가 자국 주도의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현실 속에 동북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디로 향방을 정해야 할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견제망 돌파와 역내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을 포섭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한(對韓)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한중관계와 한미관계 관리에 한국 정부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중국보다 앞서 미국은 아시아에 속한 국가들과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 이는 비동맹 노선을 구축했던 중국을 필요에 따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을 통해 유럽에서 다자동맹관계를, 아시아에서 양자동맹관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그리고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부상이 지속되자 미국은 아시아의 양자동맹을 맺은 한미, 미일, 미호주 등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 관계를 연결하여 삼자 혹은 사자 동맹으로 변환시키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동맹 강화와 다자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미국이 국력쇠퇴와 경제침체로 국내 자원의 제약 속에서 자강이 아닌 동맹을 통해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고 있으며 중국에 비해 훨씬 풍부한 동맹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여타의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은 미국 주도의 동맹네트워크를 훨씬 더 강화시키는 역할은 한다.
중국은 ‘신형대국관계’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면서 ‘핵심이익’ 수호 의지를 천명하였고 분쟁영토 등과 관련하여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 핵심이익의 범위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신형대국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국가들은 미국을 ‘역외 균형자’ 또는 ‘친절한 패권국’으로 대하며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균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 현재 영토 분쟁 중인 7개국 중 3개국인 일본, 필리핀, 대만이 미국과 동맹국이며 베트남과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분간 중국이 영토분쟁에 대한 의지를 바꾸지 않을 때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통해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양자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포함해 총 42개국이 넘는다.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Shale gas) 혁명’은 미국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시켰고, 이는 다시 국제시장에서 에너지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패권을 거머쥐게 하였다. 다소 기존의 에너지 수출국들의 견제로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에너지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하므로 중국은 셰일혁명에 의한 큰 수혜를 얻지 못했다. 따라서 중국의 부흥과 반대되는 미국은 쇠락은 매우 더디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상호의존 증대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들과 미중 안보갈등심화를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냉전기 미소관계와 달리 현실 속의 미중관계는 무역과 투자, 이민과 유학 등으로 활발한 물적-인적-물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호의존의 심화는 종종 상호의존의 비대칭성과 빈번한 접촉으로 인한 분쟁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양국이 서로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을 부여한다.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점차 심화되는 영토 갈등으로 아시아 동맹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심화될수록 방기에 대한 우려가 약화되면서 보다 독자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제3국을 사이에 둔 미중의 충돌에 대해 정치적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미중관계에서 한반도 정세 역시 다양한 분석을 내놓게 한다. 그동안 한반도는 미중관계의 종속변수로 파악되어 왔다. 따라서 남북한과 한반도 이슈는 미중관계를 구성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한국에 있어서도 미중관계는 국가의 대외환경을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공간과 외교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미중 세력전이는 양국 간 국력전이뿐만 아니라 양국의 동맹을 포함한 동맹전이의 관점을 갖추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도 독일과 러시아 등의 자국과 타국의 동맹관계를 고려한 결정 속에서 발발했다. 동맹과 우방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선호와 능력에 대한 판단이 세력전이의 당사자인 국가들에게 주요한 전략적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정 통일연구원은 “미국 동맹네트워크 구성원 국가들의 역할은 현재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현재보다 미래의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방어적, 공세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역할을 한국 단독으로 감당할 수는 없으며, 다자외교를 통해 평화로운 세력전이를 돕는 인정자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그는 “최근 미중 사이의 갈등 기류 속에서 이들이 일치하게 동의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다. 북한문제의 해법을 푸든 데는 양국의 견해차가 다소 존재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재난구조와 같은 연성 이슈를 제외하고, 북한 비핵화는 미중이 공유하는 주요 정책목표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양국이 협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한미중 삼자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북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한국 주도의 통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중 협력과 더불어 한반도 통일과 그 이후의 정권 통합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