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 첫 눈 내린 날
이두섭 작가의 스케치로 만나는 감성여행 스토리
[시사매거진=이두섭 기자] [이두섭의 여행스케치] 올해 첫 눈이 많이 내린 날, 광교호수 공원으로 들어섰다.
길이 있다. 길을 따라 가고 싶었다. 길에게 나를 맡기기로 했다.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숲길을 지나며 힐끗 보이는 호수의 산책길 둘레는 총 22.9 km 라고 했다. 호수에 모여 있는 물.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부터 이름 없는 실개천을 따라 세상의 모든 노래와 사연들을 묻혀 이곳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호수를 걸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속절없이 상상해 본다.
이 호수를 사랑하기로 했다. 마음 한 칸 비워 두지 않고 온전히 꽉 찬 마음으로 느끼며 걷기로 했다. 이곳을 온전하게 마음속에 채우겠다는 것은 내가 인식하는 세계 이외에 작은 다른 세계를 또 하나 만들겠다는 말인 것이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2개로 나눠진 이곳의 주변에는 많은 아파트들이 있다.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별개의 아름다움으로 그 아파트 실루엣이 물가에 어린다. 호수 주변에는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뭇잎이 매달려 호수를 아름답게 윤색하고 있으나 떠나지 못하는 나뭇잎들이 서러워 보인다.
모든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시작되는 것이 많다. 여기 광교 호수공원에서의 산책이 그랬다. 정리되지 않고 시작된 천천한 산책. 호수의 안쪽 길을 걷다보니 왼쪽엔 물을 스친 바람, 그리고 오른 편엔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정체 모를 호수에 대한 그리움이 내 심장을 가운데 두고 중심을 받쳐주었다. 논리 없이 사랑하게 된 이 호수를 무어라 말해야 하나. 저녁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걷거나 앉아 있다. 꽤나 오랜 시간 걸었으므로 앉기로 작정했다.
초겨울 짧은 햇빛이 사위어 가는 저녁시간 언덕아래에는 잔물결들이 바람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고 있고 호수건너편 먼 곳의 상가들은 지상의 별인 듯 다양한 색등을 켜기 시작했다. 그 별들이 호수 아래에 얼굴을 맞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야 하나. 내 옆엔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옆에 기대어 넓은 호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약간의 서글픔과 그와 다른 연민, 조바심, 아쉬움 호수와의 우정 따위가 맛깔스러운 비빔밥처럼 비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