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유족 "억울하게 떠난 동생"…유서 공개

靑, 최 경위 유서에 "회유한 바 없다"

2014-12-15     신현희 부장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혐의로 감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45) 경위의 유서가 14일 공개됐다.

최 경위의 형(56)은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를 세상에 알리고자 호소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유서 14장 중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뺀 8장을 복사해 공개했다.

다음은 최 경위의 유족이 일부 공개한 유서 내용.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경찰 경험하며 16년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환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과 조선일보 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조○○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김○○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한○○(경위)이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여오게 된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나 경멸을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조○○ 기자도 많이 힘들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아.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아.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14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자살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가 유서에서 청와대의 회유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유서에 나온) 제의를 한 바 없고 따라서 과거의 입장과 바뀐 게 없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다 확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정보분실 동료이자 자신과 더불어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경위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 경위가 민정비서관실의 '제의'를 언급한 것은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미로 여겨져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