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다이어리 기록만큼 브랜드 파워도 쌓여가
“혁신과 변화를 결정했다면 머뭇거림 없이 나가야”
오롬시스템에는 없는 것이 있다. 지난 27년여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세일을 한 적이 없고, 거래처와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고,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단 한 번도 모방을 한 적이 없다. 이러한 기본을 지켜가며 녹록지 않은 세월을 지내왔다.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이나 ‘오롬’의 브랜드 파워도 쌓여갔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해도 대신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다. 그래서 아날로그만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고, 현대인들은 자칫 메마를 수 있는 감성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아날로그적 위로를 찾는다. 그 중심에서 우리는 ‘오롬시스템’을 만날 수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느림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 이때 우리는 다이어리를 혹은 일기장을 펴서 오늘의 나를 기록하곤 한다.
“빠른 것은 더 빠른 자가 잡고, 더 빠른 자는 느린 자가 잡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이호열 대표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는 진중한 철학이 녹아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변화무쌍한 환경의 소용돌이를 뚫고 살아남은, 그래서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기본을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으레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켰을 뿐인데, 그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호열 대표는 사회 공동의 선과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노력했고, 직원들에게 먼저 무언가를 주기 위해 애썼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 이호열 대표와의 짧은 인터뷰는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마치 오롬 다이어리에 기록된 내 삶처럼…
‘올해의 비즈니스 파트너 대상’으로 오롬을 선정했다.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정리하신다면.
- 2014년은 우리 오롬시스템에 있어 특별한 해였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내부적인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도약을 준비한, 재창업의 해라고 할 수 있다. 27년을 한 걸음 씩 성장해 왔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자발적이고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횡적체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체질개선을 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합당한 제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원스톱으로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하고 궤도수정을 하면서도 많은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참여해 주어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오롬시스템의 지난 히스토리에 대해 간단히 밝힌다면.
- IT,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한 해 한 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했지만 단 한 번도 정도를 벗어난 적은 없다. 이것이 우리 오롬시스템의 가장 큰 자랑이다. 접대나 뒷거래를 할 시간에 우리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단 한 번도 이러한 대원칙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날 오롬시스템을 지속성장하게 한 비결이다. 또한 우리는 한 번도 세일을 한 적이 없다. 세계 명품업체들도 다 세일을 하는데 왜 오롬만 유난하냐며 거래처에서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제 값을 치르고 산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또한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제품만을 만들기 위해 생각을 꺾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오롬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들이 점점 더 늘어갔다. 우리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유행을 쫒지도, 따라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점철되어 만들어진 오롬만의 느낌이 고객들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2015년 계획과 비전에 대해 말해 달라.
- 지금은 수확기다. 바쁜 시간이 좀 지나면 직원들과 함께 내년 계획을 수립하고, 그들이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 등을 기업에서 최대한 지원해 줄 계획이다. 또한 비수기에는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공략하려 하는데, 그 첫 걸음으로 유럽과 미국 쪽 교두보를 마련해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비록 국한된 분야의 제품이기는 하지만, 소위 명품강국이라 불리는 이태리, 프랑스 등을 능가하는 제품을 공급해 명품의 세계지형도를 바꿔보고 싶다.
오롬 마니아들이 많다. 오롬의 다이어리에 하루, 그리고 일 년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많은 고객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 디지털은 속도의 문제다. 모바일, 인터넷 등으로 실시간 정보가 전 세계로 돌아다니는 세상에 종이에 기록하는 활자는 너무 느리다. 하지만 빠른 속도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다이어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나 기타 빠른 것들의 허무한 공간을 채워주는 것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손글씨고 다이어리이며, 이것이 지난 시간을 이어주고 감동을 추억하게 하는 유일한 것이다. 또한 속도에 매몰되지 않은 이들이 결국 ‘삶’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경영마인드는 무엇인가.
-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 요즘 많이 회자되는 말인데,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 같다. 돈을 쫒으면 방향이 달라진다. 나는 돈만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나눈다면 성공할 수 있다.
영화 해리포터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열 한 살 고아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자 벽 속에는 아이들이 떠들면서 마법학교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벽 속에 문이 있고, 벽 속에 답이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오롬시스템도 돌이켜 보면 업종이 갖는 한계의 벽을 뚫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언제 어디서든 벽을 뚫고 문을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이기에 거대한 백그라운드나 재력이 아니라 전 직원들의 깨어있는 열정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긴 호흡과 깊은 안목으로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오롬’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의 내일이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