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躾’ 서예전

2006-11-08     취재_이미선 차장
‘미(躾)’를 통한 한·일·중 소통의 장
예로부터 한국, 일본, 중국은 서로 인접해 있는 지리적인 위치에도 불구하고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어져 왔다. 최근까지도 일본과는 독도 분쟁과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 고이즈미 전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 등의 껄끄러운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 역시 중국의 ‘동국공정’에 따른 고구려 역사 왜곡으로 야기되는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국가적 갈등에 반해 한·일·중 3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교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온통 ‘躾’뿐인 이색 전시회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경복궁 지하철역 2층 매트로 갤러리에서 특별한 서예전이 개최됐다. 한·일·중, 세 나라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회의 취지를 모른 채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작품이 모두 ‘躾’ 자인 이색전시회. 다양한 필체의 ‘躾’자들이 전시장 벽면을 수놓고 있었다.
한자를 제법 안다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글자인 ‘躾’. 한일‘躾’서예전에서 사용된 미(躾)라는 글자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글자로, 몇 해 전 일본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한자로 일본 발음은 ‘시츠케’, 그 뜻은 ‘예절 가르칠 미’이다.

예절, 윤리, 질서, 에티켓의 정신
‘躾(시츠케)’라는 말은 윤리, 질서, 매너, 에티켓, 룰, EQ, 인터넷 상의 에티켓=네티켓 등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한·일·중’ 한자 문화권에 있는 세 나라에 있어서 ‘躾’야 말로 오늘날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에 한국과 일본, 중국의 ‘미(시츠케) 연구회’에서 ‘미(躾)’자가 가지고 있는 정신을 서예전을 통해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작년 5월, 중국 북경에서 ‘중·일’躾‘서예전’이 중국문물출판사의 주최로 개최된 것을 계기로 일본글자 ‘躾’가 한자로 인정됐다.
이번 전시회의 주최를 맡은 우리 측 대표인 이철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한자도 큰 문화의 하나인데 이를 없앤다는 것이 국가적으로 결코 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에는 일절 관여함이 없이 문화의 하나로서 한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躾’라는 한자가 가지는 보편적인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일본의 사단법인 ‘일본’躾‘의 모임’의 협력으로 이 서예전에 동참했습니다”라며 한일‘躾’서예전의 개최 목적을 설명했다.

예절 속에 평화 깃들다
이와 함께 개인 간에도 예절을 잘 지킬 수 록 평화가 깃들 것이고 나라 간에도 예절을 잘 지킬 수 록 평화와 협력의 관계가 잘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躾, 시츠케)’라는 글자를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간의 문화적 교류가 보다 활발해 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충·효·예 실천운동본부와 일본의 사단법인 시츠케회(躾の會)가 양국의 충효예 예절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와 우호증진을 위해 개최한 강연회와 전통문화 시연회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