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실태

2006-11-12     글_신혜영 기자
“한국인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총살형”
북한 내의 수사와 재판, 형집행 등 사법시스템 전반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발간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00년 이후 입국한 탈북자 100명(남 36명·여 6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와 2년여간 수집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분석한 ‘2006년 북한인권백서(백서)’를 29일 발간했다. 변협이 북한 인권백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백서는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각종 인권 침해가 북한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형량 결정에 ‘사회적 성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성분이 좋고 돈이 있으면 처벌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고, 재판을 받는다 해도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
특히 ‘백두산 줄기(성분이 특별히 좋은 경우를 지칭)’라면 재판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반대로 성분이 나쁘면 무거운 형을 받은 정치범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공개처형도 심심찮게 행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공개처형 대상 범죄는 정치범은 물론 도강(절도), 밀수, 사기, 인신매매 등 다양했고, 그 방식은 대부분 총살이었다. 한 탈북자는 “한국인을 접촉했다는 이유로 총살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치범에 대해선 재판절차가 아예 없거나 형식적이며 조사는 국가보위부에서 담당한다. 법에 상관없이 이들에겐 처형 아니면 수용소 구금에 처해지는 게 보통이다. 수용소에 구금되면 김일성 부자의 생일 같은 국가 명절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강제노역을 해야 하고 임신도 금지된다.
이 백서의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의 90%가 “수사기관이 체포할 때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영장발부 없이 2개월 이상 수사를 계속 했다“는 응답도 71.1%에 달해 북한수사기관이 불법체포를 서슴지 않고 구금시설 수용 시에도 죄목과 혐의사실, 구금 이유 및 기간 고지 등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소환 또는 체포 후 직ㆍ간접 경험한 비정상적 수사행태로 ‘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22%), ‘고문’(21.7%), ‘모욕적인 말ㆍ성적인 고통’(17.8%)을 꼽았으며 이같은 사례는 다반사로 벌어진다고 전했다.
수사기관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학대의 형태는 ▲손을 뒤로 묶고 수갑을 쇠창살에 채워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하는 ‘비둘기 고문’ ▲각목 구타 ▲손발을 뒤로 묶은 뒤 바닥에 닿을 정도로 매달아 놓고 구타하는 ’비행기 고문‘ ▲겨울에 옷을 벗기고 바깥에서 기마자세로 밤새 세워놓는 ’동태고문‘ 등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백서는 일반범죄의 경우 대부분 죄명을 알려주며 체포하더라도 체포영장이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고 정치범죄의 경우 기습적으로 체포가 이뤄진다고 밝히며 북한 수사기관은 주민 통제와 수사를 위해 어린이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밀고자와 밀고조직을 운영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공공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
북한에서는 형량 결정시 피고인의 가계기록부에 당원이 많을 경우 선처를 받는 등 사회적 출신성분이 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처리에 대한 보위부 참고 규칙에는 당원 9명 이상인 집안일 경우 3년형을 감해준다는 조항이 있다.
출신성분이 좋으면 재판 없이 사건이 종결되기도 하지만, 출신성분이 나쁘면 더 강한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응답한 탈북자들은 “성분이 좋으면 형량이 적고 사면 기회도 누리지만 성분이 나쁜 경우에는 차별받는다” “토대가 좋고 돈이 많으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토대가 특별히 좋으면 재판을 처음부터 받지 않고, 반대로 성분이 나쁜 경우에는 정치범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체 형사사건 피의자의 25%가량은 국선변호사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이처럼 불공정한 재판으로 형량에 수긍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주민에 대한 재판은 공개되는 데 반해 당 간부들은 당에서 이미 처벌을 받아 이중처벌은 하지 못한다는 원칙과 사회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이유로 비공개재판이 제도화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은 재판의 교육적 기능을 중시해 군중이 재판에 참여하는 ‘현지공개재판’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어 현지에서 재판을 열어 기관·기업소·단체의 대표자가 범죄자의 행위를 폭로·규탄할 수 있도록 하는 ‘인민재판’이자 북한식 배심·참심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백서는 밝혔다.
더불어 불법적인 공개처형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정치범은 물론 절도, 밀수, 사기 등 경제범죄와 인신매매, 강도, 방화 등 다양한 범죄와 형법 외에 단순 포고문 위반에 대해 공개처형이 실시되며 한국인과의 접촉, 중국 월경 등의 죄목으로도 처형된다고 증언했다.

여성 인권 유린 심각
백서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은 강제노동과 구타 등에 시달리며 특히 여성재소자의 강제낙태가 이뤄진다고 고발하는 한편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도 적지 않다고 밝혀 여성인권 유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에 의하면 면접조사 대상 탈북자 가운데 57.7%는 ’구금시설 내에서 강제 낙태를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으며 한 탈북자는 ”중국에서 임신해서 들어온 경우 무조건 낙태시키고 교화소에서 임신한 경우는 밖으로 보냈다가 아이가 돌이 되면 재입소시킨다“고 전했다.
또 정치범수용소는 14호(평남 개천군), 15호(함남 요덕군), 16호(함남 화성군), 22호(함북 회령시), 25호(함북 청진시) 외에 21호(함남 경성군), 23호(함남 덕성군), 17호(평남 북창군), 함남 정평군 수용소, 자강도 희천시 수용소 등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정치범 수용소의 작업시간은 하루 평균 12~15시간에 달했으며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요덕수용소의 경우 수감자의 15% 정도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자 52명 가운데 55.8%인 29명은 ‘북한에서도 매춘이 존재하며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가족부양의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들은 이같은 매춘은 주로 역 앞에서 ‘밤꽃사시오’라는 형태로 성사되며 매춘장소로 민박집이나 매춘여성의 집이 이용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신매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신매매산업의 성장으로 소개인을 통한 유인 인신매매는 물론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강제납치가 성행하고 있으며, 인신매매 과정에서 여성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백서는 밝혔다.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강제결혼, 성폭행, 노동착취, 유흥가 매춘강요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설문에 응답한 탈북자가 53명 가운데 33명인 62.3%가 매춘이나 인신매매 처벌 규정(제261조의 매음죄) 존재를 알지 못했다.
또 직장내 성폭력·성추행도 심각해 응답자 중 59.3%가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바 있으며 당 간부들이 입당 또는 직장내 편한부서 배치 등을 미끼로 행해진다고 전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 입당시 성폭행 사례가 빈발하다고도 응답자들은 덧붙였다.
특히 응답자들은 남존여비와 가부장적 의식이 팽배한 북한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일상화 돼 있어 직장내 성폭력 사실이 알려질 경우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이 수모 내지 불이익을 당해 피해 여성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탈북자로부터 듣는 생생한 북한 실태
북한의 인권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이번 백서의 발간과 더불어 지난 5월 북한 주민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에 ‘비정치적 망명’이 허용돼 3개월째 미국에서 생활중인 탈북자 6명이워싱턴 미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인권실태와 탈북자들의 참상에 대해 증언한 내용을 보면 백서의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탈북자들은 신분노출 및 이로 인한 재북 가족들의 피해를 우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모자를 눌러쓴 가운데 북한인권에 대한 ‘증언’에 나서 북한에서의 인육사건 등 참상을 고발했다.
지난 97년 북한을 탈출, 중국에 머물다가 3번이나 북송당했다는 요셉씨는 “중국에서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뒤 정치범 수용소의 지하 10m 감방에서 6개월간 지내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면서 “몸이 공중에 매달린 채 매질을 당했으며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한미자유무역협정(FTA)대표단의 일원으로 워싱턴을 방문중 이날 회견에 참석한 박 진의원은 “중국은 탈북자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정책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실태는 다음과 같다.
-찬미씨는 미 망명 직후 영어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
(찬미) 영어를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세우고 싶다.

-그동안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많은 지원을 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게 있나. 대북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요셉)북한에 있을 때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북한에 물자지원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식량지원을 해도 주민들에게는 (혜택이) 오지 않고 전쟁준비나 핵무기를 만드는데 쓰이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평양 어린이들의 실상에 대해 말해 달라.
(요셉)생활이 어려워지면서 30여명의 학생이 있는 한 학급에 교과서가 10권 정도만 공급된다. 학부모들이 장마당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교과서를 사서 쓸 정도다. 유엔에서 과자가 지원되는 데 교원과 교장이 (중간에서) 떼어먹어 학생들에겐 일부만 지원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에서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은 어떤 것인가.
(요셉)난 96년 직접 보고 들은 일이다. 내가 살던 옆동네에 장마당에서 순대를 팔던 부부가 있었는데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모들이 식량을 구하러 간 사이 장마당에서 빌어먹는 아이 13명을 죽여 이들의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됐다. 13번째 죽은 아이를 발견했을 때 어느 집 아이인 지를 알 수가 없어서 학교 마당에 아이의 잘린 머리를 두고 전교생에게 직접 확인시키기도 했다. 동생 찬미도 이를 목격했다.

북한 종교탄압은 공산세계에서도 예외적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종교자유 실태와 그에 따른 미 행정부의 제재 등 조치를 담은 연례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고 “종교자유 증진이 미 외교정책의 핵심 목표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을 비롯해 미얀마, 중국, 이란, 수단, 에리트레아 사우디 아라비아, 베트남 등 8개국을 종교자유가 가장 심하게 탄압받는 ‘특별관심국(CPC)’으로 재지정, 종교자유법에 따른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보고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종교 자유는 미국의 원칙과 역사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지금은 테러리즘 및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증오의 이념과 싸우는 불가분의 요소이자 국가안보의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북한에 종교적 수감자가 몇명 있는지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는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 때문에 구금돼 있다는 미확인 보고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성경 등 종교관련 물건을 갖고 있는 것도 불법이어서 수감, 처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 가운데는 예배가 열리는 것을 봤지만 연출된 것처럼 보였고, 정권을 지지하는 정치적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2001년 이래 매년 북한을 CPC로 재지정, 미국과의 정상무역 및 1974년의 무역법에 따른 무역특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북한간 장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기록에 대한 대화가 그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해 가을 공개 천명했다”고 특기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가 양자간 관계 정상화의 불가결 요소라는 미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정일은 당뇨환자, 핵 투하 가능”
일본 집권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정조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당뇨병 환자로 몰며 다시 핵무장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지방의 한 강연에서 북한이 일본을 침공할 가능성에 언급하며 “그 나라 지도자는 맛있는 음식을 과식해 당뇨병에 걸렸으니, (핵폭탄 투하를)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이어 제3의 어딘가가 (피폭지가) 되지 않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지난 10월 15일 “헌법에서도 핵보유는 금지돼 있지 않다. 핵이 있어야 공격받을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강연에서도 그는 “비핵 3원칙이 전제”라면서도 “상대가 핵이라면 핵에 관한 논의 정도는 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핵무장론이 비판받은 데 대해 “나에 대한 그런 비판이 옳다면, (그런 논리가 통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