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묘책 찾기
2006-11-01 글_이종철 기자
각종 악재의 영향과 더불어 경제침체가 장기화되자 경제정책에 의구심을 품고 각계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뱉어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물론이고 정부관계자까지도 성토에 나서고 있는 것. 국민들 역시 정부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제2차 정책포럼’에 참가한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경기침체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산적한 경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정부 공무원 사고를 달콤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머시멜로’에 비교하며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는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원자재 가격마저 안정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경기침체는 노동생산성 악화, 경영권 불안에 따른 투자부진, 대기업 노조 텃새, 과도한 교육비 등 내적 요인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치의인 정부는 현실 인식 능력이 없어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경륜 있는 전문 관료가 정치 상황에 민감한 이들에게 짓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ㆍ미 FTA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한ㆍ미 FTA와 통상거버넌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만 의식하다 몇 년을 그냥 흘려보낸 한국 정부는 막상 협상에 임한 후 예기치 못했던 국내 반발에 처하게 됐다”며 “정부가 국내 반발을 과소평가하고 정치적 지지까지 잃어 대내 협상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FTA 찬반논란에서 목소리 큰 소수 반대자에 의해 침묵하는 다수 찬성자가 묻히고 있다”며 “침묵하는 찬성자를 적극적인 찬성자로 바꾸고 무관심한 집단이 반대 목소리에 감염되지 않도록 대내 홍보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FTA 패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조성에는 낭비 요소가 없어야 하며 정치인들의 사심 없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ㆍ미 FTA 추진 근거와 반대에 대한 정부 대응논리는 이론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국가시스템 전체적인 연결 관계를 종합 고려한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운찬 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은 “단기적인 일정에 쫓겨 허겁지겁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개방 범위와 순서를 정하고 개방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협상이 본격화하지 않은 부분에서 쟁점을 미리 망라하는 것은 국가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는 협상이 의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위도 ‘동반성장’ 정책 비판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의 동반성장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여야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오규 부총리에게 “분배하면 성장하고 성장하면 분배할 수 있다는 선순환 논리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30’에서는 더 이상 고도성장은 없으니 조세부담률을 40%까지 높여 세금을 많이 걷고 많이 쓰는 공공부문 팽창, 분배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가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분배의 선제개념이고 성장이 확고해야 분배가 된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참여정부 직전 3년과 참여정부 3년의 사회지표들을 보면 자살자는 56.7%, 노인자살자는 101.5%, 경제범죄발생건수는 29.5% 증가했고 국가채무는 85.1% 급증했다”며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참여정부는 스스로 '구름에 가린 달'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구름 속에 가려있던 휘황찬란한 달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회지표들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철저히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참여정부는 실질적으로 분배한 게 없는데 분배를 강조하다 보니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지적이 많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정부처럼 등장했지만 지금은 서민 아닌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권 부총리는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성장과 분배 어느 하나에 우선순위를 높여서 하나가 다른 것보다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 다 놓칠 수 없다. 둘 다 추진해야 한다”고 동반성장 전략을 고수했다.
권 부총리는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 사실 분배가 악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동반성장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78.5% “경제정책 잘못”
뿐만 아니라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과 국민은 전반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쪽보다 많았다.
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절반을 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는 찬반이 엇갈렸으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0%는 ‘잘못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또 ‘매우 잘못한다’는 평가가 31.5%나 되는 등 78.5%가 경제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잘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15.7%, ‘매우 잘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모든 연령대와 직업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압도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인 82.0%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30대(80.0%), 50대 이상(79.2%)의 불만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적 평가는 20대 이하(24.6%)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불만이 가장 컸다. 무려 10명 중 9명이 넘는 92.0%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주부(79.7%) 화이트칼라(79.0%) 블루칼라(78.4%) 학생(73.2%)층에서 부정적 평가가 70%를 넘었다.
내년 경제전망에서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과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39.3%, 38.8%로 비슷했다. 그러나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7.1%에 그쳤다.
자영업자의 부정적 전망이 55.4%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화이트칼라(45.4%) 주부(41.4%) 블루칼라(39.2%)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의 52.7%가 내년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예상해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50대 이상(44.3%) 30대(39.5%) 순이었다.
경제관련 모대학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특히 40대와 자영업자의 불만이 높은 것은 이들이 경제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보듯 성장잠재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내년에도 경기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치중해 온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 안정이나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 응답이 57.6%로 긍정적 답(36.9%)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자의 부정적 응답이 66.2%로 가장 높았다. 반면 대전·충청 지역 응답자는 45.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직업별로는 주부(66.5%) 자영업자(61.0%) 화이트칼라(58.6%) 순으로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에 대해서는 ‘공공, 민간아파트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66.0%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공공아파트는 찬성하지만 민간아파트는 반대’가 20.0%, ‘현재 수준 이상 공개 반대’는 5.6%였다.
한 경제전문가는 “찬성 쪽이 많은 것은 분양원가 공개로 당장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인데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 많은 국민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서는 ‘찬성’(45.1%)이 ‘반대’(41.1%)보다 다소 많았지만 차이가 크진 않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절반(48.9%) 정도가 찬성해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은 50대 이상(46.7%) 40대(44.9%) 등이었다. 반면 20대 이하 응답자 중에서는 39.2%만 찬성한 반면 55.5%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부총리 “사실상 불황”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사실상 불황"이라고 진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관심이다.
권 부총리는 지난 10월 20일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강연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가 가능하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제 국내에 떨어지는 국민총소득(GNI)은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상 불황"이라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8월28일 한경밀레니엄포럼 강연에서도 같은 이유를 들면서 “불황 수준에 가깝다”고 ‘불황’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표현이 당시의 ‘가깝다’에서 이번에는 ‘사실상’으로 바뀌며 톤이 강해졌다.
경제정책 수장이 ‘사실상 불황’이라고 언급할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안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호황이나 불황은 보통 GDP를 기준으로 경기상태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어서 올해 5%의 GDP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부총리가 불황이라고 언급한 것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우리 경제규모에서 5% 정도의 성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경기상황 자체를 불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경기가 안 좋은데 따른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사실상 불황'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5%의 GDP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경제성장의 효과가 국민에게 돌아가지 못해 소득이 소폭 늘어나는데 그침에 따라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을 두고 부총리가 ‘사실상 불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규모는 성장하는데 국민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원유도입 단가는 3.4분기 평균 배럴당 67.5달러에 달해 작년 연간의 50.5달러에 비해 30% 이상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그만큼 많은 비용을 대외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장폭에 비해 국내로 돌아오는 소득을 줄이게 된다. 특히 석유 관련 제품의 가격 등 물가상승을 유발해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이윤폭을 줄여 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여력도 축소시킨다.
결국 권 부총리가 GDP 5% 성장에도 불구하고 GNI는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에서 나타나는 3.5%포인트 정도의 차이는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 부총리가 ‘사실상 불황’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권 부총리는 지난 19일에도 “성장잠재력 이하로 경기가 하락할 경우 일정 수준의 대책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정책당국의 당연한 책무”라며 ‘경기관리’의 필요성을 언급, 그동안 ‘미세조정’, ‘리밸런싱’(재조정) 등으로 표현했던 경제정책기조를 경기부양 쪽으로 끌고 갈 것임을 시사했다.
경기대응 방법과 관련 권 부총리는 우선 “재정의 조기 집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내년 1월 들어서자마자 재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부총리는 또 “공공부문 건설투자 확대, 연기금을 활용한 임대형 주택공급 확대 등 건설경기 보완 방안도 강구하고 금리는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방향으로 가도록 노력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소양강댐 붕괴 위험 크다
소양강댐의 매설계기가 노후한데다 누수량도 전국 댐 가운데 가장 많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내외 댐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매설계기를 전수조사한 결과 댐 계측기 고장률이 소양강댐을 비롯한 다목적댐은 31%, 사연댐 등 용수댐은 15%로 각각 확인됐다.
다목적댐 가운데 특히 소양강댐의 계측기 고장률은 무려 91.4%를 기록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으며 섬진강댐의 고장률도 74.3%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같은 사실은 수자원공사가 지난 10월 19일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다목적댐·용수댐 매설계기 전수조사 결과 및 계측관리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는 “계기를 설치한 후 30년 정도 지나면 고장발생이 급격히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계측기의 수명이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충남대 토목공학과 임희대 교수는 “최근 국지성 집중호우와 수문조절 능력을 감안할 때 과거 최대수위 이상으로 수위가 상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파이핑에 의한 누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정밀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핑이란 댐 중심부의 흙이 누수 등의 결함으로 흘러내리는 것으로 자칫댐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98년 소양강댐 오른쪽 기슭 암반 틈새에서 누수가 발생해 지난 2002년 대규모 보강공사를 벌인 사실이 지난 2004년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소양강댐은 수공측의 최근 5년간 누수량 집계에서도 최고를 기록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소양강댐의 연평균 누수량은 37.5㎥/hr로 측정돼 으뜸을 차지했으며 대청댐이 21.3㎥/hr로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