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시급하다
2003-11-08 취재.글/김미라 기자
말썽을 부리던 사후피임약이 응급피임약으로 정정되어 지난해 11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정청이 국내 시판을 허가함으로써 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이로 인해 응급피임약을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ꡒ피임약이냐 낙태약 이냐, 낙태율을 감소시킬 것이냐 성문란만 확산할 것이냐, 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것이냐 남성 중심적 성문화로 이어질 것이냐ꡓ라는 주장과 함께 그동안 시판 결론이 나기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온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응급피임약은 무엇인가?
지난해 5월 현대약품은 프랑스 HRA파마사의 응급피임약 노보레정의 수입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정청에 신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이에 대한 결정에 앞서 이례적으로 관련 사회시민단체들에게 의견을 구하면서 논쟁은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11월 시판허가가 된 상황에서도 각 단체들의 찬․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응급 피임약은 음성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미 6년 전 시판 여부에 대해 전체적인 검토가 한차례 있었고 이후 시중의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렇게 판매되던 약들은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는 노레보 정과는 다른 종류의 약이다.
응급피임법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응급 피임약제를 먹거나 자궁내 장치를 장착함으로써 임신을 방지하는 방법을 말한다.그 중 응급 피임약제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고농축 복합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면 임신을 방지해주는 사후피임성 호르몬 제제이다. 이를 적절하게 사용했을 경우 성공률은 최고 75%정도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던 사후피임약은 일반 피임제제와 비교하여 다량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것으로 이 제제는 여성호르몬의 수치를 높여, 수정된 수정체가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데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심근경색증, 불안전 유산, 계류유산 등이 있으며 불안전 유산을 방치 하면 임신능력의 저하와 더불어 불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따라서 이 제제는 미혼모나 낙태의 증가를 우려한 여성단체 및 일부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말 그대로 ꡐ응급 피임법ꡑ의 일환으로 사용되던 약이다. 응급피임약이 시판되면 원치 않는 임신과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ꡐ응급수단ꡑ으로서 사용이 가능하다.
응급피임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시판되고 있다. 또 식약청은 성폭행 피해자 등의 접근이 용이한 전국 82개 성폭력피해 상담소와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를 특수 장소로 지정, 응급상황 발생시 의사의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다. 시판 후 1년간 약의 효용성과 부작용,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엄밀히 분석해 오․남용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숙한 성윤리의식 가져야
ꡒ피임약이냐 나태약이냐ꡓ에서부터 문란한 성문화만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와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까지 첨예한 논란을 뒤로하고 응급피임약의 도입은 시작됐다. 하지만 앞으로 그 시행여부를 지켜보는 눈빛들은 엇갈린 의견을 주장하던 그때만큼이나 날카로울 것이다.
하지만 상반된 입장의 열띤 논쟁 속에서도 한가지 합의를 도출해 냈다. ꡐ홍보의 부재ꡑ.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든 이미 저질러진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묻기 전에 잘못된 성 의식 및 피임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응급피임약이 도입되어야 하는 필요성, 사용 용도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홍보와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부터 많은 이들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만 이용하고 일반인은 쉽게 손 내밀 수 없도록 엄격한 통제와 관리를 거쳐 판매해야 모두가 우려하는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 응급 피임약제 시판을 계기로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생명존중 사상의 강조와 함께 ꡐ사전피임ꡑ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도 있어야 한다.
시판발표가 있은 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의견으로 가득했다.
ꡒ이를 계기로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에 널리 홍보하고 실질적인 피임교육에 대한 계획이 수립․시행되길 바란다ꡓ.
ꡒ약의 시판보다 우선 우리가 성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정부와 학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ꡓ.
찬성․반대를 떠나 더욱 성숙한 성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 대다수 찬성 입장
한 갤럽의 응급피임약 시판에 대한 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일반 응답자의 68%는 ꡐ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ꡑ고 대답했고, 20%가 ꡐ조기 낙태로 악용되지 않는다면 괜찮다ꡑ며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ꡐ사후피임은 낙태와 같으므로 반대한다ꡑ는 의견이 7%, ꡐ관심 없다ꡑ가 4%로 나타났으며, 대학 교수들도 10명중 7명 꼴로 찬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인터넷 정책조사기관 ꡐ보트코리아ꡑ).
또 한 인터넷 여성 사이트(여성신문)의 설문조사에서도 ꡐ수입에 찬성하되 성교육 및 양성평등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ꡑ35%, ꡐ피임선택권 차원에서 찬성한다ꡑ34%, 모체건강 측면에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찬성한다ꡑ20%, ꡐ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반대한다ꡑ6%, ꡐ성문란이 염려돼 반대한다ꡑ5% 등의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