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중독

2006-11-22     글_이종철 기자
“지름신 강림” 쇼핑중독 사회문제로 확대
주부 이모씨(42)는 TV홈쇼핑에 빠져 이혼까지 당할 뻔했다. 여가시간 심심풀이로 보기 시작한 TV홈쇼핑으로 남편 몰래 진 빚만 해도 3개월 만에 1,000만원. 이씨는 "TV홈쇼핑을 통해 권태로운 가정생활을 달래려 했다"며 "홈쇼핑 명세만으로 매달 카드 빚이 300만~500만 원가량 나왔다"고 말했다.

홈쇼핑, 온라인쇼핑 등이 쇼핑중독을 낳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온종일 홈쇼핑 채널을 켜놓고 있는 쇼핑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위의 이씨가 사모은 것들은 보석, 인테리어 가구, 보험상품 등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이 도를 지나치자 최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갓 회사에 입사한 정모씨(25)는 매달 월급날이면 통장이 바닥난다. 온라인 쇼핑으로 화장품, 옷, 가방 등을 사느라 카드로 결제한 돈을 월급으로 메우고 또다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생활이 매달 반복되는 것이다. 정씨는 “명품 가방이나 옷, 갖고 싶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다보면 어느새 월급 이상의 돈을 쇼핑에 다 써버리게 되더라”며 “회사에서도 틈나는 대로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온라인 쇼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쇼핑중독자도 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결제 내용을 보면 거의 매일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며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쇼핑중독에 대해 한 신경정신과 원장은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 발달하면서 24시간 구매를 유혹하고, 또 본인이 얼마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인식, 즉 '현금의 부피감'이라는 것이 '카드'로 인해 사라지면서 온라인 쇼핑중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심리학 전문가 역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소액의 물건을 다량 구매하기 때문에 중독 가능성이 크다"며 "온라인 쇼핑은 대부분이 할부구매이고 환불도 쉽게 되기 때문에 적은 금액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쇼핑중독은 경제적,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치료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화점 등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고 물건을 슬쩍 들고 나오는 '숍리프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정신과 교수 역시 "주부들이 집에 온 종일 머무르면서 가족 내에 욕구 불만족을 쇼핑을 통해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은 어떤 물건을 사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느낀다. 쇼핑중독 자체보다 우울증 등 다른 요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쇼핑중독 부추기는 마케팅 한몫
홈쇼핑중독과 마찬가지로 옥션 G마켓 등 연간 2조 원가량 거래되는 온라인장터의 중독성에 대해서도 최근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이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각종 시한부 쿠폰과 경매, 할인 혜택, 경품행사 등의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중독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회사원 장모(27)씨도 경매에 중독된 사례. 그는 회사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온라인장터에 접속해 경매가 진행 중인 물품을 찾는다.
운 좋으면 판매자가 손해 볼 정도로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이겼다!’는 묘한 쾌감도 든다고 한다. 그는 최근 디지털카메라를 시중 최저가보다 30% 싸게 샀다. 그래서 디지털카메라가 두 대나 된다.
일부 회사는 ‘유일가 경매’를 하며 사실상 ‘로또’식 영업을 하고 있다. 유일가 경매란 남들이 쓰지 않은 가격을 적어 낸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것. 시중가의 10분의 1 수준에서 낙찰 범위를 정해 놓고 경매를 하기 때문에 물건 값은 싸지만 응찰자 중에 단 한 명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게 함정. 나머지는 만져 보지도 못한 물품의 ‘입찰비’로 1,000∼5,000원가량을 적립금 형태로 날린다.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장터를 들락거리는 사이에 이 회사는 물건 값이 아닌 입찰비로 돈을 번다.
온라인장터들이 주는 각종 쿠폰도 중독을 유발하는 데 한몫한다.
사이트를 방문한 횟수와 구매 금액에 따라 배송료를 면제해 주거나 구매금액의 5%, 5,000원 할인쿠폰 등을 줘 재차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
할인쿠폰 유효기간이 있어 ‘지금 물건을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조급증을 부추긴다.
여대생 오모(20) 씨는 “쿠폰이 생기면 지금 사 둬야 이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중에 거들떠보지도 않을 물건을 찾아 다시 사이트를 헤매게 된다”고 말했다.
B사는 물품을 구입한 소비자를 추첨해 5,000∼5만원의 적립금을 주는 ‘현금로또 보너스’ 행사를 열고 있다. 적립금을 현금으로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수수료 10%를 떼고 통장으로 돈을 넣어 주기도 한다.
3개월에 1만원, 1년에 3만원을 내고 가입하는 한 온라인장터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도 논란거리. ‘회원들에게만 원가에 판다’고 광고하고 있어 본전(회비) 생각에 과소비를 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비자로선 물건 값이 실제 원가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홈쇼핑 회사는 방송위원회 규제를 받지만 인터넷쇼핑 회사는 규제기관이 없다”며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쇼핑을 못하면 안정을 잃고 머리가 아프며 우울할 뿐더러 소화마저 안 된다.
집안에 앉아 TV 홈쇼핑으로 온갖 물건을 사들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여성이 많다. 안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다. 하루라도 홈쇼핑 채널을 못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누군가 쫓아오는 듯 불안해 견딜 수 없다.
TV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10명 중 1명은 1주일에 평균 2회 이상 구입하는 쇼핑 중독현상을 보인다. 단순히 기분 전환차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경증, 중증 쇼핑 중독으로 악화할 수 있다. 20~30 대, 여성, 고학력, 월 소득 200만원 이상이 쇼핑중독증 고위험군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성은 특히 쇼핑중독에 취약하다. 가정에서의 소외감, 고독감, 상실감 , 우울증, 자신감 결여 등으로 인한 심리적 공허를 채우고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물건을 사면서 쇼핑중독은 시작된다. 책임감이 없는 인격장애자, 이룰 수 없는 꿈이 많고,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며, 좌절감을 못 견디는 이가 쇼핑중독에 걸려들기 쉽다. 왕따, 공주병 또는 왕자병도 단골 쇼핑중독자들이다.
중독은 뇌의 병에 가깝다는 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뇌생리학적으로 시상 하부와 편도핵 등이 속한 변연계에 이상이 생기면 중독이 온다. 특히 도파민, 베타엔도르핀, 엔케팔렌 등 쾌락과 진통을 맡는 물질이 나오는 뇌의 쾌락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세뇌(브레인 워싱) 탓에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와서 지속적인 쇼핑중독에 빠지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물질의 소비와 소유를 통해 얻는 만족은 순간일 뿐이고, 결국 더 큰 허탈감이 남게 되며 이 허탈감을 채우려고 더 큰 소비를 하면 소비와 허탈감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노력해도 쇼핑중독증을 고치기 어렵다면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여느 중독질환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도 무조건 참아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울증, 불안, 불면 증상을 동반하는 수도 많다. 쇼핑중독 증상이 다른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성들도 쇼핑중독증?
한편 쇼핑중독(충동구매)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남성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 전 미국 성인의 약 5%가 쇼핑중독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상식상 쇼핑중독이 주로 여성들에게만 발생한다고 알려진 것은 주로 이와 같은 쇼핑중독에 대한 연구가 여성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된 연구 결과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2,5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충동구매척도'라 불리는 방법을 이용 각 개인의 충동구매 정도를 결정했다.
연구 결과 놀랍게도 수입이 적은 사람들이 고수입의 사람들 보다 더욱 쇼핑중독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사실은 전 인구의 5.8%가 쇼핑중독을 앓고 있으며 모든 여성들의 6%, 모든 남성들의 5.5%가 쇼핑중독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젊은 사람들일수록 노인들에 비해 쇼핑중독을 쉽게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쇼핑중독자들이 한해 약 5만 달러를 쇼핑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성 쇼핑중독자들의 경우 주로 CD나 책, 도구, 컴퓨터 부속장치나 카메라 등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데 반해 여성 중독자들은 주로 옷이나 화장품, 보석, 가정용품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 중독자들이 여성 중독자들에 비해 경매에 더욱 쉽게 탐닉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중독자들의 심리와 관련된 결과 쇼핑중독자들은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느끼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쇼핑중독자들은 쇼핑시의 주위의 시끄럽고 혼잡한 상황을 좋아하고 물건들을 골라보고 하는 일을 즐기지만 결국 불필요한 데 돈을 사용한데 대해 안타까움과 후회 및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쇼핑중독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증상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쇼핑중독이 많은 다른 정신질환만큼 흔한 질환인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는 강박관념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물건 사들이기에 집착하는 쇼핑중독자가 1천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쇼핑중독을 정신질환 목록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10월 12일 '미국정신의학저널' 최신호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대의 정신의학자 로린 M. 코런은 1천만 명을 넘어선 쇼핑 중독자 숫자 외에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쇼핑에 중독 될 가능성이 많다는 데 놀랐다고 말하고 강박감에 사로잡혀 구매하는 쇼핑 중독자들은 연소득 5만 달러 이하일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미 정신의학회는 국내의 쇼핑중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 강박감에 사로 잡힌 쇼핑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2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구입했다가 빚더미에 올라 절망속에서 살아가는 루실 슈헹크(62.여)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매일 주로 밤 시간에 수 시간씩이나 홈쇼핑 채널의 보석코너를 시청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값비싼 물건을 산 뒤 도로 반환했다가 TV 광고를 보고 다시 구입하는 등 쇼핑 강박관념속에 물건을 사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
신문은 이어 정신의학회의 이 같은 방침이 정신의학이 인간 행동의 모든 골치 아픈 부분을 질환으로 돌릴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논쟁을 벌여야할 것이 분명하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쇼핑중독을 의학적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광고나 접근성이 용이한 신용제도, 상업화의 영향 같은 사회적 요소들을 초점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24시간 케이블 네트워크, 쇼핑센터들이 제공하는 쉽고도 편리한 쇼핑 기회 등이 소비자들의 쇼핑중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소비자 대부분은 절제 가능한 범위내에서 쇼핑 네트워크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반면, 알코올이나 도박중독자처럼 자신을 통제하지 못 하는 사람들은 갈망하는 물건에 손쉽게 접근해 손에 넣을 수 있을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들처럼 쇼핑중독자(binge buyers)들도 쇼핑을 중단하고자하면서도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화점 안가면 불안해”
한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롯데백화점을 동네슈퍼처럼 거의 매일 드나들며 물건을 사들이는 쇼핑중독자가 3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백화점 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까지 감안하면 쇼핑중독자는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홈쇼핑 등의 고객까지 더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심각한 쇼핑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10월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롯데카드와 롯데멤버쉽카드 활동 고객 255만 명의 구매행태를 분석한 결과 영업일 173일 중 170일 이상 방문해서 물건을 산 고객이 336명에 달했다. 구매활동 조사로 나온 통계인 만큼 이들은 백화점을 단순히 방문한데 그치 지 않고 쇼핑 역시 매일 계속한 셈이다. 또 2~3일에 한번 꼴로 구매한 고객까지 포함하면 롯데백화점에만 총 3만2,991명이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것처럼 백화점 쇼핑을 계속했다.
백화점 입장에서 이들은 최고 단골고객들. 일반 고객들이 평균 두 달에 세 번 정도 백화점에서 쇼핑한 것을 감안해보면 이들은 쇼핑횟수가 많을 뿐 아니라 구입단가도 작지 않은 고객들이다.
개근하거나 2~3일 방문패턴을 가진 단골 고객은 월 평균 구매액이 1인당 130만원으로 전체 평균 15만원에 비해 8배 이상 많았고 평균 구매 단가도 10만9,000원으로 역시 전체 10만7,000원보다 컸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6.2%, 40대가 34.2%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시간 여유가 있는 30~40대가 70%를 차지했고 20대와 50대는 각 각 10.0%, 19.1%였다. 반면 씀씀이는 50대가 가장 커서 1인당 월 구매액이 150만원으로 40대의 124만원, 30대의 126만원보다 훨 씬 높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카드 활동 고객 중 최상위층인 1.3%의 매출이 무려 2587억원에 달하니 구매단가가 높은 단골 고객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단골고객들은 대부분 MVG(Most Va luable Guest) 고객으로 분류해 별도 공간을 제공하고 회원들간에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