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적외선 형광체 개발, 암 조기 진단 및 치료 문 열어
“선택적 센싱 가능한 형광체 개발로 치명적인 질병 물리치는데 일조할 것”
최근 형광 탐침을 이용한 독성 물질에 대한 연구는 환경이나 생체 내에 존재하는 독성 혹은 질병 물질을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형광 탐침의 개발로 생체 내에 흡수 혹은 배설되지 않고 몸속에 축적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검출해 심각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데 쓰이고 있어 학문적뿐만 아니라 응용 측면에서도 그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형광 물질을 기반으로 한국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김해조 교수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심각한 질병의 조기 진단 해결책, 선택적 센싱
김해조 교수가 이끌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Tumor Theranostics (T2) Lab.은 생명체에 심각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암 진단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분자인식을 바탕으로 형광센서를 설계 및 합성하고, 이 센서는 생체내 질병과 관련 있는 특정 물질과 결합하면 형광 세기와 파장의 변화를 일으켜 세포와 동물 모델에 적용했을 때 특이적 질병의 이미징, 진단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생체 내에는 황을 포함하는 싸이올 작용기를 함유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존재하는데, 싸이올 작용기를 함유하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시스테인(cysteine),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 글루타티온(GSH) 등이 있다. 이러한 화합물 중 감마-글루타밀시스테이닐글라이신이라고도 불리는 글루타티온은 생명유지와 관련된 세포의 활동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산화환원간의 항상성과 세포성장 등의 과정에 관여하며, 암과 에이즈(AIDS) 등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호기성 호흡이 일어나는 미토콘드리아에 전체 글루타티온 양의 15%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글루타티온 양을 검출, 정량할 수 있다면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해조 교수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싸이올 작용기를 함유한 화합물들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으로 인해 이들 싸이올 화합물을 확실히 구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러한 선택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연구자들이 글루타티온(GSH)에 대한 선택적 센싱을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적외선 형광체 개발로 글루타티온 선택적 검출 가능
T2 연구실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빨강, 녹색, 파랑의 색이 나오는 다양한 형광체를 개발해, 이를 독성물질이나 생체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을 인식하는데 응용해 왔다. 김해조 교수는 “최근에는 생체 내에서 자체 발광이 없고 세포투과력이 좋은 근적외선 형광체를 개발했다”며 “이를 이용해 글루타티온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탐침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는 양이온 단위를 가진 혐수성 시아닌 유도체로 인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선택적으로 찾아가고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GSH(mGSH)에 의해 발광이 일어나도록 한 것으로, 특히 싸이올의 친핵성 성질을 고려해 시아닌에 방향족성 친핵제 치환 반응이 일어나도록 이탈기를 도입해 글루타티온에 선택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한 형광 탐침이다. 다시 말해 글루타티온에 의해 근적외선 탐침을 활성화함으로써 미토톤드리아 내 글루타티온(mGSH)을 선택적으로 검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연구는 화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2014, 136, 7018-7025)에 발표되어 관련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글루타티온은 피페롱규민(PL)이라는 물질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피페롱규민은 글루타티온 결합 효소인 글루타티온 S-전이효소와 결합해 세포내의 글루타티온의 양을 감소시켜 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해조 교수는 “현재까지 연구는 피페롱규민 유도체화를 통해 암세포 사멸이 일어난다는 현상을 보고한 것이지, 피페롱규민이 세포의 어느 소기관에 들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미징을 할 수 있는 형광 단위체를 도입해 그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아가 암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글루타티온 S-전이효소의 효소 저해제(enzyme inhibitor)로서 피페롱규민을 이용하면 암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같이 할 수 있는 탐침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족과 지인들이 암으로부터 해방되는 그 날을 기대하며 연구에 매진할 것”
기존의 많은 암 조직 진단, 치료 방법들은 세포 분열이 왕성한 정상 세포에도 약물이 들어가는 세포 독성과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고, 새로이 개발된 나노입자를 이용한 많은 약들이 그 본질적 크기 때문에 배출이 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김해조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수준에서 암과 관련있는 효소를 표적으로 해 적은 양으로 치료 및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암 진단 치료제를 연구해 가족과 지인들이 암이라는 사형선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화합물 아스피린이 최고의 진통제로 개발되었듯이 T2 Lab.에서도 분자 형광체를 통해 생명체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을 물리치는데 일조하고자 한다”며 “특히 암 조직의 조기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물질을 개발해 한국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하는 연구로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